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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22 구글-애플은 도청 안심? 천만에 말씀
  2. 2010.11.05 히말라야, 정상에 서야 등산의 완성인가? (2)

구글-애플은 도청 안심? 천만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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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같은 탐사보도. 최근에 일어난 스노든 폭로 사건, 그동안의 경과를 다 알고 있는데도, 루크 하딩이 쓴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를 보는 동안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로운 전개에 푹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에드워드 스노든은 역사상 가장 '비범한' 내부고발자이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생명과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는 가장 위험한 수배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정보기관인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일급 비밀정보를 빼돌려 언론을 통해 정보 기관의 불법적인 정보수집을 폭로하였습니다.


"미국의 안전보장을 책임지고 있으며 법적 구속력에서 자유로운, 미국 NSA와 NSA의 영국협력단체인 정보통신본부(GCHQ)는 인터넷과 통신의 하드웨어를 거머쥔 거대기업과 비밀리에 제휴하고, 인터넷을 정복하기 위해 자신들이 지닌 기술력을 총동원해왔다."(본문 중에서)


'인터넷을 정복한다'는 문구는 GCHQ가 처음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사실 좀 더 정확한 의미는 '인터넷을 완벽하게 검열하고, 감시한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스노든의 폭로가 위험했던 것은 그가 미국과 영국의 최고 비밀기관의 음모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을 정복하려는 두 세력은 지금 우리 개개인 대부분의 사생활과 세상을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글, 스카이프, 휴대전화, GPS, 유튜브, 토르, 전자상거래, 인터넷 뱅킹 등 사회가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원도력이라고 선전해오던 기술들이 <1984>의 조지 오웰도 경악할 만한 감시 기계로 변모한 것이다." (분문 중에서)


스노든이 공개한 비밀문서 중에는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합니다. 프리즘의 기능을 설명하는 파워포인트 파일에는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이 NSA에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한 날짜가 표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2007년 9월 11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으로 프리즘에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2008년 3월에는 야후, 2009년 1월에는 구글이 참여하였으며, 2009년 6월에는 페이스북, 2009년 12월에는 팰토크, 2010년 9월 유튜브, 2011년 2월 스카이프, 2011년 3월에는 AOL이 NSA 프리즘에 정보를 제공하였다는 것이지요.


그나마 이때가지만 하여도 애플은 협조를 거부하고 있었는데, 2012년 10월 스티브잡스가 사망한지 1년 만에 프리즘에 참여함으로써 실리콘벨리의 주요 기술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디지털 정보를 NSA에 제공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 NSA, 독일 총리도 감시 할 수 있다


프리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정보기관은 이메일, 페이스북 포스트 및 인서턴트 메시지 등 엄청난 규모의 디지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들 데이터를 구글, 야후 등 9개 미국서버 제공업체의 서버로부터 직접 수집하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의사소통, 데이터 저장, 클라우드 이용, 심지어 단순한 생일 축하 메시지 송신과 삶의 흔적을 기록하기 위해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든 시스템의 백엔드에 NSA가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본문 중에서)


그뿐만이 아닙니다. 스노든에 따르면 NSA는 표적 대상에 대한 실시간 감시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표적 대상이 이메일을 보내거나 문자를 쓰거나 채팅을 시작하거나 심지어 컴퓨터를 작동시킬 때마다 NSA가 알 수 있다는 뜻이다.......2013년 4월 5일 기준으로 미국이 프리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실제 감시 중인 표적은 11만 7675명에 달한다."(본문 중에서)


스노든은 '프리즘 프로그램'이 자신을 내부고발자로 나서게 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초기에 접촉한 기자들에게 제공한 비밀자료도 바로 프리즘에 대한 폭로 자료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국 정부가 최근 10년 간 미국을 드나드는 모든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NSA는 영국 GCHQ와 함께 '업스트림'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과 데이터를 미국을 드나드는 광섬유 케이블에 직접 접근하여 도청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는 겁니다. 남아메리카, 동아프리카, 인도양에 국제케이블 도청장을 설치해놓고 전세계의 데이터를 빨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은 사실상 지구상 주요 통신 대부분을 해킹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NSA는 사실상 세계 전체를 도청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지난 10년 동안 NSA의 능력은 믿기 힘들 정도에 이르렀다. 영국을 비롯한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의 후원 아래 NSA는 광섬유 케이블, 전화 메타데이터, 구글과 핫메일 서버에 접속했다." (본문 중에서)


