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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절수기, 수도꼭지는 왜 설명서가 없을까?

by 이윤기 2010.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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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새 일터에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사용하다보니 이것 저것 고치고 손 보아야 할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어설픈 '소사' 생활을 아주 제대로 하고 있는 중 입니다.

장비가 필요하거나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일은 비용이 들어도 기술자를 불러서 해야 하지만, 수도꼭지 교체하고 고장난 변기를 수리하는데는 인건비가 무서워 일일이 사람을 부를 수 없겠더군요.

결국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해보는 수 밖에 도리가 없었습니다. 철물점에서 부품을 사가지고 와서 원래 있던 낡은 부품을 바꿔끼우는 간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더군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을 몇 배나 더 힘들게 하게 된 것은 변기, 수도 부품은 설명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도전한 일은 소변기의 절수기를 교체하는 일이었습니다. 낡은 절수기에서 물이 계속 새어 나오고 있어서 철물점에서 똑같이 생긴 부품을 사 가지고 왔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부품입니다. 화장실로 연결된 수도 메인 밸브를 잠그고 원래 있던 고장난 절수기를 분해하였습니다.

그리고 새로 사온 절수기를 연결하였습니다. 설명서가 없어서 쉽지는 않았지만 몇 차례 실수를 하면서 원래 부착되어 있던 것과 똑같이 조립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런데, 절수기와 소변기를 연결하는 파이프가 규격이 달랐습니다. 원래 연결되어 있던 것 보다 길기도 하였고, 휘어진 정도도 달라서 절수기와 소변기가 정확하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파이프를 휘어보고 쇠톱으로 잘라보고 온갖 시도를 다 해보다가 결국은 철물점을 다시 갔습니다. 철물점에 가서 파이프 규격이 달라서 연결을 못하겠다고 했더니 사진에 보시는 것 처럼 '자바라 호스'를 연결하라고 주시더군요.



세상에 이런 호스가 있었으면 담숨에 작업을 끝낼 수 있었을텐데.......시간 낭비한 것이 아깝고 억울하더군요. '자바라 호스'를 이용하면 아래 사진처럼 길이가 다른 곳에도 쉽게 절수기와 소변기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제일 답답한 일은 설명서가 없다는 것 입니다. 절수기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제품에 포함된 파이프가 소변기와 잘 연결되지 않으면 별도로 판매하는 '자바라 호스'를 이용하라고 안내 문구만 표시해주었어도 몇 시간씩 헛 고생을 하지는 않았을 것 입니다.

몇 시간 헛고생을 하고나니 다른 건물 화장실을 가서도 절수기와 소변기를 자세히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제가 유심히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것이더군요.  '자바라 호스'를 이용하여 소변기와 절수기를 연결한 곳이 여러군데 있더군요. 다음번에 또 절수기가 고장나면 그땐 가뿐하게 수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씽크대 수도꼭지에도 교체 설명서가 없다.


절수기 교체 몇 일 후에 이번에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수도꼭지가 고장이 났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씽크대 수도꼭지를 교체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우선 철물점에 가서 똑같은 모양의 수도꼭지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수도꼭지를 잡고 당기면 긴 자바라 호스가 딸려 나오는 처음 보는 씽크대 수도꼭지였지만, 어려서부터 이것 저것 뜯고 맞추고 하는 일을 즐겨하였기 때문에 이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습니다.

아 그런데, 이건 고장난 수도꼭지를 분해하는데서 막혀버렸습니다. 씽크대 아랫쪽에 3개의 자바라 호스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각각 냉수와 온수호스 그리고 하나는 수도꼭지를 당길 때마다 움직이는 자바라 호스였습니다.

먼저 씽크대에 부착된 수도꼭지를 분해하고 씽크대 아랫쪽의 냉수, 온수 호스를 모두 풀었는데도 분리가 되지 않는 것 입니다. 순서가 틀렸던 것이지요.

위에 사진에 빨간 원으로 표시를 해둔 자바라 호스를 분해하지 않으면 씽크대와 수도꼭지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이번에도 저 밸브를 먼저 분리해야한다는 것을 깨닫는데 30분 이상, 그리고 낡은 밸브가 잘 분리되지 않아서 힘겹게 분리하는데 30분 이상을 헤맸습니다.

마찬가지로 수도꼭지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포장 박스 한 켠에다가 밸브를 조립하는 순서를 그림으로 표시해두었다면 어렵지 않게 교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똑같이 생긴 소변기 절수기나 씽크대 수도꼭지를 교체하시는 분들은 이 글을 보시고 저 같은 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체로 이런 제품은 전문 기술을 가진 설비공사를 하는 분들이 주로 설치하기 때문에 아마 설명서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 처럼 고장난 수도꼭지와 절수기 정도는 직접 수리하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절수기, 수도꼭지 등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을 제조, 판매하시는 분들은 간단한 설치법 정도는 설명서를 만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