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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먹거리뿐 아니라 상조도 협동조합이 생겼습니다.

by 이윤기 2011.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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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한겨레 신문에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상포계' 박승옥 대표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12월 8일 영면한 리영희 선생의 장례식을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상포계 직원들이 맡았다는 내용이 기사에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끌더군요.

박승옥 선생은 녹색평론에 실린 글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상식 :대한민국 망한다> (2010/10/29 - [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 석유로 지탱하는 세상, 석유가 떨어지면?)라는 책을 읽고 아주 많이 공감하였지요. 에너지운동 하시는 분으로 생각하고 있었더니 이번 한겨레 신문에는 뜻밖에도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상포계 대표로 소개되었더군요.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상포계(이하 상포계)는 박승옥 선생을 비롯한 협동조합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만든 대안적 상조조직이라고 합니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그냥 상조회사가 아닌 한살림이나 생협 같은 '협동조합'이라고 합니다. 

바른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협동조합이 있는 것처럼 바로 상조 협동조합을 만든 것이지요.
"죽음마저 상품화된 시대에 공동체 문화의 회복을 내걸고 지난(2010년) 2월에 닻을 올렸다"고 합니다. 폭리와 리베이트가 만연한 상조산업의 대안으로 협동조합 운동을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죽음마저 상품화되는 시대

실제로 상조회사는 폭리와 허술한 납입금 관리 그리고 갑작스런 회사의 파산등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의 소비자 상담실에도 상조가입과 관련된 소비자 피해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싸구려 장례 물품, 상식을 뛰어넘는 물품 가격 등으로 인한 피해와 가입 당시 설명과 다른 장례 서비스, 중도 해지시 과도한 위약금 요구 등으로 인한 피해들입니다. 실제로 회원모집 단계에서 많은 수당을 지불하기 때문에 다단계나 피라밋 판매와 비슷한 피해사례도 적지 않더군요.


고인의 주검을 앞에 두고 다툴 수 없는 상주들의 약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피해사례들이 좀 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 상조회사가 아니라 일반 장례식장의 경우에도 싸구려 장례물품과 비싼 장례비용으로 인한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지난 연말 여든 일곱을 일기로 장모님이 세상을 떠나셨는데, 3일간의 장례식장 이용, 음식값, 그리고 묘지조성 등에 이천 만원이 넘는 장례비용이 지출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셔 언제가는 닥칠 큰 일이기 때문에 좋은 상조회사가 있으면 가입해야지하고 마음 먹고 있었지만, 믿고 가입할 만한 상조회사가 없어서 오랫 동안 차일필일 미루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믿을 만한 상조회사가 없어서 "상조회사 같은데  가입 안 해도 막상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돈만 있으면 되지"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상조에 가입하였다가 회사가 부도가 나서 납입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게 적당(?)한 바가지 비용을 부담하고 장모님 장례를 치르고나니 리영희 선생 장례식을 맡았다던 한겨레상포계 신문기사가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벌써 전국 16개 지역에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지역별 조합원 가입을 받고 있더군요.


장례 협동조합, 일반 장례비용의 1/3이면 가능하다

홈페이지(http://www.handurae.org/)를 둘러보니 문규현신부님, 명진 스님이 함께 참여하여 힘을 보태고 계십니다. 상조 협동조합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이 일에 앞장서시는 분들의 면면을 보니 더 이상 말설일 이유가 없더군요.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곧장 조합원으로 가입하였습니다.

한겨레신문 기사를 다시 찾아보니, 박승옥 대표는 일반 장례의 1/3 비용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셨더군요. 공동구매 제도를 도입해 장사 물품의 거품을 빼고, 조합의원 경제적 여건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지난 1월 11일에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상포계 조합원으로 가입하였습니다. 출자금 1만원과 매월 3만원의 조합비를 납부하기로 하였지요. 상을 당하면 납부한 조합비를 뺀 나머지 비용을 부담하면 된다고 합니다.

제가 낸 조합비의 78%는 장사물품과 장례서비스의 공동구매에 사용하고, 나머지 22%는 조합활동비에 쓰인다고 하더군요.  상조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민주적인 참여로 운영됩니다. 한살림이나 여러 종류의 생협처럼 조합원들의 민주적인 참여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상포계가 대안장례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현재의 장례문화는 과도한 일회용품 사용으로 환경오염 물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종이컵, 종이그릇, 플라스틱 1회용 접시, 젓가락, 숟가락 등 손님 접대에 사용되는 모든 물품은 1회용입니다.

대부분 장례식장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손님을 치러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막대한 양의 일회용품이 마구잡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상포계가 앞장서서 친환경적인 장례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도 반가운 일이 될 것입니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많은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중의 하나라고 믿고 있습니다. 대안적 장례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협동조합운동이 시작된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죽음마저 상품화 되는 상업주의 장례문화를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