스노든에 따르면 NSA 오마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하여 지구상 누구라도 표적을 삼을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막대한 정보들은 자동으로 수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노든은 내부고발자로 나서기 전 NSA 분석관이었던 스노든은 그 누구라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 정보기관의 목표 "인터넷을 통채로 감시하라"


한편 기술기업들은 법원의 명령에 의해서만 데이터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합니만, NSA는 기술기업들이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직접 해킹을 통해 데이터 수집과 도청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싱턴 포스트는 비밀리에 NSA가 야후와 구글로부터 데이터를 도청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 방법은 기발하게도 영국 영토에서 도청하는 것이었다. NSA는 세계 도처에 있는 야후와 구글의 자체 데이터 센터를 서로 연결하는 민간 광섬유 링크를 해킹해왔다." (본문 중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NSA는 수억 명의 사용자 계정에 침입할 수 있으며, 막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실감이 좀 없는 통계이기는 합니다만, 2012년 말 30일 동안 1억 8000여만건의 기록이 전송되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묻지마 도청과 감시가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스노든 비밀 문서에 따르면 NSA가 폭넓게 사용되는 인터넷 암호기술을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상용 프로그램에 NSA의 백도어가 심어져 있는 경우도 있으며, 이들 기업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폭로로 이어집니다.


NSA의 암호 해독 능력은 기술기업이나 통신회사들을 무력화시킨 상태라고 합니다. 스노든의 비밀 문서에는 NSA가 4G 휴대전화의 암호시스템을 해독하고 있다고 적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NSA는 주요 통신 제공 업체의 중추를 흘러 지나가는 데이터와 주요 인터넷 사용자 사이의 직접 접속 목소리 및 문자 통신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문 중에서)


설마 혹은 혹시나 했던 일들이 '도청과 감시'과 영국과 미국의 정보기관들에 의해서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암호화된 문서조차 도청과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 플리커, 클라우드, 에버노트 같은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들은 모두 '도청과 감시'의 대상이라고 보야야 할 것 같습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무렵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포털에서 서비스 하는 이메일이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의 도청과 감시의 위험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면서 구글의 지메일로 바꾸는 일이 유행처럼 퍼졌던 일이 있습니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에 따르면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구글은 권력기관으로부터 사용자들을 지켜주지 않고 있으며, '당신의 프라이버시가 우리의 우선순위'라던 마이크로소트트의 슬로건 역시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잡스 사후 1년... 애플도 미국 정보기관에 항복?


심지어 '다르게 생각하라'고 외치던 히피문화의 저항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애플 역시 스티브 잡스 사후 1년 만에 정보기관에 굴복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네이버나 다음 메일을 구글 지메일로 바꾼 네티즌들은 국내 정보기관 대신에 NSA의 수준 높은(?)감시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구상에서 이메일과 스마트폰 메시지를 비롯한 디지털 통신 수단을 이용하면서 도청과 감시 당하지 않는 일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행운(?)이 되어 버렸습니다. 실제로 이 책을 보면 스노든은 자신의 폭로를 도와 준 언론인들과 만날 때 절대로 스마트폰을 가지고 오지 못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안전한 장소에 있을 때도 대화중에는 스마트폰을 냉동실에 보관하도록 합니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를 특종으로 보도한 <가디언>은 특별 사무실을 만들고,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로만 기사를 작성합니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자국 외교관을 NSA가 도청했다는 사실은 확인한 후 런던 사무실에서 타자기를 다시 사용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1년 기한으로 스노든의 망명을 받아들인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의 비밀 정보기관인 FSB와 FSO 역시 타자기를 대량으로 주문했다고 합니다. 엄청난 보안 시설을 갖춘 정보기관들이 이 정도라면 개인이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어버렸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마치 첩보 영화를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읽었던 것은 추리 소설처럼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는 2013년 6월 3일 "나는 정보기관의 수석 요원입니다"로 시작되는 이메일 한 통으로부터 시작되어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에 1년간 임시 망명을 하고 지내는 그해 연말까지 일어 난 일들을 아주 자세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재구성한 책입니다.


예상대로 저자인 루크 하딩은 기자 겸 작가였습니다. <가디언>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면 기자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미 세 편의 논픽션 작품을 저술하여 작가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350쪽이 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은 것은 기자보다는 작가로서의 재능이 더 발휘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보수주의자 스노든이 정보기관이 불법을 폭로를 한 까닭?


