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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아이들은 결혼 상대자로 북한 사람을 좋아할까?

by 이윤기 201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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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정혁 글, 시은경 그림 <나는 통일이 좋아요>

지난 2005년, 전교조 초등위원회에서 을사조약 100주년, 해방과 분단 60주년, 6.15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맞이하여 전국 초등학교 4 ~ 6학년 어린이 1077명을 대상으로 통일에 대한 의식 설문 조사'를 하였다고 합니다.

설문 조사에서 북한 및 통일문제에 대한 소식을 어떻게 접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TV, 라디오, 영화를 통한 접근이 57.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학교현장에서의 수업을 통한 경우가 16%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설문에는 여러 가지 흥미 있는 결과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놀라운 사실 중에 하나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북한 및 통일문제에 관하여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아이들에게는 희망, 꿈, 사랑, 우정 같은 밝고 긍정적인 주제를 담은 책을 권장하는 분위기 탓도 있겠지요. 분단과 통일 평화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룬 책들은 주로 세상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거나 적어도 청소년기를 거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씌어진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민족 통일과 평화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아이들이지만, 분단과 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자료는 잘 준비되어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인 듯합니다. 저희 집 아이들만 하여도 위인전기 셋트에 포함된 김구, 장준하 선생의 전기를 읽은 것이 고작인 듯합니다.

역사적 사실에 뿌리를 둔 균형잡힌 통일 교재

어린이들과 통일과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고 하여 읽어보았습니다. <나는 통일이 좋아요>는 평화활동가인 정혁 선생님이 쓴 책입니다.

정혁 선생님은 오랫동안 통일 교육과 평화교육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실천하는 활동가입니다.

현 정부 들어 교류와 협력의 남북관계가 거꾸로 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6.15 남북 공동선언’의 원칙과 정신을 확인하는 어린이 통일 교재가 책으로 엮여진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혁 선생님이 쓴 <나는 통일이 좋아요>는  모두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가?
▲ 어떻게 분단되었는가?
▲ 통일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나?
▲ 통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 통일 준비는 어떻게 할까?
▲ 상상으로 먼저 해보는 통일

정혁 선생님은 “우리는 한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이 되어야 한다”거나 혹은 “수백 만명의 이산가족이 만나야 한다”는 당위성을 뛰어 넘는 통일 이야기를 어린친구들에게 들려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정혁 선생님의 통일 이야기 중에서 몇 대목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어린이들에게 분단된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남한과 북한은 엄밀하게 따져 전쟁상태에 있습니다. 물론 휴전협정을 맺었지요. 하지만 휴전이란 말 그대로 전쟁을 잠시 중단한다는 거예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가 전쟁을 하다 잠시 중단한 상태라는 것을 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인구의 70%를 넘어섰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전쟁의 위험과 가능성을 깡그리 부정하지는 않지만, ‘휴전’이라는 매우 위험한 현실이 50년이 훨씬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안보 불감증?, 통일 불감증, 평화불감증이 더 문제야 !

어떤 이들은 이런 상황을 ‘안보 불감증’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평화 불감증’, ‘통일 불감증’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입니다. 어쨌든 평화와 통일을 고민하려면 우리가 처한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독일의 통일 사례를 보면서 남한 어른들 중에는 ‘통일 비용’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북한 경제가 우리보다 뒤쳐져 있기 때문에 통일을 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는 겁니다. 이런 어른들의 생각은 어린이들에게도 많이 퍼져있는 모양입니다. 통일이 되면 남한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정혁선생님은 ‘통일 비용 보다 더 중요한 분단 비용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분단 비용이란 남한과 북한이 분단과 대립으로 인해 치르는 부정적인 대가를 말합니다.

“현재 남한의 군인은 67만여 명, 북한은 무려 110만여 명이나 됩니다. 남한과 북한의 군인을 모두 합하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입니다. 인구가 13억 명인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직업 군인이 모여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큰 규모의 군대를 유지하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남한과 북한, 모두 큰 부담이 되고 있지요”

분단 비용에는 이처럼 군대를 유지하고 무기를 구입하고 개발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이산가족의 고통, 서로에 대한 증오심과 전쟁 불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막대한 비용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한 해 30조 원을 국방비로 쓰고 있습니다. 정부 예산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엄청난 비용이지요.......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국가 예산의 1/3 이상을 국방비에 쏟아 붓고 있어요”

사실 남북한 모두 막대한 분단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남한에서는 교육과 복지, 의료와 같은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고 북한에서는 식량난을 해결하고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정혁 선생님의 설명입니다.

