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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도 보고 뽕도 따는, 착한기업

이윤을 좇아서는 지옥까지도 간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만 좇지 않는 기업은 가능할까?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그런 기업은 가능한가? 사람들은 한 번에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수 없다"고 말한다.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자본주의가 늑대가면을 벗어던지고 양이 될 수도 있을까?

21세기 초반 세계에는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쫓은 사회적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돈도 벌면서 돈을 버는 과정을 통해서, 혹은 벌어들인 돈으로 좋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기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이윤과 공공성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사회의 긍정적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나가고 있다.

이들은 정부나 시장이 실패한 분야에서 눈부신 성공적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을 전 지구적으로 확산시키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데이비드 본스타인이 쓴 <달라지는 세계>는 바로 이런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지구촌 여러 곳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사례들과 사회적기업을 일으키는 펠로들을 돕는 '아소카 재단'의 경험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2007년 다보스포럼에 일단의 사회적기업가들이 초청 될 만큼 지구촌 전체에서 그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사회적기업가들을 ‘세상을 바꾸는 권력’, 즉 새롭게 형성되는 ‘미래의 사회권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노벨상 받은 '그라민은행' 그리고 '아쇼카'

"그라민 은행은 무담보 소액신용대출을 뜻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방식을 처음 창설해 대중화에 성공한 ‘빈민을 위한 은행이다. 방글라데시 출신 경제학자 유누스 박사가 1976년 설립한 이 은행은 2007년까지 710만명에게 61억 4000만 달러를 대출하는 성과를 거뒀다."(본문 중에서)

널리 잘 알려진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인 그라민 은행을 세우고 운영한 공적으로 유누스 박사는 2006년 노벨평화상과 서울평화상을 수상하였다.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유누스 박사가 "빈민과 여성 등 소외 계층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끌어 냈다"고 평가하였단다.

셀제로 그라민 은행 대출자의 97%가 여성들이고, 소액 대출을 받은 많은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함으로써 사회적 지위와 권리도 향상되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에서 수백만 명의 빈곤층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저축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라민은행이 시작한 ‘마이크로크레디트 혁명’은 국제적으로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사례가 알려진 이후 방글라데시에만 500개 이상의 소액신용대출조직이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2005년까지 세계적으로 3100여개가 넘는 소액신용대출제도가 만들어져 8200만 가구의 빈곤을 구제하였다고 한다.

한때 독보적인 존재였던 그라민 은행은 이제 전 세계 무담보 소액신용대출 고객 중 10% 미만에게만 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라민 은행 성공 이야기는 데이비드 본스타인이 쓴 다른 책<꿈의 대가: 그라민은행 이야기>에 상세하게 소개되어있다. 그런데, 데이비드 본스타인은 이번 책 <달라지는 세계>를 통해서 그라민 은행을 세운 유누스와 같은 사회적기업가들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도록 돕는 숨은 공로자를 찾아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가 소개하는 세계 유수의 사회적 기업가들을 후원하고 성장도운 숨은 공로자는 바로 ‘아쇼카’와 아쇼카 설립자 ‘빌 드레이튼’이다.

"드레이튼이 설립한 ‘아쇼카 : 사회를 위한 개혁가들(Ashoka : Innovators for the Public)’은 2006년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미주대륙, 중유럽 지역 등의 68개 국가에서 아쇼카 펠로로 선정된 1820여명의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65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직접 지원했다."(본문 중에서)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아쇼카는 사업전략 분석과 전문적 조언을 제공하였다고 한다. 또한 아쇼카의 엄격한 지원대상 선정 방식 때문에 아쇼카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회적기업’이라는 신뢰를 함께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쇼카는 벤처캐피털 기업과 유사한 형태로 출발하였지만 투자를 통해서 금전적 수익이 아니라 인류사회를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였다고 한다.

"아쇼카가 돌려받고자 한 것은 금전적 수익이 아니었다. 아쇼카는 교육, 환경보호, 지역개발, 빈곤완화, 인권, 의료, 장애, 아동학대 등 제반 사회분야에서 실질적인 개선효과를 보는 것을 이익으로 생각한다."(본문 중에서)

아쇼카는 미국연방환경보호청 보조행정관으로 근무하던, 빌 드레이튼이 35세가 되던 1978년에 세운 사회적기업가 지원 단체이다. 지금은 사회적 기업을 검증하고 지원하는 단체가 늘어났지만, 25년 이상 국제적인 네트웍을 가지고 이 일을 해온 단체는 아쇼카 뿐이라고 한다.

나이팅게일이 백의의 천사라고?

세계적으로 사회적기업 활동의 태동과 성장, 발전 과정을 살펴보려면 결코 ‘아쇼카’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아쇼카가 어떤 시스템으로 지구촌 곳곳에 숨어있는 유망한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 성장시켰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 브라질 농촌에 값싼 전기를 공급한, 파비오 호사
▲ 간호혁명을 일으킨 사회적기업가의 원조, 나이팅게일
▲ 인도에서 긴급아동구호전화를 만든, 제루 빌리모리아
▲ 헝가리에 장애인 생활공동체 네트워크를 만든, 에르제베트 세케레시
▲ 브라질 의료서비스를 개혁한, 베라 코르데이루
▲ 저소득층 대학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미국인, 제이콥 슈람
▲ 에이즈와 맞선 남아공 간호사, 베로니카 코사
▲ 인도에서 장애인 운동을 일으킨, 자비드 아비디
▲ 예방접종 어린이 생존 혁명을 이끈 전유엔아동기금 총재, 제임스 P 그랜트

이 사례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나이팅게일이 왜 사회적기업가야?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나이팅게일은 단순히 환자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백의의 천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가 1850년대 크림전쟁에서 많은 영국군을 살린 것은 밤낮으로 환자를 돌보는 정성이 아니라 영국군 야전병원에서 간호 및 의료시스템에 '혁명'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쟁에서 돌아온 나이팅게일은 30대 내내 열병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910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줄곧 제대로 서 있기 힘들만큼 심한 현기증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그는 단순한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 간호사를 전문직업인으로 변화시켰으며, 현대적인 간호시스템을 확립한 사회개혁가였다는 것이다.

