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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인터넷서점 늑장 택배 이렇게 배상받았다

by 이윤기 201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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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인터넷서점, 택배사 배송료 200% 손해배상 받았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서울 당일 배송, 지방 익일 배송을 광고하는 인터넷 서점에서 3일 만에 책을 받게 해주겠다는 광고 약속을 믿고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날짜에 책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택배회사의 배송 시스템에 오류가 있어 마산으로 배송되어야 할 책이 진해로 배송되었습니다.

인터넷 서점과 택배회사를 상대로 끈질기게 싸워서 배송지연 배상금으로 5000원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제가 주문한 책값은 10,800원입니다. 택배회사가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소비자들에게 배상을 해주는 일이 드문데, 소액이기 때문인지 혹은 유명 인터넷 서점의 이미지 때문인지 비교적 어렵지 않게 손해배상을 받았습니다.

혹, 저와 유사한 피해를 당하신 분들을 위하여, 혹은 앞으로 비슷한 피해를 당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피해자들을 위하여 전후 사정을 좀 더 상세히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인터넷 쇼핑, 택배 회사의 배송지연도 배상 받을 수 있어...

지난 4월 말 중간고사를 앞두고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문제집 한 권을 주문해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학교 앞 서점에 책이 없다”면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 달라는 겁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평소에 제가 주로 이용하는 A인터넷 서점에서는 “지금 주문하면 4일 후에 책을 받을 수 있다”고 나오고 가끔 이용하는 Y인터넷 서점에서는 “지금 주문하면 3일 후에 책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를 하더군요.

책을 주문하는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A인터넷 서점은 화요일이나 되어야 책을 받을 수 있고, Y인터넷 서점은 월요일이면 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Y인터넷 서점에 주문을 하였습니다.

좋은 책을 읽고 소개하는 것을 즐겨하는 저는 주로 A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책 광고를 하고 있고, 그 전부터 오랫동안 이용하던 단골 서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날은 아들이 중간고사를 앞두고 사 달라는 책이라 배송기간이 짧은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도착 예정일인 월요일에 책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주문한 인터넷서점 배송정보를 확인해보니 마산에 도착하여 책이 도착할 것이라고 되어있는데, 막상 책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때만 하여도 하루쯤 늦어질 수도 있겠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화요일 아침 인터넷서점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였더니 택배회사로 직접 연결시켜주더군요.
Y인터넷 서점에 항의 하였더니, 이름도 없는 택배회사에 책임을 떠넘기더군요. Y인터넷 서점과 거래하는 회사는 ‘을’이었는지 배송과정에서 생긴 모든 책임을 자신들이 떠안았습니다.

택배회사 상담원은 배송과정에서 오류가 있어서 제가 주문한 책이 대전터미널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배송과정에 오류가 있어서 진해영업소로 배송이 되어 다시 대전터미널로 회수되고 있는 중입니다. 내일까지 배송이 가능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으면 저 한테 먼저 연락을 해주셨어야지요. 그럼 제가 진해영업소로 책을 가지러 갔을 겁니다. 약속된 배송 날짜를 믿고 주문했는데, 이건 말도 안 됩니다. 회사에서 책임을 지세요.”

택배사 배송 약속 반복해서 '펑크'

저는 Y 인터넷 서점과 택배사에 딱 한 가지만 요구하였습니다. 이미 하루가 늦었지만 배송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손해배상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았고 시험날짜가 임박한 아들 때문에 어쨌든 책을 빨리 받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중으로 그 책을 받아야합니다. 그러니 오늘 중으로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편으로 보내주세요. 그럼, 제가 마산고속버스터미널에 가서 책을 찾겠습니다. 서로 번거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택배 회사와 에서는 끝까지 제 요구조건은 들어주지 않더군요. 제가 요구한 조건은 들어주기 어렵다면서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였습니다.

“인터넷 서점과 택배 회사에 직원이 몇인데 그것이 안 되냐? ”
“고객님 저희 물류센터가 파주에 있습니다.”
“그럼, 퀵서비스를 강남터미널로 보내주던지, 아니면 직원이 강남터미널에 있는 책을 사서 고속버스 수화물로 보내 달라”
“고객님 죄송합니다. 그렇게는 곤란합니다. 내일까지 꼭 배송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 죄도 없는 콜센터 상담원에게 “고객님 죄송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 것도 고역입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자기 잘못도 아닌데 끝없이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비인간적 노동’에 대한 연대의식 같은 것도 있었구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인터넷 서점과 택배사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끝까지 저의 요구대로 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면서 “배송기사에게 부탁하여 내일 오전에 제일 먼저 배달해주겠다”고 하는 데는 도리가 없었습니다. 책 한권 못 받았다고 소송을 할 수도 없고...

