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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사연 많은 16년 지기와 헤어지다

by 이윤기 2010.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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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사연 많은 16년 지기와 아쉬운 이별을 하였습니다. 누구냐구요? 

살아(?) 있었다면 오늘 16번째 생일을 맞는 제 자동차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 생일은 1994년 1월 14일입니다. 지난 연말 폐차장으로 보내지지 않았다면 오늘이 바로 만 16년째가 되는 날 입니다. 지난 16년 동안 이 차를 타는 동안 워낙 많은 일을 함께 겪었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 못지 않게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막상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날은 참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기아차 굴뚝 마크가 붙어 있습니다. 
오래된 프라이드는 많이 있지만, 마크 붙은 차는 좀 귀한 편입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 마크가 원형으로 바뀌었지요.


2009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 노후차 세제 감면 혜택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제 수명을 끝까지 누리지 못하고 제 곁을 떠나보냈습니다. 어차피 오랫 동안 더 탈 수 있는 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세제 혜택 때문에 억지로 폐차장으로 몇 달은 더 타고 다닐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 때문에 더 서운한 마음이 컸습니다.

아마 제가 직접 폐차장까지 차를 몰고 갔었다면 눈물을 참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다보니 단골 카센타 사장님이 필요한 부품을 골라내고 폐차를 대행해주셔서 폐차장까지 함께 가지는 않았습니다.

16년을 함께 지냈던 자동차와 헤어지는 것이 서운하여 나름대로 여러가지 궁리를 안 해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동차를 아버님 명의로 바꾸고 저절로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조금 더 함께 나고 다니는 방안을 생각해보았지요. 그러나 새로 산 차를 두고 헌 차를 타고 다니는 것도 웃기고, 세금과 보험료를 고스란히 물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가까운 누군가에게 차를 그냥 주는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워낙 낡은 차였기 때문에 선뜻 가져가겠다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후배 중에 한 명이 타겠다고 나섰지만, 타임벨트 교체 시기가 임박하였고, 라이닝을 비롯한 몇 가지 소모품을 교체해야 한다는 카센타 사장님의 충고를 듣고는 '폐차'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괜히 낡은 차 타고 다니다가 후배가 사고라도 당하면 서로에게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수출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국내의 낡은 차들이 저개발 국가로 수출되어 사용되고 폐차시 고철값 보다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충고를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고차 수출도 연식이 너무 오래된 차는 곤란하다고 하더군요. 결국 제 차는 저개발 국가에 가서 수명을 이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위에 보시는 사진은 폐차장으로 떠나기 직전 단골 카센타에서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만 16년을 탄 차 치고는 외형도 깨끗한 편이고 주행거리도 19,3917 킬로에 불과합니다.

1994년에 차를 구입하여 처음 10년 정도는 평균 주행거리가 연간 1,5000킬로 정도 되었지만, 6~7년 전에 이사를 하여 출퇴근 거리가 5분여로 줄어들면서 주행거리가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차를 세워두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 날도 많았고, 차가 낡으니 장거리 여행 때는 제 차를 기피하게 되어 연간 5000킬로미터도 타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주행거리가 짧아도 세월이 흐르는 만큼 각종 부품은 노후화 되어 2~3년 전부터 운행 중에 멈춰 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적지 않은 수리 비용이 들어서 신차 구입을 저울질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새차를 구입하여 할부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는 낡은 차를 고쳐타는 것이 경제적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을 하여 16년을 함께 지내게 된 것이지요. 아울러, 연비가 좋은 신차를 구입하는 것보다도 이미 생산된 낡은 차를 오래 타는 것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부담이 더 적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시내 주행 중에 멈추는 것은 보험회사의 긴급 출동 서비스를 통해 어렵지 않게 해결하였지요. 그러나 3년 전 여름에는 광주를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멈췄을 때나, 2년 전 경주를 다녀오다 고속도로에서 멈췄을 때는 심각하게 폐차를 고민하였습니다. 



광주를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멈춘 날은 '곡성' 근처로 견인을 하면서 수리비가 10만원 이상만 나오면 '폐차'를 하겠다고 함께 타고 가던 일행들에게 공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수리비가 7만원 밖에 나오지 않아 몇 년을 더 같이 지냈지요. 

경주를 다녀오다 고속도로에서 멈춘 다음부터는 시내 주행용으로만 주로 이용하였지요. 김해, 진주 보다 먼 거리는 절대 운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탔지요. 신차를 구입한 1994년부터 폐차가 된 2009년 12월 30일까지 저 혼자 이 차를 운전하였기 때문에 저는 작은 이상이 있어도 쉽게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헤어질 날이 임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폐차를 하지 않으면 1년 정도는 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쉽게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막상 헤어지고나니 여간 서운하지가 않습니다.  


제 인생의 30 ~ 40대, 16년을 함께 지낸 나의 '프라이드'에 얽힌 이야기를 몇 번 더 포스팅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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