통일이 되면, 1000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원하는 사람들만 군인이 되는 모병제를 실시할 수 있고, 국방비를 줄일 수 있으며 남북한의 장점을 활용한 균형있는 경제발전을 토대로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육로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화 시대가 펼쳐진다고 합니다.

통일은 많은 돈이 들어도 남북한 모두에게 더 이익이 될꺼야 !

어린이들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 책에서는 분단의 원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랜 독립 운동이 있었지만, 일본은 미국과 소련에게 항복하였다’는 사실, 미국과 소련이 38선 그었다는 사실과 분할 점령의 원인, 신탁통치가 결정된 과정과 좌우익 대립 그리고 남북한 정부가 따로 따로 세워지게 된 과정을 치우침 없이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오해하고 있고 당시 미국이 반대하였던 ‘신탁통치안’을 중요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신탁통치안
▲ 한국을 독립국가로 재건하기 위해 임시적인 한국 민주 정부를 수립한다.
한국 임시 정부 수립을 돕기 위해 미소 공동위원회를 설치한다.
미국, 영국, 소련, 중국의 4개국이 공동관리 하는 최고 5년 기한의 신탁통치를 실시한다.

아울러, 오랜 분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전쟁 이야기도 어린이들에게 가감없이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시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6.25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대신 남한과 북한의 대결, 미국과 소련의 대결이라는 정치적, 이념적 관점을 넘어 보도연맹 사건, 노근리 사건과 같은 수많은 무고한 죽음 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해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또 분단이 고착화된 과정을 상세히 다룬 것도 이 책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남한에 뿌리 내린 반공주의, 남한의 유신체제와 북한의 유일체제, 미루나무 절단사건(76년 8.18 사건), 1.21사태와(김신조 사건) 684부대(실미도 사건), 그리고 남파 공작원과 북파공작원 문제를 균형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등 북한에서 내려보낸 무장 간첩 사건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도 지속적으로 북파공작원을 보냈습니다. 6.25 전쟁 이후, 남한 당국에 의해 북한으로 파견된 공작원의 숫자는 7000여 명이 넘고, 이중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만 5000여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울러 현재도 여전히 남북관계의 중요한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와 서해방 북방한계선(NLL)과 서해교전 같은 사건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 것도 이 책의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정혁 선생님이 쓴 <나는 통일이 좋아요>에는 이런 안타까운 이야기만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분단 65년 동안 어렵고 험난한 과정을 통해 남북한이 합의한 화해와 평화를 위한 약속과정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의미, 정주영 회장으로 상징되는 남북한 경제협력(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을 비중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과 이웃과 친구가 될 수 있다구요? 그럼 결혼도 할 수 있나요?
통일 교육, 소수자와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시민교육이 기초 !

또 독일, 베트남, 예멘의 통일 사례, 남북한의 통일 방안과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내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입장과 이들로부터 평화통일을 위한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앞서 인용하였던 통일 의식 조사에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을 “한 동네의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와 가까운 친구로 사귈 수 있다" 에 각각 72.5%, 71.6%가 ”그렇다“ 고 답하였지만, "결혼상대로 맞이할 수 있다”라는 질문에는 80.3%가 별로 그렇지 않다 또는 전혀 그렇지 않는 부정적인 답을 하였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북한 사람들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남한 어린이들의 생각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통일 교육이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소수자와 인권을 존중하는 인권교육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혁 선생님은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전쟁을 끝내는 약속인 평화협정 체결, 평화적인 핵문제 해결, 군대와 무기의 축소, 남북한 교류 협력 확대,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소수자와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간인 피해의 원흉인 집속탄 문제나 인도적인 지원의 중요성 등을 다루고 있는 것은 현 정부 들어 후퇴하고 있는 대북정책을 균형감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자는 어린이들에게 통일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고 관심과 교류를 넓히는 것이 통일을 위해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는 통일교육의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몇 가지 수업자료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함께 책을 살펴본 저희 가족들의 평가는 이렇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읽기에는 좀 무거운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평화와 통일을 위해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그냥 읽어보라고 던져주는 책이 되어서는 안된다”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통일을 주제로 수업할 때 유익한 책이다”

정혁 선생님이 글을 쓰고 시은경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나는 통일이 좋아요>는 정성과 노력이 많이 남긴 책입니다. 어린이들에게 해방 이후의 우리 역사와 통일문제 그리고 민족의 미래에 대하여 균형감을 잃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인권 교육, 평화교육 그리고 시민교육의 현장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나는 통일이 좋아요 - 10점
정혁 지음, 시은경 그림/대교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