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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쓰레기 + 상상력 = 쓸애기 작품 탄생 !

by 이윤기 2009.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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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사람들이 찾지 않는 버려진 유원지를 관광지로 바꾸고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 후에는 외국인들이 찾는 명소가 된 남이섬을 새롭게 확 바꾼 강우현 사장. 남들은 자신에게 남이섬 사장이 되었다고 하였지만 자신은 14만평 규모의 자연 캔버스를 얻은 예술가였다고 합니다.

잘 나가는 디자이너인 그가 한 달에 100원만 받는 남이섬 CEO가 되었을 때부터 언론의 관심을 몰고 다녔고, 그가 새로운 시도로 남이섬을 바꿀 때마다 여론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강우현의 상상망치> 남들은 아이디어 뱅크라고 부르지만, 자신은 늘 살아오던 대로 살다보니 이루어진 대수롭지 않은 일을 한 것처럼 말하는 강우현의 살아 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회고록입니다.

강우현의 살아 온 이야기는 충북 단양과 강원 영월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영춘’이라는 첩첩산중 벽지초등학교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지만, 주로 유원지 남이섬을 사람들의 꿈이 담긴 관광지로 바꾼 모험(?)담으로 가득합니다.

그는 스스로 어린 시절부터 꾀가 많은 아이였다고 합니다. 아울러 동네 어른들에게도 꾀가 많은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신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실리는 걸 보고 나도 활자로 된 이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신문의 일기예보란에서 ‘강우량’이나 ‘강우 현상’ 같은 글자를 오려서 노트에 붙이고 다녔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 군대도 유학처럼...

미술에는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였지만, 운동신경은 젬병이었던 그는 운동회 때 한 번도 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달리기 선수가 되어 유니폼을 입고 달리는 친구들이 부러워 스스로 유니폼을 만들어 입고 학교에 갔다고 합니다.

“집에서 도화지에 글씨를 써서 칼로 파냈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쓰시는 빨간 인주를 솜에 묻혀서 구멍에 대고 눌렀다. ‘영춘’이란 글자와 월계수가 새겨진 훌륭한 유니폼이 탄생했다. 멋진 선수복을 입고 학교에 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엉뚱하고 꾀가 많은 아이였다고 합니다. 사진 한 장이라도 나만의 구도로 찍어야겠다는 남다른 면이 있었고, 자취하던 대학시절엔 실크스크린 설비를 차려놓고 돼지고기를 사오는 친구들에게 실크스크린 작업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군대생활을 유학기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한 강우현은 매일 일본어 문장 쪽지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외워 제대할 무렵에는 <박성원 일본어> 두 권을 달달 외울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북한 귀순자들의 편지를 대필해주며 문장력을 키워 훗날 동화책을 내고 동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에도 동안 남다르게 생각하고 남다르게 살아가는 그의 삶은 점점 더 기발한 발상으로 이어집니다. “하늘이 도화지라면 비행기는 붓이렷다?” 하는 그의 상상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로 이어집니다.

언젠가는 유리테이블 위에 물 적신 솜과 화장지를 깔고 감자 싹을 틔웠다고 합니다. 진딧물이 생기고 날파리가 생기는 사무실을 그냥 두었더니 키가 쑥쑥 자라더라고 합니다. 150cm쯤 되었을 때 한국기네스에 전화를 걸었더니, 2m25cm가 되었을 때 기네스 협회에서 나와 길이를 재어갔다고 합니다. 그는 감자줄기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하늘을 캔버스 삼아 비행기로 그린 그림

캐릭터 디자인을 주업으로 하던 그는 ‘아시아문화교류연구소’를 만들어 문화교류 활동을 시작합니다. 어머니들에게 그림책 만들기를 지도하여 <엄마가 쓰고 그린 그림책 13권>을 엮어내고, 샐러리맨 아버지들과 <아버지가 쓰고 그린 그림책 10권>을 펴냈다고 합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을 조직하고, 환경문제가 우리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기 전인 90년대 초반에 이미 ‘재생공책쓰기운동’과 자원재활용운동을 벌였다고 합니다. 그가 만든 재생공책은 제가 일하는 단체를 통해서도 보급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시민단체에서는 1992년 무렵 우유팩을 모아서 재생화장지로 재활용하는 운동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우유팩을 모아오는 아이들에게 아시아문화교류연구소가 만든 재활용 공책을 나눠주었습니다.  시내 초등학교 아이들이 우유팩을 모아들고 긴 줄을 서서 재생공책으로 바꿔가던 모습이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습니다.



