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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봉수정 현판, 왜 황철곤 시장이 썼나?

by 이윤기 2009.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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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전에 마산 팔용산 수원지에 아름다운 산책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였습니다. 마산시가 오랜만에 시민들이 원하는 일을 제대로 찾아서 한 바람직한 사례로 말입니다.

관련기사  2009/07/24 - [여행 연수] - 팔용산 수원지 아름다운 둘레 길



수원지 일주 산책로 1.4km, 테크로드 3개소, 전망테크 1개소, 목교 4개소, 통나무 다리 1개소, 팔각전망 대정자, 징검다리 3개소  등을 조성하였습니다. 모두 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다고 하며 수원지 입구에서 팔용산 진입로까지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러데, 지난 7월 26일 오전 봉암수원지 팔각전망 대정자에서 황철곤 시장이 직접 쓴 '봉수정(鳳水亭)' 현판식이 열렸습니다. 요즘 제가 일하는 단체 어린이들이 팔용산 수원지 아래에서 '숲속학교'를 진행 중이라 봉수정 현판식이 열리는 행사장 근처에 있었습니다.

산책로 차 타고 오르내린 시장과 시의원들

이 날 따라 자동차 진입이 '금지'된 팔용산 산책길에 여러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고, 입구에서는 공무원이 무슨 용무로 산에 들어가는지 일일이 확인을 하더군요.

시민들은 모두 걸어서 다니는 '차량 진입 금지 구역'에 황철곤 마산시장과 시의원들이 자동차를 타고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무슨 긴급한 상황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차량 진입이 금지된 길을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모양이 그리 보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신문기사를 확인해보니 황철곤 시장과 시의원, 봉암동 주민자치위원, 주민 등 50여 명이 참석하여 황철곤 시장이 직접 글씨를 쓴 '봉수정(鳳水亭)' 현판식을 하였다고 보도하였더군요. 시민들이 산책하는 길을 자동차를 타고 먼지를 일으키며 오르내린 것 보다 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 입니다.




봉수정 현판 왜 황철곤 시장이 썼나?

팔용산 수원지에 산책로를 정비하고 '봉수정'이라는 정자를 지었는데 왜 현판을 황철곤 시장이 썼을까요?

① 황철곤 시장이 뛰어난 서예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② 황시장의 업적을 오래 동안 기리기 위해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 이었기 때문이다.
③ 황시장은 민선시장을 3번이나 마산을 대표할 만한 원로이기 때문이다. 
③ 황철곤 시장이 마산시를 사유재산처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여러분 4지 선다입니다.  몇 번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4번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서울시를 하느님께 바치겠다고 하던 옛 서울시장과 닮은 꼴이지요. 황시장이 '봉수정'이라고 쓴 현판 글씨가 얼마나 잘 쓴 글씨인지는 모르지만, 현직 시장이 임기 중에 자신의 직접 쓴 글씨로 현판을 만들어 붙인 일은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선 시대 탐관오리에 가까운 지방관들이 백성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자신의 공적을 기리는 비석을 세우게 하던 일을 자꾸 떠올리게 됩니다.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고부 군수 조병갑은 지방관으로 부임하는 곳 마다 공덕비를 세웠다더군요. 고부뿐만 아니라 함양, 김해에도 공덕비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팔용산 수원지 '황비어천가'

팔용산 수원지에는 공덕비에 비할만한 안내판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봉암수원지의 역사를 소개하는 안내판입니다. 1928년에 착공하여 1930년에 40만톤 규모로 준공하였고, 1953년 제 9대 시장이 60만톤으로 확장하였으며, 1984년 상수도 공급으로 폐쇄하였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뒷부분에 뜬금없이 "2005년 7월 민선(3, 4, 5대) 황철곤 시장이 문화재청에 문화재(등록 문화재 제 199호)로 등록하였"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수원지를 축조한 것과 증축한 것이야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폐쇄된 수원지를 문화재로 등록한 것을 수원지 축조나 증축과 같은 비중있는 역사로 기록한 것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일 입니다.




등록문화재는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에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하여 등록한 문화재"로서 "특히, 일제 강점기 이후 근대에 생성·건축된 유물 및 유적이 중점적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등록문화재는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442호까지 지정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등록문화재라는 것은 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하여 현직 시장이 어떤 구체적인 노력을 하거나 정치력, 행정력을 발휘하여 이루어낸 성과에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것 뿐이지요.

일제때부터 있던 수원지를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로 등록한 것도 현직 시장의 '치적'인양 안내판을 세워놓은 것이 가히 '황비어천가' 라고 부를만 합니다. 후임 시장이 세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임기 중에 한 일을 자기 스스로 공적으로 내세우는 '안내판'을 세워 자랑을 하고 있는 겁니다.

혹자는 "3선 임기 중에 한 일 중에서 내 놓고 자랑할 만한 일이 팔용산 수원지에 산책로 만든 일 정도 밖에 없으니 그런 것 아니겠냐"고 웃어 넘기더군요.  

황철곤 시장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연말 마산시립예술단 송년음악회에서 또 코미디같은 일을 벌였습니다. 시립예술단 역시 자신이 소유한 단체로 생각하였는지, 아니면 시립예술단을 아마추어 무대 정도로 생각하였는지. 전문 지휘자를 제치고 음악회 마지막 곡을 자신이 지휘하였다고 하더군요.




이런 어이없는 일을 언론에서는 "깜짝 변신, 음악회 대미 장식"과 같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보도하였더군요. 공사구분도 못하고 마산시를 자신의 사유재산처럼 생각하는 황시장에게 아무도 잘못하고 있다고 꾸짖지 않으니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