'나는 정보기관의 수석 요원입니다'로 시작되는 이메일, 비밀스러운 제보자와 바쁜 언론인들의 엇갈림 그리고 홍콩 네이선 거리 미라 호텔에서의 첫 만남과 영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가디언>의 폭로와 양국 정보기관의 스노든 추적까지 영화라고 해야 믿어질 것 같은 현재 진행형 실화입니다.


놀랍게도 '위험한 폭로'를 시작하기 전, 스노든은 '진보적인 철학'을 가진 청년이 아니라 오히려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였다고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또 한 명의 젊은이가 불의한 시대를 만나 가장 온순한 인간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외 뉴스를 통해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에 관하여 들었지만,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분들은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인체 하는 영국과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지구전체를 그리고 수억명의 사람들을 어떻게 도청하고 감시하는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현실로 벌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기에는 너무 마음 답답하고 좌절스러운 내용이 많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일, 민주주의를 누리는 일, 헌법에 명시된 권리늘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절망스럽게 합니다.


인류 역사이래 지구상에서 벌어진 가장 추악한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과 감시를 폭로한 젊은이를 위해 우리 모두 다음 한 문장을 꼭 기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진실은 말하는 것은 범죄가 아닙니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 10점
루크 하딩 지음, 이은경 옮김/프롬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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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정상에 서야 등산의 완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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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남호 트레킹 에세이 <안나푸르나, 아이러니푸르나>

몇 년 전부터 지도와 책을 보며 히말라야 트레킹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이번 겨울이나 내년 봄쯤에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여름 무더위에는 쿰부히말라야 코스로 트레킹을 다녀온 김영준의 <말라야 걷기여행>을 읽으며 상상속의 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최근 나온 신간 중에 이남호의 <안나푸르나, 아이러니푸르나>가 유독 눈에 띈 것도 바로 ‘안나푸르나’라고 하는 제목 때문일 것입니다. 앞으로 몇 번을 더 다녀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저의 첫 번째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는 ‘안나푸르나’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고려대 교수인 이남호가 지난겨울(2010년 1월 18일부터) 14박 15일간 지인들과 함께 안나푸르나 어라운드 트래킹을 다녀온 기록입니다. 그러나 특이한 제목에서 보듯이 다른 이들이 쓴 여행기와 좀 다릅니다.

그가 안나푸르나에서 얻은 것은 “신비한 설산의 햇살처럼 눈부신 정신성이 아니라 치사한 육체적 고통과 졸렬한 세속적 실망감으로부터 겨우 얻어낸 인간적 정신성” 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것을 한 마디로 줄여 아이러니라고 하였습니다.

안나푸르나 = 곡식이 가득하다, 아이러니푸르나 = 아이러니 가득하다

안나푸르나라는 이름에서 ‘안나’는 곡식을 뜻하고 ‘푸르나’는 가득하다는 뜻인데, 그에게는 예기치 못했던 아이러니가 가득하였기에 ‘아이러니푸르나’였다는 것입니다.

“나는 2010년 1월 18일 일행들과 함께 카트만두에 도착했고, 1월 20일 불부레에서 안나푸르나 어라운드 트래킹을 시작했다. 그러나 트래킹 8일차인 1월 27일 야크 카르카에서 남은 일정을 포기하고 다시 마낭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훔데에서 비행기를 타고 포카라라는 도시로 가서 계획에 없던 4일간의 자유를 누렸다. 일행과 일정으로부터 떨어져 있었던 4일간의 체험은, 나의 안나푸르나 트래킹에 새로운 빛과 무늬를 부여했다.”

이 책은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경험한 ‘아이러니푸르나’(아이러니 가득한)에 관한 꾸밈없는 기록입니다. 꾸밈없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신비한 설산, 대자연 아름다움, 눈을 뗄 수 없는 장관 같은 언어들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불편함, 씁쓸함, 어이없음, 고통, 실망과 같은 언어들이 경험한대로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판단이라면 그가 야크 카르카에서 트래킹 일정을 포기한 것은 안타까운 순간입니다. 그가 일정을 포기한 장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개 길인 ‘토롱 라 패스’를 목전에 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안나푸르나 어라운드 트레킹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토롱 라 패스’(5416미터)를 넘기 위해서인데, 바로 그곳에서 아들의 고산증 증상 때문에 트레킹을 중단합니다.

