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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팔용터널, 민자사업도 경쟁시키면 안 되나?

by 이윤기 201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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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팔용터널 공사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근 양덕동 주민들의 반발과 민자사업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답보상태에 있던 팔용터널 공사가 다음 달 실시협약을 체결한다는 소식입니다.

그동안 마창대교와 거가대교를 비롯한 경상남도가 진행한 민간투자 사업이 세금으로 막대한 적자를 보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싼 통행료를 때문에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2006년 이후부터 제안된 민자사업에 대해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창원터널, 마창대교와 거가대교에 실패 사례 때문에 다른 민자사업을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습니다. 


한편, 마창대교와 거가대교의 사례를 보면 민간사업자가 절대로 손해보는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니 손해만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재정사업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팔용터널 백지와 주장 충분히 일리 있다

최근 창원에서는 손태화시의원이 또 다른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팔용터널 백지화 주장을 제기하였습니다. 손태화의원은 "팔용터널이 교통체증을 가중시키고 입체 교차로는 또 다른 민원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였다고 합니다.

경남도민일보 보도를 보면 사업자가 제안한 것 처럼 "고가도로를 만들면 주변 아파트 단지는 조망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고가도로와 연계된 도로망이 너무 좁고 복잡해 오히려 만성 정체와 각종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팔용터널이 개통되어도 창원쪽 용원교차로의 정체가 해소되지 않으면 창원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단축시켜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답니다. 제가 보기엔 손태화의원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손태화의원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팔용터널이 아니어도 마산과 창원을 잇는 대체도로 공사계획도 추진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제 2봉암교 사업, 마산진해를 연결하는 해저터널과 연계도로, 마산교도소에서 3.15국립묘지를 잇는 우회도로가 개통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계획들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정말 팔용터널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어보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팔용터널이 완공될 무렵이 되면 창원시의 인구도 줄어들고 예측통행량도 줄어들 것이 뻔합니다. 이미 도시철도 용역보고서에도 2018년 이후에는 인구감소와 함께 차량통행량도 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예측대로 통행량이 줄어든다면 터널을 만들어 결국 멀쩡한 팔용산만 난도질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자사업자가 팔용산에 터널을 뚫어 27년 동안 통행료 장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팔용산을 '임자없는 빈땅' 정도로 인식한 것은 아닐까요? 팔용산을 시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공공재로 인식하였다면, 이렇게 쉽게 터널을 뚫고 산을 절개하는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였을 겁니다. 

팔용터널은 마산 양덕동 5호 광장에서 옛 창원 팔룡동 평산교차로를 잇는 터널(길이 4.35km, 폭 18.5∼30m, 왕복 4∼6차로)공사입니다. 지난 2006년 4월 민자사업(삼부토건)으로 제안돼 2007년 11월 경남도와 옛 마산·창원시가 약정을 체결한 사업이라고 합니다. 

당초 계획은 민간사업자인 삼부토건이 1500여 억원의 사업비(건설사업비 1114억 원, 보상비 284억 원, 보조금 111억 원)를 부담하여 공사를 한 후에 소형차를 기준으로 700원의 통행료를 27년 동안 받아가는 것입니다.



왜 민자사업은 경쟁시킬 수 없나?

창원터널, 마창대교, 거가대교 등 민자사업의 실패 사례를 보면서 그리고 팔용터널 민자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왜 민자사업이라고 해서 최초 사업을 제안한 사업자와만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것일까? 다른 새로운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구조는 불가능할까? 하는 생각들입니다.

팔용터널을 예로들면, 삼부토건은 1500여 억원의 사업비를 들여서 27년 동안 700원을 받아가는 사업 제안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민간사업자를 공모하면 이 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예를들면 공사비를 1400여 억원만 들이고, 통행료는 600원만 받겠다고 하는 사업자가는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지난 번 블로거 간담회 때 김해연 도의원에게 거가대교 민자사업의 문제점에 관한 설명을 듣다보니, 민자사업은 한 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이더군요. 누구라도 민자사업 사업권만 따내면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을 벌 수 있겠더군요. 

팔용터널의 경우도 1500여 억원의 공사비가 든다고 되어있지만, 경쟁 입찰하는 재정사업과 비교하면 공사비 책정이 30~40% 정도 높게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민자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민간사업자를 경쟁시키면 더 낮은 금액으로 공사를 하겠다는 업체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제도를 이렇게 뜯어고치면 어떨까요? 최초 민간사업자의 제안서를 공개하고 일정 기간 동안 더 좋은 조건으로 참여하겠다고 하는 사업자를 찾아볼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는 겁니다. 

마치 경매를 하듯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공사를 하겠다는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혹은 같은 공사비용이라면 나중에 통행료를 더 적게 받겠다고하는 사업자가 참여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민자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사업자간의 경쟁을 통해서 공사비용을 낮추거나 통행료를 낮출 수 있도록 제도를 뜯어고치는 겁니다.

민자사업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만, 상식의 눈으로 보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