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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어떤 경우든 체벌은 교사의 패배다

by 이윤기 2010.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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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하이타니 겐지로가 쓴 <아이들에게 배운 것>


<아이들에게 배운 것>을 쓴 하이타니 겐지로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늘의 눈동자>, <바다의 풍경> 등 국내에도 널리 소개된 세계적인 어린이 문학작품을 쓴 일본 작가다.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은 대표작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비롯하여 40여 권에 이른다.

현대 일본아동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인 하이타니 겐지로는 수많은 작품을 통해서 이른바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는 나약한 인간성을 성찰하고, 참된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 그리고 참된 교사로서 살아가는 길을 보여준 작가였다.

특히, 인간과 인간의 관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연기적 세계관과 자연주의적 생명사상으로 그려냈을 뿐 아니라 17년간의 교사 생활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삶과 참된 교사로서 길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에게 배운 것>은 그가 작품 활동과 생활 속에서 깨달은 인생철학을 압축한 것으로 '어린이는 인간의 뛰어난 원형'이라는 생각과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교육원리를 잘 보여주는 어린이론과 교육론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배운 것>은 NHK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인간대학'이라는 교양강좌 시리즈에 약 2개월에 걸쳐 방영했던 내용을 활자로 옮겨 쓴 12편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첫 번째 에세이 '어른보다 어른이 아이들' 편에서는 어린이 잡지 <기린>에 실린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몇 편의 글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마음에 가는 작품은 1학년 야마쿠치 마사요가 쓴 것이다.

인형은
백화점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나는 어디에서도 살 수 없다.
온 세상에
나는 딱 하나
그런데 엄마는
나를 야단친다.
(본문 중에서)

이 책에 나오는 여러 편의 아이들 글 중에 가장 마음에 닿은 글이다.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글이다. 다른 글을 한 편 더 읽어보자.

사람을 키우는 가치 있는 교육이란?

"소가 병이 났습니다. 가즈마사네 집 소보다 엄청(심한) 병에 걸렸습니다. 내가 소 외양간에 들어가서 소 다리를 지푸라기로 문뎠더니(문질러 주었더니), 눈물이 마음 속에서 울고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6학년이 되도록 맞춤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사와 마사히코라는 어린이가 소에 대하여 쓴 산문 글을 소개하면서 아이들에게 '가치 있는 교육은 무엇일까?'하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집니다.

"교육은 양날의 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어린이가 생명에 대해 품는 연민을 인간의 아름다운 정신이라고 보는 것도 교육이 아닐까요? 혹은 그런 것은 무시하고 표기법이 잘못됐으니 고치라고 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어느 쪽이 사람을 키우는 가치 있는 교육일까요?" (본문 중에서)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가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하세요? 많은 경우 우리는 머리로는 쉽게 생명에 대한 연민을 품는 아이의 마음을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표기법을 고치라고 교육하면서 살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른이 되면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지만, 많은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나면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이제 자신과 관계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잊고 살아가기 때문에 어린이가 배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른은 더 이상 배우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운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울 뿐만 아니라 배움은 반드시 어떤 상대를 통해서 일어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배우고 변화하는 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동료가 필요합니다. 동료란 선생님이기도 하고 부모님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혹은 자연이기도 합니다. 책도 그중에 포함되겠지만 책은 어차피 사람이 쓴 것이니 그냥 사람의 변형이라고 생각합시다." (본문 중에서)

나와 상대는 서로 배우는 관계이고, 그것은 교사와 어린이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초임 교사 시절에 만났던 '마코토'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그가 2학년인 마코토를 만났을 때는 학교에서 이 아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말썽꾸러기였다고 합니다.

어느 미술시간, 마코토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도화지를 여러 장 가지러 나옵니다. 역동적인 그림을 그리던 아이는 여러 장을 연결해서 그리는 것이 불편하자 더 큰 종이를 달라고 합니다.

젊은 하이타니 선생은 더 큰 종이를 요구하는 아이를 위해서 윤전기에 사용하는 두루마리 종이를 사다주고 넓은 강당 바닥에 펼쳐놓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러자 마코토라는 말썽꾸러기는 대형벽화를 완성시키고, 돔을 그려 장식하는 굉장한 그림을 그려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마코토를 통해 어린이들이 가진 가능성, 엄청나게 큰 가능성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 시간에 한 장의 그림만 그려야 한다는 것은 교사가 만든 틀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린이가 그 틀에서 빠져나갈 정도로 큰 힘을 보일 때에는 교사가 그 틀의 제한을 없애 주어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

마흔 명의 아이를 맡은 교사는 아이들에게 맞는 마흔 가지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고 말 합니다. "마흔 명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하나의 답만을 가르친다면, 그것은 교육도 뭣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늘날 우리는 마흔 명이 아니라 나이가 같은 전국에 있는 수만 명의 아이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하나의 답만을 가르치는 교육도 뭣도 아닌 짓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교사가 할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어떤 경우든 체벌은 원칙적으로 교사의 패배다

체벌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은 어떨까요? 그도 초임 교사 시절에 아이들을 때린 적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도 당시 아이를 체벌한 것은 미숙함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합니다.

