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비자

소비자 사이버수사대? 딱 걸렸어 !

by 이윤기 2011. 2. 10.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새해들어 중학교에 다니는 둘째 아이에게 손목 시계를 사주면서 생긴 일입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는 둘째가 시계를 사달라고 하더군요.

새해부터 시간을 지켜 생활을 좀 더 잘해보겠다는 결심을 했던 모양입니다. 아들녀석에게 시계를 사주겠다고 약속 해놓고 연초에 제 일정이 바빠 차일피일 미루다가 두 주일이 넘게 지나버렸습니다.


1월 중순이 지난 어느날 늦게 집에 돌아오니 퇴근을 기다리던 아들이 인터넷 검색을 해서 갖고 싶은 시계를 골라놨다고 결재만 해달라고 하더군요.

아들이 골라 놓은 시계 디자인과 가격을 보니 중학생이 차고 다니기에 적당한 듯하여 망설이지 않고 결재를 해주었습니다.


며칠 후 퇴근해서 집에 와보니 아들이 새로 산 시계가 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별로 기쁜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알고보니 택배로 배달되어 온 시계가 아들녀석이 바라던 시계가 아니었던 겁니다. 제가 살펴봐도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남성용이라고 하기에는 생각 보다 훨씬 작고 줄도 짧았습니다.



딱 보니 여성용이더군요. 남성용인지 여성용인지 살펴보지 않고 시계를 고른 아들을 나무랐습니다.

"야 ~ 너 이거 여자꺼잖아. 남자껀지, 여자껀지 안 보고 골랐냐?" 

"아 ~ 분명 남자꺼였는데... 시계 고를 때, 남성용만 체크 해서 검색했는데...(억울한 표정)"

"안 되겠다. 이건 반품해야겠다. 일단 인터넷 쇼핑몰에 반품 신청을 하자."


반품 신청을 하고 다른 제품을 구입하면 택배가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가겠다 싶어 그날 저녁 아들과 함께 같은 회사에서 나온 다른 시계를 골라서 구입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남성용, 여성용만 확인한 것이 아니라 시계 사이즈까지 다 확인한 후에 구입하였습니다.



처음 아들이 샀던 시계는 반품 신청을 해두었더니 인터넷 쇼핑몰 콜센터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고객님 OOO 시계 반품 신청하셨지요?"

"네, 반품신청했습니다. 남성용을 시계인줄 알고 구입하려고 했는데, 여성용 제품이더라구요"

"네, 고객님 반품 택배비 4600원은 고객님 부담입니다."

"예 !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는 쇼핑몰에서 상품 검색할 때 남성용 시계 옵션을 체크하고 검색했는데 여성용 시계가 잘못 분류되어 있어서 여성용을 남성용으로 알고 구입했습니다. 이건 판매자 과실이기 때문에 판매자가 택배비를 부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고객님 그럼, 판매자측에 다시 한 번 확인 후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며칠 후에 인터넷 쇼핑 고객센터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판매자에게 확인하였는데, 저희가 구입한 시계는 남여 공용이기 때문에 남성용 옵션을 체크했을 때도 검색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남여 공용제품이기 때문에 반품 택배비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겁니다.

여자시계를 남자꺼라고 우기는데 어쩌죠?


사무실 일이 바쁜 날이라 그냥 알았다고 대답하고 택배비 4600원은 카드결재를 하였습니다. 다음날 택배회사에서 반품 신청한 제품을 회수해 갈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택배회사 직원이 시계를 회수해 갔습니다.


시계를 반품 시키기 전에 일단 사진 촬영을 해두었습니다. 사진의 위쪽에 있는 시계가 아들이 처음 주문한 시계입니다. 아랫쪽 시계는 두 번째로 주문한 시계이구요. 한 눈에 보아도 위에 것은 여성용, 아래 것은 남성용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에 상품을 올릴 때 착오가 있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판매자 측에서는 남여 공용이라고 하였으니 남여 공용이 아니라 여성용이라는 증거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증거를 한 번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저희가 구입한 시계 모델명이 MRP667-7 이더군요. 이 모델명을 가지고 인터넷 쇼핑몰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시도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유명 인터넷 쇼핑몰과 오프 마켓을 검색해보았습니다. 똑같은 시계가 몇 곳에서 검색이 되었지만, 남성용인지 여성용인지 표시가 되어있지 않더군요. 그래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첫 번째 검색한 포털에서는 그냥 시계만 검색이 되더군요.

그런데, 두 번째 검색한 포털에서 깜짝 놀랄만한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으로 보시는처럼 명백한 증거가 튀어나왔습니다. 저희 아이가 처음 구입한 제품은 남녀 공용이 아니라 여성용 시계였던겁니다.



눈으로 봐도 여성용이 분명하였을 뿐 아니라 액정도 작고 손목 줄도 짧았습니다. 그런데, 판매자측에서는 남여 공용이라고 거짓말을 한겁니다. 비록 같은 인터넷 쇼핑몰은 아니지만, 똑같은 제품이 명백하게 여성용이라는 증거를 확보하였습니다. 쾌재를 불렀습니다.

네티즌 수사대(?)가 과학적인 증거를 확보한 셈이지요. 그런데, 막상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나니 마음 속에 갈등이 일어납니다. 택배비 4600원을 돌려받기 위하여 인터넷 쇼핑몰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지루한 입씨름을 해야할지, 아니면 그냥 택배비 포기하고 그냥 넘어가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여성용을 남성용이라고 쇼핑몰에 등록해 둔 것도 문제고, 여성용을 남여공용이라고 우기는 것은 더 문제인 것 같아서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한편에서는 그렇게 싸워봐야 고작 4600원인데 그냥 포기하고 마음이나 편하게 지내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쩔까요? 이대로 그냥 포기 하는건 저 답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