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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경쟁이 없으면 정말 퇴보할까?

by 이윤기 2010.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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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외 6인이 쓴 <거꾸로 생각해 봐 2>

사람들이 모두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모두 옳은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칼슘의 보고인 우유는 완전식품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오염식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유는 육류가 가진 문제를 똑같이 가지고 있는 '액체 고기'라고 생각합니다.

꽤 오랫동안 수돗물 불소화가 충치를 예방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충치가 없는 사람에게 불소는 위험한 화학물질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고기를 먹어야 몸이 튼튼해진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이 건강을 망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이런 경험은 수 없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 자신이 ‘진리’ 라고 믿었던 사실이 뒤집히는 일은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거꾸로 생각해봐 2>는 경쟁, 소비, 차별, 자유, 약육강식, 효율성, 성장과 같은 주제들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라고 제안하는 책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고, 거꾸로 생각해보면, “세상도 바뀔 수 있고, 나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강수돌을 비롯한 저자들은 모두 경쟁, 소비, 효율성, 성장과 같은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삶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먼저 나온 1권은 승자독식, 공정무역, 과학기술, 돈과 생명, 문학과 삶, 나눔과 공동체,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다루었습니다. 1권이 어느 정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2권이 나왔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강수돌 교수가 던지는 ‘경쟁이 없으면 우리는 발전하지 못할 것인가?’하는 질문은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강교수는 시험과 관련된 우습고도 서글픈 이야기를 먼저 소개합니다.


공부 못하던 아이가 100점 받았을 때 엄마의 반응

평소 시험만 치면 50~60점을 받던 아이가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받았을 때 엄마의 반응입니다.

첫째, “얘 그거 네 답안지 맞니?” 또는 “너 거짓말하는 거지?”
둘째, “얘 근데 너 말고 100점 맞은 애들 너희반에 몇 명이나 더 있니?”
셋째, “얘 중간고사보다 기말고사가 더 중요해. 지금부터 딴생각 말고 당장 기말고사 준비해 !”
넷째, (아이의 뒤통수를 때리며)“야 이녀석아 ! 이렇게 잘 할 수 있으면서 왜 진작 이렇게 못했어”

왜 아이와 엄마의 관계는 시험 점수와 석차에 의해서 규정되고 있을까? 사실 많은 가정에서 아이의 성적 집안 분위기 혹은 가족의 행복과도 직접 관련이 있다.

점수가 높고 등수가 좋으면 집안이 화목해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가족(특히 부부)간에 갈등이 싹튼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책임을 추궁하거나 떠넘기는 일이 필연적으로 벌어진다.


결국 아이들에게 학급 친구는 모두 경쟁상대일 뿐이다. 어디 학급 친구뿐인가 동년배의 모든 아이들은 모두 경쟁상대인 것이다.

“나말 열심히 잘해도 별의미가 없다. 아무리 내가 잘하더라도 다른 아이들이 더 잘해 버리면 나는 꼴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말고 다른 아이들이 더 잘하면 나는 그 아이들이 미워지고 그를 못 따라가는 나 자신도 미워진다.”

이것이 경쟁이 만들어내는 세상입니다. “친구가 행복하면 내가 불행해지고 내가 행복하면 친구가 불행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경쟁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강수돌 교수는 군대나 학교에서 많이 경험한 ‘선착순’을 예로 듭니다.

직접 경험해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선착순’은 정말 가장 대표적이고 치열한 경쟁구조입니다. 선착순 달리기에서 순위에서 탈락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순위 안에 들어온 사람조차도 경쟁을 통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운동장을 더 돌아야하는 불행을 면제 받을 뿐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경쟁구도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말할 것도 없이 경쟁구도를 만들어낸 교사 혹은 군대라면 지휘관을 위한 것입니다. 선착순이라는 경쟁구도는 모든 동료를 경쟁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통제를 용이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아이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는 어른들이 평범한 우리 모습입니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행복해 질 수 없습니다. 선착순 달리기와 같은 경쟁체제 아래에서는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다 성공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쟁과 약육강식이 생태계의 법칙이라구요?

