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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먹거리

사방팔방 휘젓는 지랄탄 닮은 ‘멜라민’

by 이윤기 2008.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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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라민, 광우병 쇠고기, GMO 옥수수 보다 더 위험할까? 

2007년 중국에서 만들어진 멜라민이 포함된 동물사료가 미국으로 수출되었다. 이 때문에 사료를 먹은 수많은 개와 고양이가 미국에서 멜라민이 포함된 사료를 먹은 동물들이 죽어나갔다. 2008년 들어 중국에서 수만 명의 아이들이 멜라민이 포함된 분유를 먹었으며, 이로 인하여 4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산 멜라민 파문이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홍콩과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산 유제품을 수입하는 모든 나라로 확산될 뿐만 아니라 분유에서 시작된 멜라민 공포가 과자, 커피 프림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처음에 국내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 제조해 온 과자 몇 종류와 민물고기 양식 사료에서 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식약청 발표 후에 하루가 지나지 않아 커피 프림을 비롯한 국내에서 유통되는 과자 수백 종류에 멜라민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멜라민’ 성분이 포함된 과자로 가장 먼저 문제가 된 해태제과는 대국민사과를 준비 중이라고 하고, 국내 커피와 프림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동서식품은 자사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고 한다. 롯데제과는 중국 현지법인인 '롯데 차이나 푸드'에서 생산된 초콜릿 쿠키에서 허용치를 초과한 공업용 멜라민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올 봄 생쥐머리 새우깡에 이어 여름 내내 광우병 쇠고기로 촉발된 촛불집회로 이어지다가 이번엔 ‘멜라민’파동이 벌어졌다. 봄에 터진 생쥐머리 새우깡은 날아가는 방향이 예측 가능한 최루탄 수준이었는데, 가을에 터진 멜라민 파동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지랄탄 같다. 

80년대에 경찰이 시위 진압을 할 때 사용하던 페퍼포그 차량에서 발사되던 다연발 최루탄 을 속칭 ‘지랄탄’이라고 불렀는데, 쉬쉬식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져 사방팔방으로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지랄 같아 붙인 이름이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멜라민 파동이 꼭 지랄탄 같다. 대륙에서 반도로 그리고 전 세계로 날아가 쉬쉬식 소리를 내며 사방팔방을 휘젓고 다니며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멜라민 성분 아니어도 이미 위험한 가공식품

대통령은 식약청을 방문해서 “부정식품 마약과 관련해 엄정하게 처벌하도록 규정을 바꿨으면 한다”고 말했단다.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문제는 문제이지만, 더 기본적인 문제는 OEM(주문자 상표부착방식)식품과 수입식품 첨가물 표시 헛점을 고쳐야 한다.

수입식품이나 OEM 식품 원료 산지 표시는 해당 제조국 표시 규정을 따르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중국에서OEM으로 생산되는 제품은 중국 표시규정만 지켜도 되는 것이다.

수입농산물을 원료로 국내에서 만든 가공식품의 경우도 가장 비율이 높은 성분 두 가지만 표시하도록 하여 주원료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생산국을 알 수 없도록 되어있다. 또한 원산지가 자주 변경 되거나 변경이 예상되는 경우는 그냥 수입산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일반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는 상품표시와 원산지 표시를 살펴보아도 원재료가 중국산인지, 베트남산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니까 괜찮을 것 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값싼 중국산 원료로 만들어진 가공식품을 구입하였다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멜라민’ 폭탄이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동안 스페인에서는 인간광우병으로 모자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탈리아에서는 광우병이 재발하였다고 하는데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백만 명이 넘게 모여 백 일이 넘는 촛불집회를 하였던 나라 언론은 짤막한 단신으로 처리하고 있다.

나도 도무지 옥수수와 콩을 비롯한 GMO농산물과 광우병 위험 쇠고기는 마구잡이로 수입해도 되고 멜라민 분유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도대체 유전자 조작 옥수수나 광우병 위험 쇠고기가 멜라민 보다 더 안전하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멜라민이 아니어도 이미 가공식품에 포한된 첨가물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각종 화학첨가물과 인공색소 그리고 쇼트닝 같은 나쁜 기름이 마구잡이로 사용되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멜라민’이 아니어도 아픈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 뻔하다.

커피 프림 속 식용유는 안전한가?

커피 프림에 중국산 멜라민이 포함되었다는 보도가 나가자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커피회사에서는 자사 제품은 중국산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안전한 먹거리인 것처럼 홍보하고 나섰다. 사실, 멜라민이 아니어도 커피크림은 안전한 먹거리가 아니다. 

커피프림은 물과 식물성야자유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약간의 우유성분이 포함되는데, 이 우유 성분에 멜라민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멜라민도 위험 물질이지만, 멜라민이 들어있지 않아도 물과 식물성야자유를 섞어놓은 커피 프림은 결코 안전한 먹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을 비롯한 나쁜 기름 온갖 화학첨가물과 인공 색소, MSG, 정제당이 뒤범벅된 대부분의 공장 가공식품은 멜라민이 들어있지 않아도 안전한 먹거리가 아니다. 안전한 식품은 원재료가 되는 안전한 농산물을 담보로 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멜라민, 광우병, GMO는 모두 더 값싼 제품을 만들어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고 하는 인간의 탐욕이 빚은 결과물 일 뿐이다. 이제 우리에게도 다른 길이 필요하다. 쿠바와 같은 나라에서 확인된 경험에 비춰보면, 결국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는 소농 중심 농촌공동체가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

사람도 살리고, 자연도 살리고, 도시도 살리고, 농촌도 살리는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중심에 두는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