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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자전거 헬멧 안 쓰면 애들만 다치나요?

by 이윤기 2009.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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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왜 14세 미만 어린이만 적용하나?

얼마 전, 국토해양부가 자전거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국토해양부는 자전거 이용자 증가에 따라 매년 늘어나고 있는 자전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하여 여러 가지 종합대책을 세워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자전거 도로의 설치기준 강화,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하여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에 대한 설치 기준 강화, 자전거 도로 안전 진단 실시, 야간 운전을 위한 안전장비 설치 의무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책은 바로 ‘14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안전모 착용 의무화와 음주운전 금지 규정’입니다.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안전모 착용 의무화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포함시킨다고 합니다. 미국, 호주를 비롯한 외국에서는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100달러 미만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자전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모 착용 의무화나 음주운전 금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안전모 착용 의무를 만 14세미만 어린이 탑승자에게만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통문화운동본부나 도로교통안전공단 등에서 조사한 성인과 청소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자전거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특별히 14세 미만 어린이들만 안전모 착용을 기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인이나 어린이 할 것 없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가 안전모 착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유독 14세미만 어린이 탑승자에 대해서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이에 따라서 자동차 안전벨트 착용 의무를 다르게 적용하지 않는 것처럼 안전모 착용 의무 규정을 도입하려면 자전거를 타는 모든 국민에게 착용의무를 지우던지 아니면, 모든 국민이 똑같이 그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자신의 안전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2008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할 때도 어린이 안전모 착용과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규정을 신설하려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슬그머니 철회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여론의 반대 때문에 어린이에 대한 헬멧착용을 의무 조항은 슬쩍 끼워 넣었지만 벌칙조항을 만들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여론의 반대를 피해가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시할 수 없는 14세미만 어린이들에 대해서만 헬멧착용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이는 선거권도 없는 만만한 국민이기 때문에, 혹은 나이가 적기 때문에 어른들이 마음대로 불평등한 의무를 부과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옛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진다고 하였습니다. 자전거 안전모 착용, 어른들이 먼저 본을 보이도록 법률 개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KBS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 12월 29일 방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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