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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명, 평화

백명이 깨달으면 세계가 변한다

by 이윤기 2010.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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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나이 유키오가 쓴 <백마리째 원숭이가 되자>




친한 후배에게 꼭 사주고 싶은 책이 있어 인터넷 헌책방을 검색하다가 <백 마리째 원숭이가 되자>(후나이 유키오/사계절)는 다소 엉뚱하지만 반가운 제목의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였으니 내용은 살펴보지 못하였고, 예전에 어느 강연회에서 들은 적이 있던 '백 마리째 원숭이 현상'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다 싶어 제목만 보고 우선 책을 주문하였습니다. 다행히 책은 제목대로 내가 찾던 책이었습니다.

처음 '백 마리째 원숭이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한 적이 있는 꽤 유명한 선배 활동가의 강연에서였습니다. 지구 환경파괴와 인류의 미래에 관한 안타까운 현실과 생태적인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한 후에 참 어렵고 느리고 더딜 것 같지만, 세상은 반드시 바뀐다고 하는 메시지를 전 할 때 바로 '백 마리째 원숭이 현상'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때만 해도 쉽지 않은 세상의 변화에 대한 희망을 나누는 메시지 정도로만 생각하였습니다. 그렇지만, 후나이 유키오의 책을 읽는 동안 '백 마리째 원숭이 현상'은 진리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백 마리째 원숭이 현상은 일본 교토대학 영장류연구소의 실험에서 비롯되었으며,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는 원숭이 수가 임계치를 넘으면 그 행동은 섬의 무리 전체로 확산될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다른 장소의 원숭이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1950년 교토대학 연구원들이 일본 고지마 섬이라는 무인도에 살던 원숭이 20마리를 대상으로 고구마를 먹이화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고구마에 묻은 진흙을 손으로 털어먹었는데, 어느 날 원숭이 한 마리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먹기 시작하자 다른 원숭이들도 따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957년에는 섬에 살고 있는 20마리의 원숭이 중 15마리가 '고구마 씻어먹기'를 행하게 되어 섬의 원숭이들이 모두 고구마를 씻어 먹게 될 즈음에 놀라운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 섬에 멀리 떨어진 다카자키 산에 살고 있던 원숭이들도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고지마 섬과 다카자키 산은 지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바다로 막혀 있기 때문에 서로간의 직접적인 접촉은 불가능하였다고 합니다.

'백 마리' 구체적인 수 아닌 임계치... 원숭이뿐 아니라 인간도 예외 아니다

이 불가사의한 현상을 '백 마리째 원숭이 현상'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미국의 뉴에이지 과학자 라이언 왓슨입니다. 고구마를 씻어먹는 원숭이 수가 임계치를 넘으면 그 행동은 섬의 무리 전체로 확산될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다른 장소의 원숭이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백 마리'는 구체적인 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임계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백 마리째 원숭이 현상'을 보다 과학적으로 정의한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 '로퍼트 셜드레이크'입니다. 그의 가설을 요약하면 "생물의 모양과 행동양식, 또 이 세계의 물리적 시스템은 '유형의 장'의 성립과 그 공명에 의해 과거의 형태로 인도되며 그것을 계승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원숭이뿐만 아니라 인간도 예외가 아니며,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납니다. 즉, 이 세상 모든 유·무형의 존재들에게서 관찰되는 현상인 것입니다. 이것을 '셜드레이크 가설' 또는 '유형의 장과 공명이론'이라고 합니다.

셜드레이크 가설은 1982년부터 1994년까지 구미의 생물학자, 심리학자, 물리학자 등을 중심으로 대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실험이 실시되었으며, 그 결과 이 가설은 정설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 가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했던 실험 중 몇 가지가 이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숨은 그림 찾기 실험은 영국에서 TV방송을 통해 숨은 그림 찾기의 해답을 방송(2백만 명이 시청)하기 전과 후에 TV를 보지 않은 실험집단이 숨은 그림 찾기의 답을 얼마나 잘 찾을 수 있는가를 실험한 것입니다. 이 실험결과는 방영 후의 인식도가 2배나 높았으며, 먼 지역의 사람들은 3배가 높았다는 것입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자장가 따라 부르기 실험은 외국인에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자장가의 원곡과 실험용 자장가를 노래도 모르고 언어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배우게 하였을 때 원곡을 배우기 쉽다고 하는 것을 확인한 실험입니다. 원곡은 실험용 노래에 비하여 2배에 가까운 인식률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진짜와 가짜가 섞인 히브리어 48단어를 인식하는 실험, 모르스 부호를 인식하는 실험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실험들은 한 결같이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것을 더 쉽게 인식할 수 있고, 사람이 어떤 진리를 기억하면 유형의 장이 형성되고, 다른 사람에게로 공명해나간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실험들입니다.

