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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내집 앞 쌈지공원도 공무원이 관리해야 한다?

by 이윤기 201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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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창원시의 옛 마산지역을 가로지르는 임항선 그린웨이 사업이 졸속의 '조경공사'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제 블로그에 포스팅하였습니다.

10년 넘게 차근차근 만들어 가고 있는 광주의 '푸른길'을 벤치마킹 한다면서 '주민참여'라고 하는 알멩이는 쏙 빼놓고 예산만 쏟아붓은 '조경공사'만 남았다고 말입니다.

결국, 주민을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공원을 만들어도 가까이 사는 주민 조차도 늘 공원을 찾는 손님일 뿐이고, 공무원만 관리해야 되는 그런 공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였지요.

2010/10/14 - [세상읽기] - 알맹이 빠지고 조경공사만 남은 임항선 그린웨이



공무원들이 하면 되는데 힘들게 와그라노?

어제 블로그 포스팅을 한 후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 달쯤 전, 추석 연휴에 주민을 참여시키지 않고, 주민의 의견을 묻지 않은 '조경공사'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직접 체험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옛마산 지역의 구시가지에 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아버지가 사시는 낡은 주택가에 소방도로가 새로 나면서  집 앞에 작은 쌈지공원이 하나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부분 마당이 없는 집들이 모인 동네일 뿐 아니라 동네 가운데 자리잡은 작은 쌈지 공원은 가꾸기에 따라서 동네 사람들을 위한 '정원'이나 다를바 없습니다.

그런데, 돌보는 사람이 없는 탓인지 여름을 지나는 동안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더군요. 가족들은 차례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고, 세살배기 조카를 돌보면서 마침 무료하기도 하여 집 앞 쌈지공원에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풀을 손으로 뽑아내고 있었습니다.

쉬엄쉬엄 재미 삼아 5분 정도 풀을 뽑고 있는데, 이웃에 사시는 아저씨가 저를 보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모처럼 집에 왔는데 힘들게 왜 그러고 있냐? 내가 동사무소에 '풀' 뽑으라고 전화했으니 추석 지나면 나와서 모두 정리할 거다, 그만두고 들어가서 쉬어라. 힘든데 뭐하러 그라노"

이웃 아저씨는 저를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지만, 결국 마을 한 복판에 있는 쌈지공원을 주인처럼 생각하는 주민은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동네에 있는 작은 쌈지공원 마저도 공무원이 아니면 돌보 사람이 없는 것이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누가 주민들을 이렇게 수동적으로 만들었을까요?

제 생각엔 옛 마산시에서 이곳에 쌈지공원을 만들 때,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소방도로 공사를 하면서 생긴 자투리땅에 어느 날 시에서 나와 나무심고 돌 갖다놓고 그냥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저그 땅이라고 저그 맘대로 나무심고, 돌 갖다놓고 갔으니 관리도 저그가 해야지 !"

동네 분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더군요.




처음부터 동네주민들을 참여시켰다면?

만약, 이 쌈지공원을 만들때부터 동네분들을 참여시켰다면 어땠을까요? 조경은 어떻게 할지? 어떤 나무를 심었으면 좋겠는지? 어떤 꽃을 심었으면 좋겠는지? 하나하나 함께 의논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니 그 보다 앞서 소방도로가 나면서 조그만 빈 땅이 생겼을 때부터 동네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의논했다면 더 좋았겠지요.

만약, 그런 과정을 모두 그쳤어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저는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구요?

그건, 쌈지공원 바로 곁에 있는 빈터에 만들어진 텃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깻잎이 자라고 있는 텃밭은 동네분들이 모두 함께 돌보고 있습니다.

골목에 이웃하여 사는 집들이 많지 않은 탓인지 함께 들깨를 심어놓고, 여름내내 필요한 만큼씩 따다 먹는다고 합니다. 딱히 내가 심은 것이 아닌데도 동네 분들이 함께 돌보시더군요.

그런데, '쌈지공원'은 왜 아무도 돌보지 않을까요? 그건 동네분들의 뜻과 마음이 전혀담기지 않은 탓입니다.

주민참여란? 주민들의 뜻과 마음을 담는 과정입니다. 느리고 답답해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자치는 참여를 통해서만 꽃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