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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선거보다 제비뽑기가 더 민주적이다

by 이윤기 2010.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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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모임이 많은 연말입니다. 12월은 동창회, 계모임을 비롯한 크고 작은 모임들이 많이 열리는 달이기도하고 이런저런 모임에서 회장을 비롯한 대표를 새로 뽑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오늘은 제비뽑기로 대표를 뽑는 것에 대하여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학교에서 민주주의에 관하여 배울 때 우리는 선거가 가장 민주적으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을 뽑거나 국회의원을 뽑을 때, 그리고 시장이나 시의원을 뽑을 때는 매우 치열한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동창회 회장이나 친구들 계모임에 대표를 선출할 때는 서로가 책임지는 것이 싫어 대표를 맡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곤혹스러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시장, 시의원 같은 정치적인 대표를 뽑는 선거 혹은 농협조합장이나 직능 단체의 대표선거와 같이 경제적 이익이 따르는 경우에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하여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기도 하고 선거로 인한 후유증도 크게 남습니다.

심지어 불법, 탈법 선거로 인하여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이 감옥살이를 하는 경우도 있고, 벌금을 내거나 선거를 다시 치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선거가 가장 민주적인 선출 방식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며, 우리는 선거가 아닌 방식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아테네 추첨으로 대표 뽑았다는데
...

그런데, 민주주의를 처음 시작하였다고 알려진 아테네에서는 ‘추첨’과 ‘선거’ 병행하여 대표를 선출하였다고 합니다. 아테네에서는 700명가량의 행정직 중에서 600명 정도를 추첨을 통해서 뽑았다고 합니다.

추첨을 통해 뽑힌 사람들은 직무수행을 위한 자격이 있는지, 세금은 냈는지, 군복무는 마쳤는지와 같은 조건을 심사 받았다고 합니다. 아테네의 추첨식 선출방식은 관직을 평등하게 분배하는데 더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답니다.

제비뽑기(추첨)
고대 그리스의 일부 도시국가에서 공직자를 선출하기 위해 행해졌던 방법이다. 이 방법은 특히 아테네의 민주국가에서 주로 이용되었는데 추첨 제도에 관한 대부분의 역사적 자료는 바로 아테네에서 기원된 것이다. BC 487~486년 고급집정관의 선출을 비롯해 거의 모든 집정관이 예외 없이 추첨에 의해 선출되었다. 또한 500명의 원로원의원과 법정의 배심원들도 추첨으로 선출했다. 이러한 추첨제도는 선거전을 불필요하게 하고 공직자를 정기적으로 교체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정국의 운영이 비정치인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아테네의 민주정은 추첨제도를 통해 시민들에게 최소한 실제적인 정치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다. 추첨제도에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후보로 나온 모든 시민은 추첨에 의해 선출되면 공직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군공직자(10명의 전략가를 포함)와 몇몇 재무공직자는 추첨이 아닌 투표에 의해 선출되었다. 대부분의 행정업무가 작은 단위로 분할되고, 개개의 업무는 해마다 추첨으로 선출되는 10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평의원회에 각각 배당되었다. - 브리태니크 백과사전



현대에도 아미쉬 공동체와 같은 곳에서는 주교와 목사를 뽑을 때 제비뽑기로 선출한다고 합니다. 좀 특수한 공동체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제비뽑기는 누구나 대표로 선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책임을 균등하게 나눌 수 있고,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무임승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잠언 16:33)


어른들의 선거를 흉내내어 점점 변질되어 가는 초등학교 반장 선출은 ‘선거’보다 어떤 면에서는 ‘제비뽑기’가 훨씬 공정하고 공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학업 성적이나 가정형편의 영향을 받아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연말에는 모임도 많지만 크고 작은 모임에서 대표를 새로 뽑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내가 속해있는 작은 모임에서부터 선거대신 추첨을 통해서 대표를 선출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경험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