쓰레기를 '쓸애기'로 바꾸다


이제 그가 2001년 봄부터 남이섬 사장이 되어 남이섬을 확~ 바꿔놓은 이야기 몇 대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는 안정적인 삶이 보장된 서울 모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나이 마흔아홉에 아무 경험도 없는 관광분야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남이섬 CEO가 된 강우현의 첫 번째 슬로건은 ‘유원지를 관광지로!’ 였다고 합니다. 섬에 가득한 나무를 가꾸어 숲을 울창하고 푸르게 만들고, 이름 모를 풀들이 잘 자라도록 하였답니다. 질척거리는 흙길에는 마사토를 부어 걷기 좋은 길을 만들고, 농약을 없앴더니 벌레들이 늘어나고 잇달아 새들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관광지로 탈바꿈시키면서 가장 주력한 일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할 만한 장소를 만드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쓰레기를 바꾸어 예술품을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소주병으로 꽃병을 만들어 판 일 입니다. 유원지 시절 남이섬에는 유람객이 버리고 간 소줏병 천지였다고 합니다.

그는 남이섬 이곳저곳에 쌓인 소줏병을 꽃병과 타일로 재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김니다. 유리공예 예술가를 초대하여 소주병으로 꽃병을 깨진 병으로는 타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천으로 널린 게 소줏병이니 재료 걱정은 없으렷다. 날마다 소줏병 재활용 작업을 했다. 비틀어 꽃병으로 만든 것은 꽃병으로 팔고, 반반하게 타일로 만든 것은 남이섬 화장실 벽게 붙이거나 호텔 카운터 장식품으로 사용했다. 호텔 카운터는 무려 3천여 개의 술병을 녹여 만든 타일을 옆으로 차고차곡 쌓아 완성한 것이다.”

그는 참이슬 병으로 이슬정원을 만들었고, 내버린 술병으로 만든 정원은 남이섬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사진 촬영장소 중 한 곳이 되었다는 것 입니다. 그는 쓰레기를 쓸애기로 만든 이것을 땜빵경영이라고 이름 붙였더군요.

참이슬 빈병이 '이슬정원'으로 탈바꿈

소줏병으로 만든 이슬정원이 유명해지자 화장품 회사에서 ‘설화수’라는 화장품 병으로도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남이섬 입구에는 세르비아 조각가인 우로쉬 샤네비치에 의해서 만들어진 설화수병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참이슬 병을 재활용한 것보다 더 기가 막힌 땜방 경영사례도 소개하고 있는데 바로 가을 남이섬의 은행나무 숲길입니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많은 서울 송파구는 해마다 가을이면 은행잎을 치우는 것이 골칫거리였다고 합니다. 매년 은행잎을 치우는데만 구청예산이 4천만 원이나 들었다고 합니다.

강우현 사장은 송파구에서 버려지는 은행잎 200톤을 남이섬 은행나무 길에 뿌려놓았다고 합니다. 가을 내내 은행잎이 수북이 깔린 은행나무길은 남이섬이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는 것 입니다. ‘송파은행나무길’이라고 이름 지워진 이 길 역시 쓰레기를 ‘쓸애기’로 만든 사례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가을 내내 밟고 다녀 다 문드러진 은행잎 어떻게 처리할까요? 그냥 저절로 썩어 없어질 때까지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겨울이 되면 다 문드러진 은행잎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또 다른 관광자원이 된다고 합니다.

“낙엽을 태우는 냄새와 연기가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피어오르면 사람들은 연기가 연출해내는 신비감에 홀려 연기 나는 쪽으로 몰려온다. 낙엽을 태우는 늦가을, 매캐한 연기를 따라 추억이 피어나는 풍경 스토리가 있는 관광아이템이 또 하나 태어난 것이다.”

송파구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부처 쓰레기로 버려질 운명이었던 은행잎은 남이섬으로 시집을 와서 풍성한 은행 나무길로 낙엽을 태우는 냄새와 향수를 자극하는 연기로 재활용되었다가 마침내 타버린 재는 나무 거름으로 활용된다는 것입니다.

낡은 것은 낡은 것으로 다스린다.

남이섬에는 지은지 30년이 다된 허름한 호텔이 있었다고 합니다. 비 오면 비가 새고 추운 겨울엔 가끔 보일러끼지 터지는 낡은 호텔이었는데, 리모델링을 하려면 25억 원쯤 들어야하는 골칫거리였다고 합니다.

이열치열, 열을 열로 다스리듯이, 낡은 것은 낡은 것으로 다스리는 것이 강우현식 상상망치였다고 합니다. 그가 상상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하자 낡은 호텔은 대변신이 이루어졌습니다.

“낡은 것을 남루하게 여기면 퇴락이지만, 세월의 연륜으로 여기면 고색창연디아. 덜렁 문만 있던 호텔 정문에 불에 탄 소나무를 헐값으로 사다 껍질을 벗긴 나무 예약실로 꾸몄다. 건물 외관과 내부구조를 그대로 살린 채 실내를 꾸미기 시작했다. 화가, 공예가, 작가들에게 40여 개의 방을 갖자 마음대로 디자인하고 꾸며보라고 했다.”

