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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응급환자 안 받는 미용 성형외과, 왜?

by 이윤기 201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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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가끔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있습니다. 교실 바닥에 넘어졌는데도 이마가 찢어지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졌는데 턱이 찢어지는 일도 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1년에 1~2번씩 이런 사고가 나서 교사들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며칠 전에도 아이하나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얼굴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놀이터에서 뛰어다니면 놀다가 넘어졌는데, 미처 손으로 바닥을 짚지 못하고 얼굴이 미끄럼틀 난간에 부딪힌 것입니다. 눈옆으로 크게 멍이들고 붓고 피부가 약간 찢어졌습니다.

팔이나 다리에 상처가 좀 깊이나면 외과에 가서 몇 바늘 정도 집으면(봉합) 되는데, 상처부위가 얼굴이면 성형외과에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친 아이를 데리고 성형외과에 가면 푸대접을 받기 일쑤입니다.

▲ 포스팅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성형외과 진료창구 입니다.

그냥 외과에 가서 집으면(봉합) 의료보험이 되는데, 성형외과는 의료보험도 적용이되지 않기 때문에 진료비도 적지 않게 부담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친 부위가 얼굴이면 나중에 자라서 흉터가 남지 않도록 성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상처가 났을 때 성형외과에서 집는 경우 대체로 일반 외과에서 치료 받는 비용의 10배쯤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더군요.


응급환자 안 받는 미용전문성형외과?

그런데, 더 큰 문제는 10배 쯤 되는 진료비가 아니라 진료를 해주는 병원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작년 여름 교실에서 놀다 넘어져 이마가 찢어진 아이를 데리고, 근처에 있는 성형외과(개인병원)를 갔는데, 진료를 거부하더군요.

"아이가 교실에서 놀다가 이마가 찢어졌는데요. 흉터가 안 남으려면 집어(봉합)야 할 것 같아서요"
"저희 병원에서는 일반 환자 진료를 하지 않습니다. 다른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아니 애가 다쳐서 피가 줄줄하는데, 따른 병원으로 가라니요? 의사선생님 안 계신가요?"
"일반 환자는 안 받는 것이 저희 병원 방침입니다. 거즈를 드릴테니 피가 흐르지 않도록 꼭 누르시고  다른 병원으로 가 보세요."

너무너무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오더군요. 아무리 따져도 대답은 똑같았습니다. 다친 아이를 데리고 계속 싸울 수도 없고 근처에 있는 다른 성형외과에 갔지만, 똑같은 대답을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도시에 있는 제일 큰 응급의료 지정기관인 대학병원(종합병원)으로 가라고 하더군요. 그곳 성형외과에서는 진료를 해줄거라고 말입니다.


사실, 제가 곧장 대학병원으로 가지 않고 일반성형외과를 찾은 것은 종합병원의 긴 대기 시간 때문입니다. 보통 종합병원의 경우 예약진료를 받기 때문에 응급실이 아니면 2~3시간 기다리는 일은 예사더군요.

얼굴에 상처가 난 아이를 데리고 종합병원을 가더라도 응급실에서는 일반외과에서 처럼 집을(봉합) 수 밖에 없습니다. 종합병원에서도 성형외과 진료를 받으려면, 다른 예약 환자들 뒤에 대기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반(개인)병원 성형외과에서는 미용성형과 같은 수술만 하고, 아이들 얼굴 상처 같은 경우는 진료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며칠 전 아이가 다쳤을 때는 곧장 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대학병원에서도 진료가 안되는 겁니다. 담당 과장님이 오후에 수술이 예약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환자 진료를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 성형외과 홈페이지/ 포스팅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얼굴 상처도 병원 진료 스케줄 없으면 일반외과에서 봉합 수술 받아야

뿐만 아니라 수술이 아니어도 요일 별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제 경우처럼 얼굴에 상처를 입고 곧장 병원을 찾는 경우에 진료를 못받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성형외과 진료를 하는 또 다른 종합병원으로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쪽 병원도 진료를 하지 않을 수 있으니 전화로 확인을 해보고 가세요"
"그럼, 그 병원에도 성형외과 진료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만약, 그 병원에서도 진료를 하지 않으면 그냥 저희 병원 응급실로 가서 봉합하셔야 됩니다."
"응급실에서 성형외과 진료를 해주나요?"
"아니요, 응급실에서는 일반외과 봉합 수술을 해줄겁니다."

세상에 아이가 다쳐서 얼굴에 난 상처를 집으(봉합)려고 하는데, 인구가 100만이나 되는 이 큰 도시에서 성형외과 진료를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참 황당하고 기가막히더군요.

다행히, 다른 종합병원에 전화를 하니 성형외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대신 예약환자가 많기 때문에 곧장 와서 접수를 하더라도 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3시간이든, 4시간이든 기다릴테니 걱정말고 진료나 해달라고 하였지요.

결국, 다른 종합병원 성형외과에서 3시간 넘게 기다린 후에 진료를 받았습니다. 아이 상처는 덧나지 않고 잘 아물고 있고, 흉터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지요.

미용성형만 한다는 일반병원 성형외과 좀 너무하지 않나요?  만약 성형외과가 있는 2군데 종합병원에 동시에 성형외과 진료 스케줄이 없으면 응급 환자들은 인구 100만이 넘는 이 도시 어디에서도 성형외과 진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참 기가 막힌 현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