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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보도블럭 한 장 25만원 도저히 이해 안 되더니...

by 이윤기 2009.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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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25만원짜리 보도블럭을 아시나요?"라는 기사를 읽고 깜짝놀랐습니다. 저는 양덕초등학교 근처와 마산역 앞에 설치된 LED 발광형 보도블럭을 보며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장에 25만원이라는 가격을 알고나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경남도민일보 12월 14일 기사 -
25만원짜리 보도블럭을 아시나요?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 한 장에 25만원 넘는 보도블럭 보셨나요?

더 많은 시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매주 방송을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자 칼럼 시간에 방송을 하였습니다. 아래는 김훤주 기자님의 기사를 토대로 쓴 방송 원고입니다. 아~ 그리고 저도 현장을 직접 확인하려고 마산양덕초등학교 앞 건널목을 다시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습니다. 한 장에 25만원 하는 이 보도블럭을 만든 회사의 대표가 마산 수정만에 STX 조선 공장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던, 마산발전 여성모임의 멤버 중 한 명이시더군요. 어제 파비의 칼라테리비에 포스팅 된 기사를 보니 수정만 사건과 관련하여 '헤프닝'을 벌였던 모양입니다. 이런 공로를 인정 받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더군요.


파비의 칼라테레비 -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 문제의 발광형 점자 보도블럭입니다. 사진에 찍힌10장 가격만 250만원이네요.

최근 마산, 창원시내 여러 곳에 밤이 되면 노란 빛이 들어오는 발광형 보도블럭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창원의 경우 봉곡상가 네거리와 신월동 한전 삼거리, 신월초등학교 앞, 반송초등학교 앞, 반송중학교 앞, 도계주유소 앞 등에  1억 5천 여만원을 들여 LED 발광형 보도블록 603장을 설치하였다고 합니다.

마산에는 제가 가끔 다니는 마산 양덕초등학교 부근 건널목에 밝은 빛이 나오는 LED 발광형 보도블록이 횡단보도 입구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저는 가끔 이 길을 지날 때마다 가로등이 어두운 곳에서 횡단보도를 쉽게 식별할 수 있어서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 보도를 보면 이 보도블럭 한 장의 가격이 25만 8500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저는 평소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보도블럭 한 장 가격이 25만원이나 한다는 데는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산 내서읍 중리 마산밸리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개발하여 발명특허를 취득한 이 제품은 가로, 세로 30cm이고 두께는 6cm이며 한 장 당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하여 25만 8500원이라는 것 입니다.

아무리 특허 받은 제품이라고 하지만 보도블럭 한 장에 25만원이나 한다는 것은 선뜻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 입니다. 제품을 제작한 업체에서는 저 시력 장애인의 점자 블럭 인식 효과 극대화, 교통신호 대기선의 경각심 높임, 한밤중 자동차 운전자에게 건널목 인식에 효과, 아름다운 도시조명 등을 꼽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발광 다이오드 보도블럭이 설치된 횡단보도 건널목을 건너보았지만 야간에 횡단보도를 쉽게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한 아름다운 도시조명, 운전자 건널목 인식효과 등과 같은 기대효과는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교통안전을 위한 시설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사실 이 발광보도 블럭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든가 하는 객관적 근거는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교통안전에 기여하는 기대효과를 감안하였을 때, 과연 적절한 가격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본 양덕동 횡단보도 양측에는 모두 40장의 발광 보도블럭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시공비용을 제외하고도 대략 10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 것 입니다. 일부러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예산을 1000만원이나 들여서 발광 보도블록이 설치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멀쩡한 보도블럭을 뒤집어 새로 보도블럭을 설치하는 예산 낭비를 못마땅해 하는 시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횡단보도 입구에 조명이 있는 밝은 보도블럭이 설치되었기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1000만원씩 들여서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사업, 과연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정책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 KBS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 12월 15일 방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