지원금은 200만원, 자존심을 먹고 사는 예술가들은 돈 액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자신만의 인테리어로 방을 꾸몄다고 합니다. 얼마 후 45개의 방은 모두 200만원짜리 인테리어가 아니라 2천만 원 이상의 갤러리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지금 남이섬 호텔은 방 번호 대신에 예술가의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 입니다.

“호텔엔 신문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다. 심지어 전화도 없다. 라디오 한 대, 그리고 책을 꽂아 놓았다. 창을 열면 북한강 강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풀벌레 우는 소리에 깜박 잠이 들었다 싶으면 뻐꾸기 우는 소리에 잠이 깬다. 예술가의 방에서 예술과 하룻밤 동침한 손님들을 새벽 물안개가 맞는다.”

남이섬 호텔 정관루는 물안개와 예술의 향취와 복잡한 세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적막한 고요함을 기본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호텔 밖에서는 피어오르는 연기, 낙엽 타는 냄새, 모닥불, 바람소리, 별무리를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구요.

남이섬 CEO 강우현은 남이섬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때를 묻는 손님들에게 어떤 대답을 할까요? 그가 권하는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오늘’이라고 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 정말 가고 싶을 때 그날이 바로 가장 좋은 날이라고 말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다르고 좋은 남이섬은 좋은 기분을 파는 곳, 지금 기분을 새롭게 하는 곳이기 때문에 바로 오늘, 바로 지금이 가장 좋다는 것 입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좋은 곳이 남이섬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것 입니다.

<강우현의 상상망치>를 통해 그가 살아 온 삶을 살짝 엿보면 남과 똑같이 않게 살아가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은 거꾸로 행동은 반대로 하는 삶,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력이 오늘날 강우현식 성공을 이루는 밑거름이었습니다.

참 아이디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고 합니다. 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훈련으로 끝말잇기를 추천하더군요. 처음과 끝 단어를 정해놓고 중간에 들어가는 단어를 이어가는 끝말잇기는 그가 즐겨하는 상상놀이라고 합니다.

"상상력이 쓸모가 생기면 아이디어가 되지만, 그냥 지나가면 상상, 공상, 망상, 허상이 된다"고 합니다. 아이디어는 실패를 먹고 산다는 것도 그의 지론 중 하나입니다. 실패는 늘 그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것 입니다.

그러나 <강우현의 상상망치>를 읽으면서 제가 찾아낸 강우현의 성공비결은 빼어난 아이디어나 탁월한 디자인 혹은 역발상,상력, 창의력이 아니더군요. 제가 발견한 비결은 강우현의 ‘마음먹은 대로 살기’였습니다. 그는 돈이 되는 일이건 아니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사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강우현의 역발상 아이디어 말장난

내버리면 청소, 써버리면 창조
팔리면 상품, 안 팔리면 작품
있는 대로 써먹고, 가진 것으로 승부한다.
답을 낼 수 없다면 문제를 말하지 마시라 !
낡은 건물은 전시관으로 빈터는 공연장으로
돈 있으면 누가 못하나? 맨손으로 이루는 것이 아이디어다
유원지를 관광지로, 소음을 리듬으로, 경치를 운치로
잡초를 화초로, 술병을 꽃병으로, 남이섬을 남의섬으로
처음에 돈이 없어 재활용, 지금은 습관이 돼서 재활용
고드름으로 더 추운 겨울을 만드는 건 표현의 자유
남이섬에서 일본인 결혼식을 허락한 건 친절의 자유
쓰레기나 젓가락으로 간판을 만드는 건 창작의 자유

남 하는 일 반대로만 하다보니 역발상경영
생각나는 대로 꾸미다 보니 상상경영
버리는 것 다시 쓰다보니 창조경영
사진 찍힐 곳 많이 만드니까 디자인경영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 10점
강우현 지음/여성신문사(나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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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 볼수록 너무 기발하다, 멋지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엽이라는 쓰레기를 멋진 자연풍경으로 되돌려버리는 그의 상상력에 부러움을 마구마구 느꼈답니당^^ㅎ
    답글

  • 구르다 2009.11.20 19:12

    사보고 싶군요. 안그래도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중이었는데..
    답글

  • 바람흔적 2009.11.20 23:37

    잘 읽었습니다. 자주 들려 좋은 글 자주 접하도록 하겠습니다
    답글

  • 거다란 2009.11.21 10:57

    저는 은행잎 치우는 거 제일 이상합니다. 저 좋은 걸 왜 버리나 싶습니다. 아마 윗사람 중 몇몇이 그걸 싫어하니 그렇겠죠.
    답글

    • 이윤기 2009.11.22 16:47 신고

      어떤 분들은 길 거리 은행잎을 쓰레기라고 생각하실거구요. 강우현 사장은 은행잎을 넉넉하고 풍성한 가을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소품으로 생각하였던 것 아닐까요.

      지자체에서도 특정 구간을 정해서 치우지 않고 가을낙엽길, 은행나무길 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