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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고르기

핸드폰에서 친구의 이름을 지웠습니다.

by 이윤기 2009.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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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혁명을 꿈꾸던 두 친구의 49제,
                          이제 그들을 떠나보냅니다.



지난 9월 10일과 17일, 일주일 간격으로 처남매부지간 이었던 두 친구나 나란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 친구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다른 친구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9/09/13 - 혁명가를 꿈꾸던 마흔 다섯 아쉬운 삶
2009/09/23 - 혁명을 꿈꾸던 또 한 친구가 떠났습니다.

지난 일요일 앞서 떠난 친구의 49제에 맞추어 가까이 살고 있는 몇몇 친구들과 죽은 친구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추모당을 다녀왔습니다.

불교나 유교식 49제를 올리는 것도 아니고, 상주들이 49일만에 탈상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가 세상에 남겨 둔 아내와 아들과 이별하는 자리에 함께 가서 힘이 되어주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날짜와 모이는 시간을 정해 핸드폰으로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보니 세상을 떠난 두 친구의 이름이 나란히 주소록에 입력이되어있더군요. 어느새 두 녀석 전화번호 모두 없는 번호가 되어버렸지만, 제 전화기 속에는 아직도 남아있었습니다. 

장례식이 끝나고 이젠 전화번호를 지울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가, 어쩌면 전화번호 마저 지우고 나면 더 빨리 그들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남겨두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진주시립화장장 추모당은 한산하고 하였습니다. 죽음을 싣고 화장을 하러 온 사람들도 없고, 죽은이들을 만나러 온 다른이들도 없어 깊어가는 가을처럼 고요하였습니다. 먼저 온 가족들이 잔을 올리고 둘러 앉아 죽은이를 그리워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어린나이에 아빠를 잃은 친구 아들은 밝은 얼굴로 먼저 인사를 하며 우리 일행을 맞아주었습니다. 슬픔이 지나간자리에 미소띤 얼굴을 지켜보는 우리 마음에 안도감 같이 전해오는 듯 하였습니다.

젊은 남편을 먼저 보낸 친구 아내는 눈이 퉁퉁부어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벌써 많이 울었나봅니다. 이젠 많이 담대해진 모습이지만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납골당 친구 자리에 가 보았더니, 가족사진과 살아 생전 웃는 얼굴이 담긴 액자가 붙어 있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찾아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진 두 장에 담긴 가족들이 세상을 떠난 그와 함께 있는 듯하여 마음이 놓이더군요. 추모당 마당에 앉아 담배 두 대 피는 시간 동안 젊은 시절의 그 친구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습니다. 

함께 온 친구들에게 핸드폰에 전화번호 지웠냐고 물었더니 한 명은 지웠다고 하더군요. 다른 한 친구는 저 처럼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49제도 지났는데 전화번호를 지워도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러자고 하더군요. 이제 제 핸드폰에서도 떠나간  두 친구의 전화번호를 지우렵니다. 

이젠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 싶을 때면,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비가 내리면 음-
나를 둘러싸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비가 내리면 음-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난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바람이 불면 음-
나를 유혹하는 안일한 만족이 떨쳐질까
바람이 불면 음-
내가 알고있는 허위의 길들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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