그런데, 그는 산에 대한 생각이 보통 사람들과 다릅니다. 토롱 라 패스 트레킹을 포기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트레킹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텅 빈 로지의 마당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서 부재와 더불어 휴식을 취하고 있자니, 오히려 이 시간이 진정한 안나푸르나 트래킹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 이미 로지의 불편함과 추위에 지쳐 기대했던 트래킹의 매력을 잃었기 때문에 아들의 고산증세가 좋은 변명거리가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마낭 마을에서 아이스 레이크까지는 잘 걷는 트레커들에게 네 시간 정도 걸리며, 단숨에 고도를 1100미터 올리는 코스다.......우리 일행 중 세 사람은 체력을 아끼기 위해 아예 동네 주변에서만 머물렀고, 두 명은 4000미터까지 올라갔다가 너무 무리하지 않게 내려왔으며, 나머지 네 명은 해발 4600미터인 아이스 레이크까지 가기로 했다. 그런데 상주는 4500미터쯤에서 고소 증세가 온 것 같다.”

이남호, 이상주 부자에게 닥친 첫 번째 ‘아이러니푸르나’는 바로 고소증상입니다. 히말라야 트레커들이 고소 적응을 위해서 하루를 머무르는 ‘마낭’이라는 마을에서 고소 적응 훈련을 하다 아들이 고산병에 걸려서 산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등산의 완성인가?

그는 정상을 오르는 것에만 의미를 두는 것, 정상에 오르는 것이 등산의 완성이라고 여기는 것에 대하여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행이 열 시간 이라면 정상에서 머무는 시간은 길어봐야 십여 분이다. 그 십 분을 위해서 아홉 시간 오십 분의 소모가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 허무하다. 나에게는 십 분의 영광이 없더라도 아홉 시간 오십 분의 의미가 소중하다. 나는 산의 품 안에서 걷고 즐기기 위해 산에 가지 산정에 오르는 짧은 정복감을 위해서 산에 가지 않는다.”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좌 완등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칸첸중가 정상을 올랐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오은선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세상 사람들에게는 정상에서의 짧은 십 분에 모든 영광이 놓여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남호 부자는 토롱 라 패스를 포기하고 내려오는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고개를 향해 걷는 동안에는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일정을 포기하고 얻는 여유 덕분에 만끽하였다는 것이지요. 역시 유쾌한 아이러니였다고 합니다.

트래킹 중단을 결정하고 하산하기 전날 밤, 이남호 부자는 포터들에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장비를 나눠줍니다. 양말, 장갑, 아이젠을 비롯한 여러 장비들을 내줍니다. 겨울에도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것들에게는 소중하지 않은 물건이 없다고 합니다.

“물건이 너무 많은 곳에서 물건과 사람의 관계는 정겹지 않다. 네팔에서는 물건이 너무 없어서 거의 모든 물건이 소중하고, 그래서 물건과 사람의 관계는 정겹다. 물건과 사람의 관계가 좋아야 좋은 세상일 것 같다.”

이들 부자는 짐이 줄어드니 마음의 짐도 줄어드는 것 같더라고 합니다. 물건이 많을수록 영혼과 육체가 허약해지는 느낌이었다고도 합니다. 집안에 쌓아둔 수많은 살림살이와 물건들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소중하게 다루어지는 물건은 몇 가지뿐이라는 것입니다.

물건이 많을수록 영혼과 육체는 허약해진다

우리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익숙한 것에 대한 다른 생각은 또 있습니다.

네팔의 서점에서 여행가이드북과 안나푸르나 사진을 사면서 ‘물건 값을 깍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네팔을 비롯하여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현지 시장에서 바가지를 쓰지 않으려면 반값이하로 물건 값을 후려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몇 백 원에 불과한 물건 값을 깍기 위해 힘겨운 흥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난한 네팔 사람들에게 물건 값을 덜 주려고 애를 쓰는 인색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도 아이러니입니다. 자전거를 빌리면서 대여료 10루피를 깍기 위해 흥정을 벌이다가 딴 곳으로 가서 더 비싼 값에 자전거를 빌린 것도 어리석음이자 아이러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대부분의 트래커들과 달리 네팔여행은 힘겹고 지저분하고 불결하고 추웠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안나푸르나트래킹 길은 아름답지도 평화롭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아울러 육체적으로 힘든 여정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네팔 트래킹을 갔지만 현지인들의 삶과 비교하니 아무 것도 아니더라고 합니다. 체격만 왜소할 뿐 강인한 힘을 가진 네팔 사람들을 보며 육체적 무력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하였답니다.

큰 기대를 가지고 떠난 안타푸르나트래킹 이었지만 정작 트래킹에서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대신 트래킹을 포기하고 선택한 포카라 여행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생각거리와 기억거리를 담아 온 것은 오히려 성공이었다고 자평합니다.