"개개인이 의식을 바꾸면 종과 사회 전체가 변해 가는 것"

실험들의 결론은 "진리는 기억하기 쉽고 학습하기 쉬우며 확산되기 쉽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것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 임계치에 도달하면 그것은 만인에 대해 진리가 됩니다. 개개인이 의식을 바꾸면 종과 사회 전체가 변해 가는 것입니다. 즉, 백 명이 깨달으면 세계가 변하는 것입니다.

일본 최대의 경영 컨설턴트 회사의 CEO인 저자 후나이 유키오는 "백 마리째 원숭이 현상은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에 따른 전지구적 위기, 가치관의 붕괴에 따른 사회 혼란, 잘못된 경영 이념으로 말미암은 기업들의 저성장 등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참으로 중요한 원리를 제공한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깨달으면 백 명이 변하고, 백 명이 깨달으면 세계가 변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나부터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이 책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경영컨설턴트인 지은이는 "상대방을 완전하게 제압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독점해야만 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강자와 약자가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자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경쟁 회사를 전부 없애버리면 더 이상의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적자생존의 참된 의미가 경쟁과 대립의 결과인 도태가 아니라 강자와 약자의 공존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이 시대에 있어서 중요한 경영 논리일 뿐만 아니라 생존 논리"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현관용 매트와 자루걸레 렌트 체인 회사인 다스킨의 '양심경영' 사례와 마루이 백화점의 소비자를 신뢰하는 신용카드 발행절차 간소화 사례, 그리고 월마트의 소비자 중심의 적극적인 반품정책을 사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손해도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백 마리째 원숭이 현상'은 손해를 택하는 기업만이 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사회와 소비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을 때, 사회와 소비자는 기업의 뜻에 공명하여 보다 많은 이익을 회사에 돌려주는 '백 마리째 원숭이'가 된다는 것입니다.

어디 그 뿐일까요? "너만 TV 안 본다고 세상이 바뀌냐? 너만 유별나게 채식을 한다고 지구가 살아나냐? 너만 혼자서 노력한다고 환경이 좋아지냐? 너만 절약한다고 석유값이 내리냐? 너만 혼자 농약 안 뿌리고 유기농 농사 짓는다고 논밭이 살아나냐? 너만 혼자서 무농약, 유기농 먹고 오래 사는가 보자"라는 주변의 비난과 핀잔에 마음이 꺾이는 사람들에게 '백 번째 원숭이'가 나타날 때까지 나와 함께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늘려 가다보면, 어느 순간 모든 사람들의 삶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책을 받고 보니 1996년에 출간된 책이었습니다. 초판이 나온 지 딱 10년이 된 책입니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을 찾아보니 절판이 된 것으로 보아 많은 사람에게 읽히지 못한 책임에 또한 분명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묻혀있는 보석과 같은 책입니다. 서평을 보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는 독자가 있다면 헌책방을 뒤지는 수고나 제법 규모가 큰 도서관으로 발품을 팔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서평을 쓰게 된 이유는 '세상을 바꾸고 싶은 희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내가 깨달으면 백 명이 변하고, 백 명이 깨달으면 세계가 변한다는 확신과 지금 당장,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나부터 시작하면 희망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눌 수 있는 책'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지은이 후나이 유키오 역시 독자들이 "책을 읽은 후에 (백 마리째 원숭이 현상을 믿고) '좋은 세상 만들기'에 큰 활약을 해줄 것"을 기대하였기 때문입니다.

※ 2006년 5월에 오마이뉴스에 썼던 글 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설날에 소개하고 싶은 책입니다.
※ 이 책은 품절입니다. 헌책방에서 구해야 할 겁니다.

백 마리째 원숭이가 되자 - 10점
후나이 유키오 지음, 김장일 옮김/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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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 임종만 2010.02.15 13:08

    귀한책 소개 감사합니다.
    언제 함 읽어봐야겠네요.
    유익하고 따뜻한 한해되십시오^^*
    답글

  • 아빠곰 2010.02.16 11:25

    재밌어보이는 책이네요 :) 소개 감사드립니다.
    답글

  • 폭풍을뚫고 2010.02.16 22:55

    책 제목을 보니 에소테릭아젠다 와 카이메티카 라는 다큐멘터리가 생각나네요. ^^
    답글

  • 모모 2010.02.17 10:53

    최근 관심사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꼭 보고 싶은 책입니다. 언뜻 느끼기에는 지난번 제가 소개한 <집단정신의 진화>와 유사한데요. 생물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밈'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하죠. 슈만의 지구공명주파수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아무튼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답글

    • 이윤기 2010.02.17 18:17 신고

      몸+마음 = 밈 이라고 한다더군요.

      몇년전 법률 공부하는 지인에게서 '마인드 바이러스'라는 책을 소개 받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그냥 지나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