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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마산시가 주민갈등 해결에 실패하는 이유?

by 이윤기 2009.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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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민주화 이후 권리의식이 향상되면서 개발과 보전이라는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새만금, 부안 방폐장, 경주방폐장, 천성산 터널, 해군기지 같은 국가적 갈등뿐만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도 쓰레기 소각장, 송전 철탑, 바다 매립, 도로 확장과 같은 문제로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진로산단허가반대주민대책위

제가 사는 마산만하여도 수정만에 STX 조선기자재 공장 설치를 둘러싸고 지방정부와 기업 그리고 찬성, 주민과 반대주민으로 나뉘어져 해를 넘기면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은 환경단체나 시민단체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지역주민들과 힘을 합하여 개발 논리를 앞세우는 지방정부나 기업에 맞서는 방식으로 전개되곤 합니다.

대체로 집회와 시위, 농성, 저지, 점거 등의 양태로 나타나고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지면 고소, 고발, 손해배상 요구 등을 비롯한 법정싸움으로 치닫곤 합니다.

지역발전이나 지역경제 성장을 내세운 지방정부나 기업이 가해자, 지역주민이 피해자인 대부분의 환경 갈등은 원만한 '해결'이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법정다툼 끝에 흐지부지 끝나 깊은 상처와 불신, 피해의식만 남긴 채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처와 불신, 피해의식만 남기고 '종결'되는 갈등은 새로운 갈등의 뿌리가 되곤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갈등이 다시 일어나는 경우 주민들은 지방정부나 기업을 처음부터 신뢰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주민갈등 해결, 행정의 신뢰회복이 급선무

"지난 번 OO지역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처리했어.", "지난 번 OO지역에서 결국 주민들을 속였더라구", "OO 지역은 결국 보상금 몇 푼 받고 쫓겨났어" 하는 정보들이 새로운 갈등 지역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마산시가 기업과 주민, 지방정부와 주민 사이의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도 행정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새만금과 부안방폐장 사건을 주제로 갈등 해결 방안을 연구한 책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에는 다음과 같은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와 지역주민의 갈등구조를 보면 정부는 주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을 요구하고, 주민들은 정부가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정부는 지역주민들이 합리적인 방안을 이해하거나 선택하지 않고 극단의 투쟁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주민들이 정부의 계획을 진지하게 듣지 않고 집회나 시위 등 힘의 논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불신을 내비쳤다. 주민들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저 정부정책에 저항한다고 본 것이다."



그럼,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불신과 갈등이 더 증폭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에 갈등이 증폭된다고 합니다.

불신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사례

① 부정확한 정보를 부정직하게 흘리고, '카더라'식 소문이나 언론의 비공식 확인에 근거한 기사로 주민 반응을 알아보는 것은 갈등을 키우는 원인이다.

② 주민대상 사업 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지 않거나 요식행위로 거치면 갈등이 증폭된다.

③ 주민과 환경단체에 의해서 정부가 비밀에 부친 정보가 공개되면 불신이 증폭된다.

④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전문가를 동원하여 설득하려는 공청회는 실패한다.

⑤ 지역주민에게 적극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최악의 행위이다.

⑥ 전문가보다 갈등의 당사자가 지긋지긋 하도록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

⑦ 객관적이고 과학적 결과만 있으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⑧ 주민에게 설명을 들을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⑨ 먼저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의논하자고 하는 것은 갈등만 더 증폭시킨다.

⑩ 정치적 계산이 개입하면 합리적 논쟁이 되지 않는다.

⑪ 객관적이고 순수하고 공정한 전문가는 없다.

⑫ 주민의 반대에 응답하지 않으면 갈등은 증폭되고 반대는 더 과격해진다.


예를 든 사례를 보면, 마산시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환경갈등이 풀리지 않는 이유가 분명해 보입니다.  수정만 STX 문제나 최근 공무원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가포대로 확장 공사 문제나 모두 위에 열거한 실패 이유에 대부분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정부를 갈등의 다른 주체인 기업으로 바꾸어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진로소주 마산공장과 진전면 평암리 주민들과의 갈등이 원만합 합의에 이르게 된 것도 결국은 양자의 신뢰회복에 있었습니다. 시민단체와 언론사 대표를 지낸 중재인을 통하여 불신의 벽을 넘어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거쳐 서로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함으로써 합의에까지 이르게 된 것 입니다. 

요약하자면, 신뢰 회복을 통한 소통이 갈등해결의 열쇠였던 것 입니다.
마산 진로 소주와 지역 주민의 갈등 해결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잡한 지역 갈등을 푸는데 모범사례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진로소주, 평암리 주민 갈등 해결 사례 요약

지난 6월, 마산 진전면 평암리 진로소주 마산공장이 설비교체와 최신시설 도입을 위하여 공장용지 확보를 위하여 일반산업단지 계획을 신청하자, 지역 주민들이 공장 확장에 따른 취수량 증가로 지하수 고갈을 우려하며 반대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이후 법적으로, 절차상으로 하자가 없다는 회사의 주장과 사전환경성 검토에 심각한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의 생존권이 위협 받는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심각한 갈등 양상빚었습니다.

상호 신뢰가 무너진 채, 갈등이 점점 증폭되는 상황에서 친기업 단체인 마산상공회의소가 이례적으로 기업과 주민 갈등의 중재에 나섰습니다. 마산상공회의소는 시민단체 대표와 언론사 대표를 지낸 허정도 전 대표에게 갈등 중재를 요청하였고, 40여일 간의 중재와 협상을 통해 일일 취수량을 비롯한 핵심쟁점 사항에 합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8월 25일에는 마산상공회의소에서 주민대책위 이영숙 공동위원장과 윤기노 진로소주 사장이 상생협약을 맺고 회사와 마을의 공동 발전을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9월 1일에는 상생협약을 축하하는 마을잔치가 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