네팔에 돌아온 저자는 다비드 르 브르통이 쓴 <걷기예찬>에 나오는 인상적인 여러 구절들을 펼쳐놓고, 자신의 여행을 되돌아봅니다. 그는 자신의 여행을 돌아보며 <걷기예찬>의 마지막 장이 ‘귀향’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여행의 끝자락은 ‘진실로 넓은 세상은 내면으로 만나는 것이지 여행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여산의 안개비와 절강의 물결이여

가보지 못한 한이 천 갈래 만 갈래더니

가서 보고 돌아오니 달라진게 아무것도 없네

여산의 안개비와 절강의 물결이여

저자는, 중국 시인 소동파가 남긴 시를 인용하였습니다. 소동파가 여산과 절강을 돌아보고 오니 아무 것도 알라진 것이 없었다고 노래한 것 처럼,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다녀왔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행에 실망하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하여 긴 에세이를 썼으며 그 또한 아이러니라고 말합니다. 안나푸르나에서 아이러니푸르나를 만나고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안나푸르나트래킹이 환상적인 여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안나푸르나, 아이러니푸르나 - 10점
이남호 지음/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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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석 2010.11.05 23:23 address edit & del reply

    아이고 오랬만에 들렀습니다. 음...가서 보고 돌아오니 달라진게 아무것도 없네 인상적이네요...

    지방자치와 지방의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좋은 생각있음 좀 알려주세요 ^^

  2. 박종훈 2010.11.06 10:18 address edit & del reply

    안나푸르나에 들어가시는군요. 말씀대로 정말 여유있게 다녀오고 싶은데..... 참 '히말라야'라고 미국히말라야재단에서 만든 것을 '풀로엮은 집'에서 펴낸 책이 있습니다. 꼭 보셨으면 하고 추천드립니다. 좋은 꿈 즐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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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운영 13년 만에 1000만 방문자가 다녀갔습니다. 2008년 9월 6일부터 블로그를 시작하였으니 12년 6개월여 만에 <1000만 방문자 블로그>가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은 2008년 9월 3 ~ 5일까지 다음세대..

4년 만에 알아 낸 대기전력 차단 콘센트 사용법

마산YMCA 새 회관에 입주한지 4년이 지났습니다. 새 회관 전기 콘센트 30% 이상은 대기전력 차단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일반콘센트 4구 자리인데, 대기전력 차단콘센트 1개가 포함된 3구콘센트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에..

공공 자전거 서비스 민영화 반대 !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최근 경기도 안산시, 고양시를 비롯한 수도권 여러 지..

과대포장 어워드 해봤더니...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민족 최대 명절 설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지요? 코로..

자원봉사자에게 : 윤혜승 시인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산YMCA 시민중계실 자원상담원회에서 월례회 때마다 함께 명상하던 시가 있었는데, 바로 '자원봉사자에게'였다. 오랫 동안 작자 미상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예전 자료를 뒤적이다가 시인의 이름..

구글 아이디 3개를 번갈아 쓰는 방법

제가 일하는 단체 실무자들은 개인용 구글 계정과 함께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구글 워크스페이스 (Google Workspace) 계정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메일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하여 모질라 선더버드(Moz..

춥고 덥고 비오는 날도 버스 편하게 탈려면?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시내버스 라운지라고 들어보셨나요? 오늘은 부자들이 많..

아이폰 웹캠으로 활용하기 2

마산YMCA 회원으로부터 문의가 왔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윈도우 컴퓨터와 연결하여 웹캠처럼 사용하고 싶은데 데스크탑 컴퓨터에는 와이파이가 안 잡힌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럴 때는 두 가지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1)데..

창원 둘레길...화장실 없어 난감해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이번 원고는 걷기 좋은 도시와 창원시 둘레길에 관한 ..

모래 물동량 줄어드는데...부두 확장은 왜 하나?

새해부터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이번 원고는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기자회견문을 ..

아이폰 7s 배터리 자가 교체

아이폰7 배터리 교환 후기입니다. 아이폰 12가 출시되었는데도 여전히 아이폰7을 사수하고 있는 후배로 배터리 교환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이전까지 제가 배터리를 교체해 본 가장 높은 버전은 6S까지였습니다. 후배로부터 요청을 받..

다리 깁스 환자도 장애인 주차장 이용할 수 있으면...

새해부터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거나 휠체..

기후위기 시대, 채식 확산을 위한 인식 개선 꼭

새해부터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채식주의자를 대하는 인식 변화가 꼭 이루어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