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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무기, 마약, 노예와 돈세탁의 공통점은?

by 이윤기 2010.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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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모이제스 나임이 쓴 <불량경제학>


세계시장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끊임없이 세계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무역거래에는 법, 규제, 면허, 관세와 같은 규제를 받아 이루어지는 합법거래가 있는가 하면, 불법, 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어두운 거래가 있으며 그 역시 날로 증가하고 있다.


<불량경제학>은 오늘날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팔리고 있는 세계 암시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불법 마약에서부터 멸종 위기의 동식물, 착취업소로 팔려나가는 인간노예와 성매매 여성, 이식을 위한 시체와 인간 장기, 자동소총과 로켓 발사대, 핵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원심분리기와 초기 화학제품 거래와 같은 '검은 거래'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관대하게 생각하는 해적판 책과 DVD,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그리고 가짜 명품들의 유통구조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으며, 각종 가짜 기계부품과 가짜 의약품, 가짜 비아그라가 만들어져서 소비되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상세히 보여준다.

<불량경제학>을 쓴 모이제스 나임은 MIT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베네수엘라 산업무역장관과 세계은행 행정 디렉터를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국제 관계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파이낸셜타임즈> <뉴스위크> <엘파이스> 등 유수의 간행물에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마약, 인간 장기, 인간노예, 불법무기가 거래되는 이른바 검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유명한 마약상이었던 '바블로 에스코바 가비리아'는 콜롬비아 전체 국가 부채를 갚아주겠다고 제의한 적이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규제와 감시가 통제와 검거, 국경봉쇄와 같은 검은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들이 취해질 때마다 거래 횟수는 줄어들지만 거래로 인한 이익은 오히려 커진다는 것이다. 즉 세계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검은 거래의 규모도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지은이 모이제스 나임은 보통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검은 거래와 관련된 세 가지 착각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검은 거래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검은 거래는 범죄의 범위를 넘어서서 기업형 조직으로 발전하였고, 더 이상 '지하'에 머무르지 않고 합법적 거래와 검은 거래가 뒤섞여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검은 거래는 시장규모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발달은 운송비를 떨어뜨리고 이동시간을 단축함으로 말미암아 시장 자체를 확장시키고 있다. 예컨대 기술발달로 해적판 소프트웨어나 유전자조작 마리화나와 같은 새로운 검은 거래 상품이 생겨나고 있고, 과거에는 불가능하였던 운송시간의 단축으로 원거리 국가로의 인간 장기 이식 밀매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검은 거래는 범죄조직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으며 이들은 합법거래와 불법거래를 넘나들면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국가의 비호를 받으며 성장하기도 한다. 바로 이슬람 핵폭탄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압둘 카디르 칸'과 같은 인물이 그들이다.

검은 거래가 늘어나는 이유

<불량경제학>을 쓴 모이제스 나임이 주장하는 검은 거래가 늘어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유무역협정 같은 합법적인 거래를 장려하는 제도가 검은 거래업자도 이롭게 하며, 민영화와 기업규제 철폐가 되면서 검은 거래가 늘어났다. 또한 신기술의 발달과 외환통제가 사라져서 검은 거래를 위한 돈세탁이 수월해졌으며, 전자화폐나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이 편리함과 익명성을 촉진시켰다. 그리고 또 하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암거래상들은 효율적으로 소통하면서 더 많은 온라인 거래시장을 확장시키게 된 것이다.

모이제스 나임이 쓴 책 <불량경제학>을 통해 국제무기 거래를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놀랄만한 사실들과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무기가 대부분 군사적인 목적으로 생산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반대라는 것이다.

"추정치에 의하면, 개인이나 집단이 소유하는 소총이나 기관총에서부터 수류탄 어깨걸이 미사일 발사대에 이르는 경무기들은 매년 큰 변동 없이 800만개 정도 생산된다. 이들 중 700만개가 상업적 무기로 미국에서 생산되고 판매되며 나머지 100만개는 군사용으로 제작된다."(본문 중에서)

무기제조는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 무기는 상업적으로 거래되기 위하여 제조된다는 것이다. 무기의 상업적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브라질, 가나 같은 나라에서 위조무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나에는 현재 2500개의 중소 제조업자가 있어서 진품과 똑같은 기능을 하는 위조무기들과 1개에 6달러짜리 싸구려 권총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기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폭동그룹, 범죄조직, 반군, 테러집단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무기 월마트는 세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고 무기 확산은 점점 통제 불능이 되어가고 있다.

"1986년 케냐의 시골마을 콜로와에서는 15마리의 젖소로 AK-47 소총을 하나 살 수 있었다. 지금은 5마리면 된다."

이러한 현상은 마약거래, 노예거래, 가짜명품거래, 그리고 돈세탁업과 멸종위기 동식물 거래, 골동품과 미술품 거래에 이르기까지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끊임없이 확산되어 가고 있다. 아울러 검은 거래에 참가하는 중개상들은 이제 품목을 따지지 않고 돈이 되는 모든 것을 운반하고 거래를 성사시킨다는 것이다.

정부가 검은 거래업자에게 밀리는 까닭

모이제스 나임은 이러한 검은 거래의 확산을 무능하고 느린 정부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밀매 조직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정부가 밀리는 것은 구조적인 이유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이다.

"정부기관은 법이 명확히 허용하는 것만을 행하지만, 정부 밖에 있는 자들은 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되는 것만 빼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물론 범죄 조직은 엄격히 금지되지 않은 것과 명백히 금지된 활동 두 가지를 다한다."(본문 중에서)

지은이는 국경을 봉쇄하고 법망을 정비하는 방식으로 불법거래, 검은 거래는 절대로 근절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불법거래에서 판매되는 무기, 마약, 노예와 같은 품목들은 국경이 봉쇄되어 거래가 어려워지는 만큼 한 번의 거래에서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범죄조직을 소탕하거나 두목을 체포하는 것으로도 검은 거래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검은 거래는 전 세계에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네트워크 조직을 형성하고 있으며, 아주 쉽게 새로운 거래선을 복원해내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범죄 전문가는 검은 거래조직의 두목들이 체포되었을 때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좋은 소식은 멕시코 정부가 많은 두목을 체포하고 많은 카르텔을 해체한 것이며, 나쁜 소식은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검은 거래는 높은 수익성이 원인

<불량경제학>을 쓴 모이제스 나임의, 검은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해법은 쉽지는 않지만 의외로 복잡하지는 않다. 그는 첫째로 검은 거래는 낮은 도덕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수익성 때문에 추진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수익구조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요 감소, 마진 감소 그리고 위험 증가와 같은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검은 거래는 합법적 거래와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으며, 검은 거래는 모든 사람을 연관시킨다는 것이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무단횡단을 하지 않으며 가끔씩이라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시민이 인터넷에서 불법 다운 받은 음악을 듣고 가짜 루이뷔통 가방을 산다"는 것.

결국 검은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범죄의 구매자를 처벌하는 것과 같은, 수요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은 거래가 이익을 내는 것을 공격하는 것만이 그 증가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미 1776년 이익의 유인과 생각의 힘에 관하여 아담 스미스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밀수를 하는데 안전하고 쉬운 방법이 있다면 위증을 하지 않는 양심적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밀수품을 사면서 양심의 가책을 가지는 체하는 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위선의 조각으로 간주된다."


불량 경제학 - 10점
모이제스 나임 지음, 이진 옮김/청림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