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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부모, 처부모 어느쪽 먼저 절 해야하나?

by 이윤기 2010.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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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결혼식에 갈 일이 많았습니다. 블로그에도 결혼식 다녀온 이야기를 여러번 썼구요.  어제 또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오래전부터 모임을 함께하는 선배가 사위를 맞이하였습니다. 마침 결혼식 주례를 맡은 분 역시 모임을 함께하는 선배였습니다.

주례를 맡은 선배는 '처음'이라는 단어로 주례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결혼하는 신랑과 신부, 처음 주례를 맡은 자신, 처음 사회를 보는 사회자, 그리고 각각 맡아이를 결혼시키는 양가 부모님... 모두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툴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짧은 주례사였는데도 대부분 내용은 모두 까먹었습니다. 딱 하나 신랑과 신부에게 모두 따라하도록 이른 한 구절만 정확히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결혼을 왜 하는가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왜 결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주례를 맡은 선배는 "사랑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주례를 맡은 선배가 결혼 할 때, 자신의 주례 선생님께 받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다."

결혼은 사랑의 결과나 열매가 아니라는 뜻이겠지요. 결혼이 곧 시작이라는 의미일겁니다. 신랑, 신부에게 다음에 나이가 들어 다른이의 주례를 맡으면 이 이야기를 물려주면좋겠다는 당부도 하더군요.

결혼식이 마무리 될즈음 사회자가 신랑, 신부가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도록 하겠다는 안내를 하자, 주례를 맡은 선배는 하객들보다 양가 부모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도록하겠다고 양해를 구하였습니다.(아마 사회자는 좀 당황스러웠겠지요)

결혼식장에는 주례 선생님이 가장 큰 권한을 가진 분이니 누구도 거부할 수 없었지요. 주례께서는 신랑, 신부에게 양가부모님께 인사를 올리자고 하였습니다.

바로 그때, 주례 선생님이 정말 신랑을 당황하게 하는 말을 하였습니다.

"신랑에게 묻겠습니다. 양가 부모님 중에서 어느쪽 부모님께 먼저 절을 올리시겠습니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결혼식장에서 신랑에게 이런 난감한 질문을 하는 주례 선생님은 처음 보았습니다.  신랑도 신랑이지만 지켜보는 제가 다 당황스럽더군요.

결혼식을 지켜보는 하객들도 술렁거렸습니다. "세상에 왜 저런 걸 물어보나?", "그걸 어떻게 대답하라고?" 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잠깐의 술렁임이 있은 후에 신랑은 "아내의 본가쪽 부모님께 먼저 절을 하겠다"고 답을 한 모양입니다. 주례께서는 '처가'라는 표현 대신에 '아내의 본가'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주례께서는 신랑쪽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시더군요. "오늘 결혼하는 부부가 신부의 본가 부모님께 먼저 절을 올리니 너그럽게 받아주시라"고 말입니다.

보통 결혼식에서는 사회자가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예를 드리겠습니다"하고 말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처가쪽' 부모님께 먼저 절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신랑은 무릎을 굽히고 큰절을 하는 경우가 많구요.

이때 처가쪽 부모님께 먼저 절을 하는 것은 "딸을 데려간다"는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주례께서는 그런 이유 때문에 신랑에게 어느쪽 부모님께 먼저 절을 할 것인가하고 물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군요.

결혼식장에서는 웃어 넘겼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순서를 정하기 어려운 일이더군요. 더군다나 어느쪽에 먼저 절하는 것이 맞다, 틀리다고 하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되기도하구요.

사실, 결혼식 후에 폐백을 드리거나 할 때는 분명 신랑쪽 부모님이 우선입니다. 폐백에는 '결혼'이 아닌'시집'의 의미가 많이 담겨 있어 신랑쪽 부모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모두 인사를 받은 후에 신부쪽은 부모님만 인사를 받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신부쪽은 아예 인사를 받지 않기도 하더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폐백도 신랑, 신부 양가 부모님이 함께 '절'을 받아야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가 친지들이 한 자리에서 서로 인사도 나누고 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