경쟁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연은 적자와 강자만의 것이니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자연의 경쟁구도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으니” 무조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다윈의 진화론에 이렇게 나와 있다고 믿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이은희는 다윈은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윈은 ‘발전하다’는 의미가 담긴 진화라는 말조차 조심스럽게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생물체의 변화 우열과 관계있는 것이 아니라 오리려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개체가 선택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변이를 가진 개체 가운데 유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가 오래 살아남고 더 많은 자손을 남겼기 때문에 발전하는 듯이 보이지만 실상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었다는 겁니다.

“만약에 진화가 모두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타난다면 어두운 동굴 속에 사는 동물의 눈이 퇴화된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자연의 선택을 받는 우연한 변화의 연속일 뿐, 거기에 숨은 의도 따위는 전혀 없다.”

“가장 고등한 존재라는 인간도 물속에 들어가면 단 5분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만다. 물속에 들어간 인간은 고등 생물이기는커녕 ‘하등’생물도 다 아는 ‘물속 산소 이용법’도 알지 못하는 부적격자이자 낙오자일 뿐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예처럼 생물체에서 우열을 가리는 것은 애초부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애당초 다윈은 <종의 기원>을 쓸 때 ‘적자 생존’이라는 단어 대신에 ‘자연선택’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윈의 연구를 살펴보면 약육강식의 논리가 아니라 ‘다양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변화는 생명체가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우연히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생물은 강한 것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진화하였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악어와 악어새처럼 다양한 ‘공생곤계’가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진화론은 다양성과 공존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오늘날 사람들은 진화론을 잘못 이해하는 실수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유가 넘쳐나는 세상, 과연 자유로운가?

자유란 무엇인가? 흔히 자유란 나의 삶을 나의 의지대로 결정하는 것을 자유라고 합니다. 그럼, 우리는 자유를 얼마나 향유하고 있을까요? 자신의 삶을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저자 중 한 명인 엄기호는 개인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많이 준다고 해서 자유가 확대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개인에게 자유를 확대시킨 대신에 그 결과에 대해서도 모두 개인이 책임지는 사회는 실제로는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주에게 속해 있는 농노는 흉년이 들거나 농한기에도 최소한의 식량을 제공 받았지만, 농노가 신분해방을 얻어 노동자가 되거나 빈민이 되면 자유인이 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굶어죽을 자유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노동의 자유화’라는 이름으로 전개되는 비정규직 확대는 ‘사회가 개인을 돌보아야 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개인은 탈락과 죽음의 공포를 만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지요.

“이제 인간이 진정 자유롭기 위해서는 사회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사회는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과 재능, 의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성장시켜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것입니다. 개인의 자유는 사회적 책임이 뒷받침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두 번 실패하더라도 영원히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사회에서만 개인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자유의 밑바탕은 바로 생활에 대한 기본적임 보장이라고 합니다. 광범위한 사회보장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유럽에서 대학생은 광범위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학비가 거의 공짜임은 물론이고 대학생들에게 주택보조금도 지불한다.”

공정한 규칙이 통용되는 사회, 약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그리하여 약자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실험과 실패를 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 자유로운 사회라는 것입니다. 저자 엄기호는 진정 자유로운 세상을 꼴찌도 기억하는 세상이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는 1등만 자유롭지만, 꼴찌도 기억하는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유로울 수 있다.”

그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 등수의 맨 꼴찌에 있는 사람조차도 자유로운 세상이 진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지요. <거꾸로 생각해 봐 2>는 일곱 명의 저자들이 쓴 서로 관련이 있는 일곱 꼭지의 이야기를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의 일곱 번째 저자는 자립과 자치 그리고 공동체를 말 합니다.

세상에는 여러 갈래의 다른 길이 있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은을 뒤집어 보면 세상을 보는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제 곧 여름방학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거꾸로 생각해 봐! 2 - 10점
강수돌 외 지음/낮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