콜센타 상담원, 자기잘못 아닌데 사죄해야하는 비인간적 노동

그런데, 다음날 수요일에도 책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대전터미널로 가던 책은 본사로 되돌아가 버린 겁니다. 이날도 택배사 콜센터 상담원에게 죄송하다는 말 무지하게 많이 들었습니다.

택배사 상담원은 Y인터넷 서점에 자기들이 새로 배송요청을 해서 다음날까지 꼭 배송을 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저는 그러지 말고 그냥 고속버스 수화물로 당일 배송을 해달라고 요구 하였고요. 이번에도 콜센터 상담원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수없이 듣고 또 제가 졌습니다. 서울까지 쫓아가 싸울 수도 없고...

또 하루가 지나 목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Y인터넷 서점과 택배회사에서 수요일(제가 고속버스로 당일 배송을 해달라고 요구하던 날) 새로 배송 요청을 한 새로운 책은 또 다시 진해영업소로 잘못 배송되었고 전 날처럼 또 다시 대전터미널로 반송 중 이라는 겁니다. 정말 꼭지가 돌아가더군요.

이건 전적으로 택배회사의 배송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Y인터넷 서점의 물류를 담당하는 택배사는 ‘듣보잡’이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 회사 택배 때문에 울화통이 터진 소비자들이 적지 않더군요.

이번엔 제가 먼저 전화하지도 않았는데 택배사 콜센터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했더군요. 또 다시 죄송하다는 이야기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하였습니다. 저는 이 날도 똑같이 요구하였습니다.

“결국 당신들은 또 약속을 못 지켰다. 이미 배송이 사흘이나 늦어졌으니 오늘 저녁이라도 책을 받을 수 있도록 고속버스 편으로 책을 보내 달라.”

택배회사에서는 이번에도 곤란하다고 하였습니다. 대신 죄송하다는 이야기는 수 없이 많이 하였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죄송하다’는 말은 고만하고 책을 보내달라고 제가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결국 택배회사 상담원은 Y인터넷 서점에 ‘우체국 등기’로 배송 주문을 다시 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참 기가 막힌 일이지요. 택배회사가 자신들의 배송시스템을 못 믿어 우체국 등기를 이용해서 배송을 해주겠다니 말입니다.



배송지연 4일, 약관에 따라 손해배상 요구

결국, 화요일까지 배송해주기로 하였던 책은 금요일에 도착하였습니다. 4일이 늦어져 처음 주문한 날로부터 일주일 만에 도착 셈이지요. 저는 택배회사에 배송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였습니다. 택배회사 약관에는 “배송 지연 1일당 택배요금의 50%를 최고 200%까지 배상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배송지연으로 적지않은 피해를 당했습니다. 아이는 월요일부터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아빠 책 왔어요"하고 문자를 보내옵니다. "응 내일 도착하게 해준대" 이렇게 4일 동안 '부도'를 냈습니다.

아예 직접 책을 사다주려고 마산, 창원에 있는 20여군데 서점에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책이 없더군요. 아내와 아들녀석은 시험공부를 못한 모든 책임을 저에게 돌릴 태세였습니다.

처음 택배회사에서는 Y인터넷서점 포인트로 배상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약관에 그런 내용이 없으니 현금으로 배상해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결국, 며칠 후 제 통장에 5000원이 입금이 되었습니다. 배송지연으로 저와 제 아들이 입은 손해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금액이지만 어쨌던 배상은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Y인터넷 인터넷 서점은 모든 책임을 택배사에 떠넘기고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안하더군요. 손해배상을 Y인터넷 서점 포인트’로는 절대로 안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다시는 이 회사와 거래하고 싶지 않다고 말입니다.

또 한 가지 기막힌 일, 그 뒤로 저희 집에는 똑같은 책이 한권 더 배송되었습니다. 앞서 추가로 배송 요청하였다가 되돌아갔던 책이 뒤따라 온 겁니다. 모두 돌려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