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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서평블로거의 노무현대통령 추모 방법은?

by 이윤기 2010.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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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노무현 대통령이 쓴 <성공과 좌절>


"너무 슬퍼하지 마라,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


노무현 대통령이 짧은 유언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난지 어느새 1년이 되었습니다. 전국 곳곳의 추모현장에서 그리고 무수히 많은 인터넷 공간에서 '주옥'같은 추모 글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고 그분이 남긴 유지를 따르는 많은 책들이 출판되었습니다. 줄잡아 40권이 훨씬 넘는 책이 나온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1주기를 맞으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그분을 추모하는 방법이 없을까 꽤 길게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저 잘난 맛에 무릎을 탁 칠 만한 좋은 생각을 해내었습니다. 저는 좋은 책을 찾아 읽고, 좋은 책을 소개하는 글쓰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매년 노무현 대통령 추모 기간에 그 분과 관련된 책을 읽고 소개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미 나온 책만 해도 40권이 넘으니 매년 1권이면 40년은 소개할 책이 있는 셈이고, 앞으로 더 많은 책이 나올 것이니 골라가면서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매년 1권, 노무현 대통령 추모하며 책 읽고 소개하기

노무현 대통령 1주기를 맞으며 첫 번째 소개하는 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석 달 만에 나온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가 날것 그대로 담겨있는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은 작년 10월에 사서 읽다가 끝을 보지 못하고 책꽂이에 묵혀두었던 책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1주기가 다가오는 지난 4월 말 묵혀두었던 책을 꺼내 새로 읽었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회고록은 한참 후에 쓰려고 했다. 아직 인생을 정리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분은 인생을 정리하기에 너무 이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입니다. 이 책의 첫 머리는 '미완의 회고'라는 제목이 붙어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쓴 글인데 준 회고록 성격의 글로서 목차를 포함, 대강의 구성까지만"되어 있는 책입니다. 더군다나 원문을 그대로 살려두었기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되는 대목도 적지 않고 흐름도 뚝뚝 끊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날것 그대로 그분의 생각을 읽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고, 그가 왜 스스로 실패하였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하였는지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대통령이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서 그분의 고뇌를 엿 볼 수 있는 글들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들어 온 아들을 추적하는 언론사 기자들을 보면 쓴 글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왜 저런 장면을 찍어야 할까? 왜 저런 장면을 방송해야 할까? 이럴 때 카메라는 흉기가 된다. 사람의 생각도 흉기가 된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봉하 집은 길에서 마당이 다 보인다. 마당에 나갈 수가 없다. 마당에 안 나가니 부엌 건너편 산에 진을 친다…. 인권이고 뭐고 없다. 겁이 나서 마당에 나갈 수가 없다. 몇 날인지 몇 주인지 알 수도 없다. 몇 달을 갈 것 같다."

"정말 언론은 사회의 공기일까? 정도를 넘으면 흉기가 된다. 카메라도 볼펜도 사람도 생각도 흉기가 된다."

누군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비유하였는데, 어렵게 자란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무관심속에 말라 죽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를 지지하였던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저 현실에 무관심한 동안 이 땅의 민주주의도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1부에 실린 글 중에는 민주주의와 시민주권에 관한 고민의 단상을 기록한 글이 적지 않습니다만, 읽는 사람에 따라서 조금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는 내용들입니다.

 노무현대통령 추모 창원 공연



다큐멘터리, DVD에 못다 담은 이야기들

대신 '제 2부 나의 정치 역정과 참여정부 5년'에 나오는 글들은 어렵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글들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육성기록'인 이 글들은 청와대에서 진행된 4차례의 인터뷰에 바탕을 둔 글인데, 일부는 다큐멘터리로 DVD로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분의 육성을 기록한 어린시절부터 대통령 재직때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글 중 하나는 '바노 노무현과 노사모'에 관한이야기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그분은 '바보'라고 불린 것을 좋아하였답니다. 그리고 노사모는 참여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보통명사라고 말 합니다.

"노사모는 보통명사로서 시민적 행동의 한 모범입니다… 그러한 시민행동이 살아 있을 때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입니다. 시민의 그런 정신과 행동이 흐지부지되면 우리 민주주의도 결국 흐지부지 되는 것입니다."

그분은 국민들의 의식이 역사, 정의, 민주주의 같은 가치에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흐지부지 되었던 시민들은 그분의 죽음을 맞으며 역사, 정의, 민주주의에 더욱 민감해졌지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분 묘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고 새겼을 겁니다.

한미관계와 이라크 파병에 관한 육성도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였던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파병 문제로 등을 돌렸을 것입니다. 분명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였지만 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분 역시 이라크 파병문제는 역사의 기록에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을 짐작하였답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대통령이 역사의 오류를 기록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즉 스스로 역사의 오류로 남을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부득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참으로 어렵고 무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라크 파병 부대가 '비전투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까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징집하여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가게 하는 일"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였음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언론과의 갈등은 숙명이었다

한편, 그분은 '언론과의 갈등은 숙명'이었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민주화가 된 후 확보된 '자유'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린 것은 자본과 언론입니다. 그분은 특히 언론과 갈등관계에 있었습니다.

"제가 언론과 맞서 싸우지 않았다면 아마 무너졌을 것입니다. 제가 맞서 싸우지 않았더라도 그들이 지금과 다르게 했을 리도 없습니다. 과련 제가 싸우지 않는다고 그들이 참여정부를 좋게 봐주겠습니까?"

그분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정치권력, 시장권력이 아닌 시민권력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언론은 그걸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것입니다.

책을 덮으며 가장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 대목은 바로 다음 구절입니다.

"대통령을 뽑아놓고 그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항상 결과에 실망하게 됩니다. 실망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 한 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그 사회의 중심이 되는 정치세력을 만드는 일, 자각을 가진 시민들이 중심이 되는 시민주권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분은 역사 발전이라는 것, 역사 발전을 뒷받침하는 제도와 문화를 개혁하는 것은 대통령 한두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더라고 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분이 경험하고 깨닫고 후회하였던 모든 일들은 결국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인 것입니다. 그 분이 남긴 소중한 자산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이제 남은 자들의 몫입니다. 먼저, 그의 고민, 그의 후회가 무엇이었는지 알아야겠지요.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책 <성공과 좌절>은 작년 9월에 출간된 후 이미 15만 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 1주기를 맞으며 30% 이상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신도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이 책의 독자가 되어보시기 바랍니다.





성공과 좌절 - 10점
노무현 지음/학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