"체벌은 원칙적으로 교사의 패배입니다. 감정적으로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교육적 배려에서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체벌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도 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선생은 교육은 혼을 키우고 묶어가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사물은 사용할수록 닳아 줄어들거나 없어져 버리지만, 교육에 의해 배양된 사람의 혼은 마음속에 살아남아, 살아가면 갈수록 더 커져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는, 슈운코라는 중학생이 쓴 글을 통해 수업이란 무엇인가 하는 또 다른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집니다.

"나는 무척 지쳐 버렸습니다. 하지만 숙제를 해야만 하고, 나는 학원에 가지 않았지만 다니는 사람은 어디 자유시간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즉 생각하는 시간이 없었던 겁니다. 공부 말고 더 소중한 것을 원하는 만큼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슈운코라는 아이는 등교를 거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지요? 학교 공부나 수업이라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슈운코의 글입니다.

"우리들보다 오래 산 어른들이 가르쳐 줬으면 하는 것은 수학이나 영어만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인간으로서 소중한 것이 뭐냐하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이런 아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온갖 규칙으로 아이들을 속박하는 것은 교육의 패배라고 규정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억눌리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숙제를 잊어 버려서 이유를 말하라고 야단맞고, 이유를 말하니까 '변명하지 마라' 하고 또 야단맞았다." (본문 중에서)

답을 찾아내려고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

또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같은 답, 하나의 답만을 요구하는 교사의 자세에 대해서도 꼬집고 있습니다. 이런 교사의 자세가 바뀌지 않으면 교육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이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이지요.

"답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답을 찾아내려고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수업시간에는 그러한 사실이 잊히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발로 걸으려고 하는 아이일수록 문제아 취급을 당하고 마는 겁니다." (본문 중에서)

그는 이런 교육현장의 관행을 <하늘의 눈동자>라는 작품에 나오는 린타로를 통해서 고발하고 있습니다. 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린타로이지만 학교에서는 늘 엉뚱한 아이 취급을 당하고 마는 것이지요.

또한 작가는 자신이 만난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탁월한 교사였던 하야시 다케지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이 쓴 감상문을 통해 바람직한 수업과 좋은 교사가 어떤 것인지 알려줍니다.

"하야시 선생님이 모두에게 말을 걸 때도, 웬지 나에게만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다 같이 수업을 받고 있을 때도 왠지 주위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야시 선생님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을 건다. 나는 선생님이 말을 걸으셨을 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난처했습니다. 하나만 나는 틀려도 돼 하는 기분으로 대답했습니다. 하야시 선생님의 공부는 즐거웠습니다. 늘 하는 공부보다 즐거웠습니다. 조금 단순했지만, 조금 어려웠습니다." (본문 중에서)


인간과 자연을 위한 진정한 교육은 생명교육

마지막으로 하이타니 겐지로는 생명을 가르치는 교육에 대하여 말합니다. 오키나와 섬에서 체험을 통해 자연과 생명에 대하여 배웠다고 고백합니다.

"이 섬에는 잠수 물고기잡이를 전문으로 하는 어부는 몇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한 번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은 곳에는 짧으면 보름, 길면 몇 개월 동안 다시 가지 않고 '비워' 둡니다. 물고기의 성장을 기다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본문 중에서)

또한, 잠수 물고기잡이 어부들은 숙련도와 상관없이 어획량을 똑같이 나눈다고 합니다. 솜씨가 좋건 나쁘건 상관없이 함께 고기잡이를 나가면 늘 똑같이 나눈다는 것입니다. 하이타니 선생은 <아마존의 교장선생님>이란 에세이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서는 자연과 관계 맺는 생명에 대한 생각을 들려줍니다.

"한 그루의 나무에 열매가 열리면 그 3분의 1은 우리들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서 신께 감사하고 따 먹는다. 다른 3분의 1은 우리들의 자손을 위해서 따지 않고 나무에 남겨 둔다. 나머지 3분의 1은 우리의 생명 이외의 생명들을 위해서 나무에 남긴다." (본문 중에서)

"나는 오키나와에서,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생명의 의미를 배웠다.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다른 무수한 생명이 그 생명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상, 내 생명 또한 다른 생명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상이 인간의 성실함을 낳고 상냥함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배웠다. 하나의 '생명'속에는 수많은 '죽음'이 살아 있으며 온갖 고통과 번민이 깃들여 있다. 그것이 흙속의 양분처럼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고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작가의 말)


그는, 진정한 교육에는 '생명의 교육'이 그 배경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무리 많은 지식도 사람의 행복을 위해 활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깔보거나 남의 불행 위에서 지위나 재산을 얻는 도구, 자연을 파괴하거나 때로는 사람을 죽이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합니다. 교육은 반드시 모든 생명에게 도움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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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본N 2010.01.10 07:52

    굉장히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글의 제목이 참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은공감을 하고있습니다 ^^ 한국의 교육방식에 회의를 느낍니다. 이제껏 보고 들은 많은 교사들의 수업방식이 소개된 책 내용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기때문입니다. 그들의 수업방식은 아이들을 위한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정답에대한 집착을 가르치는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글 속 아이가 말하는것이 쉽게 공감되는것을 보면 어쩌면 그만큼 우리의 교육방식이 잘못된것임을 증명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답글

    • 이윤기 2010.01.11 17:36 신고

      하이타니 겐지로는 참 많은 영감을 주는 교사이자 작가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아도 사람은 교사의 역할을 할때가 있습니다.

      교사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사람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