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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16년 정든 차, 20년 못 채운 이유

by 이윤기 2010.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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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16년 정들었더 프라이드를 폐차하였습니다. 기아자동차의 성공 신화를 이끌었던 차이고 당시 기술로는 동급 차 중에서 '단단하게 잘 만든 차'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10년이 넘은 차를 타고 다닐 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프라이드' 참 튼튼한 차라는 이야기 많이 들었답니다.

관련기사 2010/01/14 - [시시콜콜] - 사연 많은 16년 지기와 헤어지다




웬만하면 폐차 안 시키고 20년을 채워보리라는 생각도 여러 번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만16년이 될 때까지 꿋꿋하게 타고 다녔지요. 앞서 포스팅에서 밝힌 것 처럼, 제가 낡은 프라이드를 폐차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2009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 노후차 세제감면 혜택을 놓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16년 정들었던 프라이드를 폐차할 수 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차가 너무 많이 낡았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가끔 제차를 함께 타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여러가지 노화 현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안전을 위협 할 만한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사실, 겉 보기에 제 차는 멀쩡해보이고 관리도 잘 한 편입니다. 그래서, 10년쯤 차를 탔을 때부터 제가 새로 차를 구입하면 이 차를 타겠다는 후배가 있었습니다. 원래 이 후배에게 차를 물려줄 생각을 하였으나 저만 알고 있는 제 차의 '노화현상' 때문에 결국 폐차 결정을 하였습니다. 남들은 잘 모르는 16년 된 프라이드의 '노화현상'은 이렇습니다.




운전석, 트렁크에는 비가 샌다

첫째, 비가 오면 비가 샜니다. 아주 심각한 현상은 아니지만 비가 온 다음 날 운전석 바닥에 물이 질척질척하게 고일정도로 비가 샜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농담 삼아 '우산 쓰고 타야겠네' 하시는 분도 있었답니다. 아무튼 신문 3~4일치를 바닥에 하루, 이틀 정도 깔아두어야 물기가 제거되곤하였습니다.

비가 새는 곳은 운전석 뿐만 아니었습니다. 벌써 4~5년전부터 트렁크에 비가 새기 시작하였습니다. 단골 카센타에 수리를 부탁해 보았지만, 트렁크에 비 새는 것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폭우라도 쏟아진 다음에는 트렁크에 물이 출렁출렁 할 만큼 고여있는 날도 있었습니다. 트렁크 바닥에 있는 예비 타이어 휠이 모두 녹슬어버리더군요.

트렁크에 물을 빼내느라고 자세히 보니 바닥에 고무 마개 같은 것이 있더군요. 이 고무마개를 빼냈더니 바닥으로 구멍이 뚫여 물을 쉽게 뺄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아예 바닥에 있는 고무마개 3개를 모두 빼두었습니다. 비가 오면 트렁크에 물이 들어와도 이 구멍을 통해 모두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말 입니다.

비가 오는 날 불편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창문을 내리면 낭패를 볼 수있습니다. 제가 타던 프라이드는 앞 유리만 전동식인데, 비가 오면 어떤 날은 유리창이 올라가지 않고, 어떤 날은 스위치를 올리면서 손으로 유리창을 함께 밀어주어야 올라갔었답니다.


가끔 기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신호대기시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냥 쑥~ 밀려내려간다


중요한 노화현상이 몇 가지 더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가끔 기어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입니다. 어떤 날은 1단 기어가 또 어떤 날은 후진 기어가 들어가지 않는 것 입니다. 처음 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날은 벽을 향하여 앞쪽으로 주차를 해두었는데, 후진 기어가 들어가지 않아 차를 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후에 출발하기 위하여 1단 기어를 넣는데 기어가 들어가지 않아 당황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현상이 자주 나타나면서 대처할 수 있는 요령도 터득이 되더군요. 기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신속하게 왼발로 클러치를 여러번 밟았다 떼면 기어가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요령을 터득 한 후에도 가끔씩 교차로에서 기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고 빵빵 거리는 뒤차들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

브레이크 장치에도 이상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제가 차를 폐차 시킨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평소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은 이상없이 되었지만, 2년쯤 전부터 교차로에 신호대기 하면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면 힘없이 스르르 밀려내려 가 브레이크 패달이 바닥에 닿아 버리는 겁니다.

석전 사거리 같은 언덕길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할 때는 반드시 주차 브레이크를 당기고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브레이크 패달의 압력이 빠져나가 버리는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제가 타고 다니는 동안 주행중에 제동을 할 때는 브레이크에 이상이 없었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 되어 불안하기는 하였습니다. 카센타 사장님께서는 수리는 가능하지만 비용이 상당하다는 말로 은근히 폐차를 종용하셨지요.

사실, 브레이크 장치에 이상이 있었기 때문에 차를 후배에게 줄 수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타임벨트, 라이닝을 비롯한 여러가지 소모품 교환주기가 임박하였기 때문에 적어도 40~50만원 정도 들여서 정비하지 않으면 안전하게 탈 수 없는 차라는 '진단'을 받았답니다. 16년된 제차가 보험가액이 30만원으로 잡혀있었는데, 50만원을 들여서 수리하고 타야 한다니까 모두들 포기하더군요.

동전으로도 열리는 첨단(?) 자동차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노화현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 차는 열쇠로 문을 잠궈도 그냥 열수가 있습니다. 3~4년 전부터 다른 차 열쇠를 넣어서 돌려도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얼마간 지난 후에는 차 열쇠가 아니어도 적당한 쇠붙이를 끼워서 돌리면 문이 열리고 나중에는 동전으로도 문이 열렸습니다.

아주 최근에는 제가 차 안에 키를 두고 내렸는데, 빳빳한 명함을 적당한 크기로 접어서 열쇠구멍에 넣었는데도 문이 철크덕 하면서 열리더군요. 그렇지만 남들은 제 차 문이 이렇게 열리는지 몰랐기 때문에 도둑을 맞은 일은 없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노화현상 때문에 제가 계속 탔다면 더 탈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공짜로도 타라고 권하기 어려웠습니다. 제 차의 이런 노화현상을 자세히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하루 빨리 차를 바꾸라고 권하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