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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인구 줄어드는데, '도시철도' 진짜 필요할까요?

by 이윤기 2008.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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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산창원진해를 연결하는 도시철도 건설 사업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최근 경상남도는 11월 초에 마산, 창원, 진해 권역 도시철도 건설계획 최종보고회와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상남도 6개시에 걸친 14개 노선이 계획 중인데, 이 중 마산 창원 진해 도시철도 사업은 마산 가포 ~ 창원 삼정자동 ~ 진해를 연결하는 것으로 사업비 1조 6565억 원을 들여서 총 연장 38.6km를 잇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알려진 마창진 도시철도 계획을 보면 마창대교와 같은 정책실패가 다시 재발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마창 대교는 개통 이후 끊임없이 비싼 통행료와 세금낭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모두 잘못된 인구예측과 예상 통행량 부풀리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당시 용역기관은 2016년에 마산, 창원, 진해시 인구가 17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엉터리 인구예측을 근거로 마창대교 조기완공을 주장하였고, 통행량 역시 하루 2만 8천여 대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36%인 만 4천여 대에 불과합니다.

결국 잘못된 기초통계가 막대한 예산낭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새로 추진하는 마창진 도시철도 역시 마창대교와 마찬가지로 지난 2003년 계획수립 당시 마산, 창원, 진해시의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도시규모가 커져서 교통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을 가정하여 세워진 계획입니다.

인구 줄면 교통수요 늘지 않는다.

현재 말썽이 되고 있는 마창대교 민자건설비용이 5760억 원이라고 하는데, 도시철도 마산 창원 진해 노선 공사비는 마창대교 공사비의 3배가 넘는 1조 6565억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서 도시철도를 건설해야 할 만큼 마산 창원 진해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를 연결하는 연담 교통수요가 증가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미래 인구를 예측하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런데, 유독 마산, 창원, 진해를 비롯한 경상남도에서만 인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무슨 특별한 요인이 있는 것일까요?

현재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2023년부터는 총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구 증가로 교통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근거로 마산창원진해를 연결하는 교통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인지 쉽게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한 교통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예측 역시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데, 교통수요만 증가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지만, 사실 교통수요를 유발하는 것은 나홀로 차량과 같은 자가용운행이 진짜 원인입니다.

따라서 교통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예측은 앞으로도 시내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중심에 두는 교통행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다가오는 석유위기 시대에도 자가용 승용차가 정체를 일으키는 에너지낭비형 도시를 만들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실제로, 늘어나는 교통수요는 버스가 자가용보다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하는 대중교통을 중심에 두는 교통정책을 통해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도시철도 없어도 시내버스로 충분하다.

또한 교통계획을 수립할 때는 버스나 택시 등 다른 대체교통수단의 수요 공급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실제로 마산, 창원, 진해의 경우에는 현재 있는 도시를 연결하는 연담교통 수단으로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는데, 배차간격이나 요금으로 인해 시민들이 겪는 불편이 심각하지 않습니다.

출퇴근시간에 교통 혼잡이 있기는 하지만, 이 경우도 자가용 교통량이 많아서 생기는 정체가 원인이기 때문에 버스 전용차선을 확대하는 등 시내버스를 중심에 두는 대중교통체계를 강화하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만약, 인구와 교통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도시철도가 건설된다면 결국 시내버스와 도시철도가 수송을 분담하면서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되면, 시내버스는 승객감소로 인한 적자 폭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시내버스 준공영제 실시하고 있으니 막대한 자치단체 예산이 시내버스 적자보전에 사용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브라질 꾸리찌바를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내버스를 중심에 두는 저렴한 대중교통 체계를 구성하여 성공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 도시철도나 지하철만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지는 판단이라고 생각됩니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광역도시는 지하철 건설로 생긴 막대한 부채가 자치단체의 가장 큰 재정압박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마산창원진해를 연결하는 도시철도 역시 완공 이후에도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막대한 유지 관리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행히, 사업승인과 실시설계까지는 2년 이상이 더 걸린다고 합니다.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용역보고와 공청회에서 미래의 인구와 교통수요를 감안하는 올바른 정책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KBS 창원라디오 생방송 '오늘' 시민기자 칼럼, 10월 7일 방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