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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방송 출연 동영상, 내가 원작자인데도 저작권 위반?

by 이윤기 2009.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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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에 여름 휴가로 지리산 길을 다녀온 이야기를 제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오마이뉴스 기사로도 올렸습니다. 기사가 나간지 몇 주가 지난 9월 초에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 제작팀에서 제가 쓴 글을 보고 방송용 에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대략 2달 정도의 제작 기간을 거쳐서 지난 11월 19일(목)에 방송이 되었습니다. 정규 방송 시간이 오전이라 가족들도 대부분 시청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글쓰기로 생긴 특별한 행운(?)을 주변 사람들에게도 좀 알리고 싶어서 블로그에 이 소식을 포스팅하였습니다.

<관련기사> 2009/11/22 - [블로그] - TV 동화 행복한 세상, 주연으로 캐스팅 !



주변 사람들이 KBS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시청하는 것이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고화질 파일로는 다시보기를 할 수 없어서 사람들이 제 블로그에서 직접 볼 수 있도록 동영상 녹화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날 방송분만 파일로 저장을 하여 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위의 사진으로 보시는 것 처럼 Daum측에서 "방송사 및 저작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비공개처리를 해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원작자인데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을 잠깐 하였지만, KBS와 맺은 계약내용을 살펴보니 원작자인 저에게는 법적으로 아무런 권리가 없었습니다.

KBS를 탓할 수도 포털 다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더군요. 모두가 적법한 절차를 따라서 이루어진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갑이 원작을 사용하여 제작한 제 2조 제 1항의 각 호 소정의 2차적 저작물, 편집저작물 및 이러한 2차적 저작물 또는 편집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새로운 2차적 저작물 또는 편집저작물에 대한 국내외 방송권(지상파, 유선, 위성DMB, IPTV 등), 복제 배포권, 전송권, 공연권, 자료이용권, 전시권, 출판권과 기타 위 저작물들과 관련된 저작재산권 및 2차적 저작물 등의 작성권 일체는 갑에게 귀속된다."

이미 제가 위와 같은 계약을 맺고 도장도 꽉~ 찍었더군요. 결국 저는 이 작품에 대해서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것이지요. 방송국측은 방송제작뿐만 아니라 책 또는 전자책으로 출판할 권리, 휴대폰 모바일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2차 저작물 제작 권리를 갖는 것으로 되어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계약 당시에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았기 때문에 이런 사실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프로그램이 제작되어 방송이 되고보니, 제가 주인공으로 나온 작품을 제 블로그에 올릴 수 있는 권리마저도 없다는 것이 좀 안타까웠을 뿐 입니다. 계약 내용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그래도, KBS 덕분에 아들녀석과 보낸 여름휴가의 추억을 에니메이션으로 소장할 수 있게 된 것은 특별한 기념이 될 것 같습니다. 엊그제 KBS에서 소장할 수 있도록 저희가 출연하였던 TV 동화 행복한 세상 '아이는 길에서 배운다'를 CD에 담아보내주었습니다.

유명작가가 아니니 저작권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계약을 맺지 않으면 에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더군요.

저는 기본적으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다른 사람의 사연을 방송으로 만드는 여러 TV 프로그램들의 모든 권리를 방송국이 독점하는 저작권은 좀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없지 않습니다.

아울러 저작권을 인정해주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생각도 들구요. 단순히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본주의 시장원리에만 맡겨져 있는 저작권의 가격을 사회적으로는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일을 경험하면서 연예인들도 신인시절에 이런 식으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나중에 인기스타가 되고 나면 계약을 변경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