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고무매트는 ‘모래’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최근 어린이놀이터 바닥에 깔려있던 흙과 모래가 폐타이어를 재생한 고무매트 바닥으로 바뀌고 있는 문제를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마산시 산호동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에는 최근, 모래가 깔려있는 바닥을 정비하여 깨끗하고 깔끔해 보이는 ‘고무매트’ 재질의 바닥으로 바뀌었습니다.
자동차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폐타이어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었는데, 이를 재생해서 좋은 바닥재로 만들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바닥이 푹신푹신하고 빗물도 고이지 않기 때문에 우선 보기에 좋아 보이기는 합니다.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가 이렇게 고무매트로 바뀐 것은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놀이터 모래가 애완동물의 배설물 등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데리고 산책을 나와서 용변을 보게 하는 사례도 많고, 밤에는 취객들이 ‘실례’를 하는 일이 있어 어린이 놀이터 모래가 여러 가지 기생충에 오염되어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아파트를 짓는 건설 회사들이 먼저 폐타이어로 만든 고무매트로 어린이놀이터 바닥을 바꾸었습니다. 최근 3~4년 동안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어린이놀이터 바닥을 폐타이어를 재생한 고무매트로 만들었더군요.
그러나, 시에서 관리하는 마을 놀이터는 최근까지 모래와 흙을 바닥재로 사용하였는데, 마산시의 경우 올해부터 폐타이어를 재생한 고무매트로 바닥재를 교체해나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고무매트 바닥이 모래보다 관리하기에는 좋은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정서나 건강에는 모래나 흙에 훨씬 미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취학전 어린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잇감이 모래와 흙 그리고 물이라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다 알겠지만, 아이들은 흙과 모래, 그리고 물만 있으면 하루 종일 내버려둬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놉니다. 그것은 흙과 모래 그리고 물이 유아기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맞는 가장 적절한 놀잇감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또한 어린이들의 건강측면에서도 아이들이 흙과 멀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생태유아교육을 이끌고 있는 부산대학교 임재택 교수나 자연건강법 전도사인 임락경 목사 같은 분들은 아토피와 같은 현대병을 “아이가 흙을 피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말합니다.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이 아토피, 천식, 그리고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현대 공해병에 시달린다고 하는 것이지요. 환경운동가들 중에서는 폐타이어를 재생한 고무매트에서 한여름 기온이 37~8도를 넘어가면 ‘다이옥신’과 같은 공해물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그 위험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제 시가지에서는 공원과 학교운동장이 아니면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몇 가지 위험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동네마다 있는 어린이 놀이터가 아이들이 유일하게 흙과 모래를 만지고 놀 수 있는 곳입니다.
조금 귀찮더라도 어른들이 정기적으로 모래를 바꿔주는 수고를 감당하는 것이 어떨까요? 어린이놀이터 바닥에 모래를 깔아놓은 것은 아이들이 넘어져서 다치지 않도록 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유아기 아이들에게 흙과 모래가 가장 좋은 놀잇감이기 때문입니다.
관리의 편리함만 들어서 어린이놀이터 바닥을 고무매트로 바꾸는 정책 꼭 한번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입니다.
*** 창원KBS 라디오 '생방송 경남' 시민기자칼럼 4월 22일 방송 입니다.
사소한 칼럼
어린이 놀이터에서 모래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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