“전 생애를 통해 나이팅게일은 1만 2000통의 서신과 200권의 서적, 각종 보고서와 논문 등을 쏟아냈다. 1859년 펴낸 <병원에 대한 견해> 초판본은 이후 병원 건축 이론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는다.”(본문 중에서)

1860년에 쓴 <간호론: 참된 간호와 그릇된 간호>은 지금도 간호사를 꿈꾸는 모든 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지침이 되고 있다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인 것이다. 이 책<달라지는 세계>에서 소개하는 사례들 모두 마찬가지다. 단순히 열정만으로 소외된 사람,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나이팅게일과 같이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는 사회적기업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아쇼카를 통해 발굴된 사람들이고, 아쇼카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서 지원을 받았고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회적기업가들이다.

그런데, <달라지는 세상>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교과서“라고 불리는 것은 단순히 성공사례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한 사례소개 뿐만 아니라 이들 사례를 통해서 사회적 기업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적인 사회적기업의 현황, 사회적기업가의 역할, 사회적기업가의 문제해결 패턴, CIA와 같은 치밀한 조사와 평가, 혁신적인 조직의 특성, 성공하는 사회적기업가의 자질, 성공사례 벤치마킹하기, 제 4섹터로서 사회적기업의 발전가능성, 사회적기업 지원정보들을 모두 담고 있다. 또한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의 파트너 활동을 해온 아쇼카의 역할, 아쇼카의 사회적기업가 선발기준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도 사람이 없으면 '헛것'

<달라지는 세계>를 쓴 데이비드 본스타인은 사람에게 주목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사회적기업가들은 신화나 전설 혹은 박애주의자나 성자로 묘사되고 인식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사업이야기는 연구사례가 아니라 마치 동화같은 이야기로 전해졌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가 개인에 대한 신화같은 성공사례만 전해지고 있을 뿐 그들이 펼친 사업 방법에 대해서는 연구도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본스트인은 사회적기업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본스타인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변화 이론에서도 “아이디어가 주역이었고 사람은 관중이었다”고 한다.

빅토르 위고 역시 "전 세계의 모든 군대보다 더 강력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시의 적절한 아이디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 뿐만 아니라 사회변화 이론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본스타인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이를 실현시킬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마치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는 많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해수면 상승을 막을 수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뿌리를 내려, 확산되려면 활동가들을 필요로 한다. 숙련된 기술과 동기, 에너지, 우직한 고집을 가진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전진시키는데 꼭 필요하다. 그들은 설득하고 영감을 주고 매혹시키고 부추기고 계몽하고 마음을 감도시키고 두려움을 덜어주고 인식을 전환시키고 의미를 형성하고, 체제를 통해 거의 예술적으로 사회에서 변화를 유도한다."(본문 중에서)

그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례들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사회적기업에 관하여 연구하면서 한 가지 유형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변화의 근원을 추적 할 때 종종 현장의 뒤편에서 강박증에 가까운 열정을 지닌 개인들, 비전과 추진력과 목적의 순수함을 가지고 대단한 설득력을 발휘하는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발견했다. 사람이 변화의 핵이었다."(본문 중에서)

박노해 시인이 말했듯이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하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아쇼카 역시 사람에 주목한다. 아쇼카는 다음과 같은 까다로운 선발기준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아쇼카가 펠로를 선발하는 첫 번째 선발 기준은 창조성이라고 한다. 목표선정 창조성, 문제해결 창조성를 가진 사회적기업가를 선발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기준은 기업가적 자질이라고 한다. 창조적이고 이타적인 사회적기업가는 많지만 기업가적 자질을 갖춘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아쇼가 펠로 중 십중팔구는 이 기준에 맞지 않아 탈락한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가의 머리 속에는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면 이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는 비전이 있으며, 단지 그 아이디어가 어떤 지역에서 현실화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때까지 쉼 없이 달려 나갑니다."(본문 중에서)

"정말 진심으로 아이디어를 좇는 사람인가, 필요하다면 10년이고 20년이고 그 아이디어에 헌신하며 포기할 엄두조차 내지 않는 사람인가 입니다. 그리고 ‘어떻게’에 대한 답을 가진 사람입니다."(본분 중에서)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떻게 설득하고,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떻게 기회를 활용하고, 어떻게 노동조합의 의사를 반영할 것인가와 같은 모든 '어떻게'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사회적 기업가라는 것이다. 아울러 필요한 기업가적 자질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것.

두 가지 사람에 대한 기준을 만족 할 때 아쇼카는 세 번째 기준은 아이디어를 살펴본다고 한다. 아이디어는 그가 아니어도 가능성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폭넓게 확산될 수 있어야 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네 번째 기준은 도덕적 결의라고 한다. 진정 신뢰할 만한 사람인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이 사람과 함께라면 마음을 놓을 수 있는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가게, 우리밀과자 생산업체인 위켄, YMCA 카페 티모르, 막 퍼주는 반찬가게와 같은 사회적기업이 성장하거나 태동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힘으로 다가오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밝은 희망을 전해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가진, 희망과 포부를 사람들에게 이 책이 '청사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달라지는 세계> 데이비드 본스타인 지음 / 박금자 나경수 박연진 옮김 / 지식공작소 / 468쪽 / 1만9500원

관련기사 : '막 퍼주는 반찬가게'가 있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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