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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장'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3.04 진보를 자처하는 당신 동네에 화장장이 들어선다면?
  2. 2009.09.13 혁명가를 꿈꾸던 마흔 다섯 아쉬운 삶 (60)

진보를 자처하는 당신 동네에 화장장이 들어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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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은 몇 개일까? 보통, 사람들은 남들처럼 세상을 보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도 ‘대세’를 따라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선거에는 이른바 ‘대세론’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게 된다. 대세를 거부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를 쓴 김갑수가 바로 대세를 거부하는 사람이다. 그는 “진보 술자리에 섞이면 독야청청 보수 노릇하고, 보수 아저씨들 자리에서는 급진의 꽹가리를 쳐대는 성벽이 내게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바로 대세를 거부하는 김갑수가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그는 대세를 따르는 사람들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내가 사는 동네에 화장장이 들어선다면 나는 앞장서서 환영할 것이다. 중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망자의 추모공원 곁에서 자라난다면 내 아이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또한 동네에 장애자 특수학교가 들어선다면 그 역시 앞장서서 환영할 것이다… 또한 내가 사는 동네에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이 생긴다면 그 역시 앞장서서 환영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그는 자기 아이가 특수학교 아이들과 섞여 놀면서 편견 없는 세상을 꿈꾸는 휴머니스트가 될 수 있으리라고, 쓰레기 문제를 겪으며 생활문제, 환경과 문명에 대하여 남다른 통찰력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쓰레기 소각장’이 남다른 통찰력을 키워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사는 동네에 쓰레기 매립장 혹은 소각장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진보운동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라면 주민들과 함께 '반대 운동’을 열심히 할 것이다. 환경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측면에서 ‘다이옥신 피해’를 우려하며 문제를 제기하겠지만만 결국은 금전적 보상이나 지역 개발사업으로 협상이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나도 별 수 없을 것 같다.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나는 왜 나여야만 하는가?>를 쓴 김갑수처럼 ‘앞장서서’ 환영 할 자신은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에게는 ‘독야청청’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그렇다. 이 책은 지은이가 2년 반 동안 한겨레에 기고한 ‘세상읽기’ 원고가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칼럼집이 “세상의 겉은 초절정 메가패스 속도로 흘러가고, 그래서 불과 몇 해 전 황우석 교수 일도, 몇 달 전 조승희의 어두운 눈빛도 금방 옛날 일처럼 여겨지건만, 그에 반응하는 우리 자신은 별로 변함이 없다는 문제제기”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는 권력을 가진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칼럼을 통해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짓밟고 권력층, 부유층에게 침을 뱉는 정의의 목청 뒤에 국민 스스로의 자기 책임성, 자기 변화의 절박성은 슬그머니 감춰진다. 아울러 그 감춰진 면을 드러내려는 목소리에는 이른바 ‘가진 자’ 편이라는 편 가르기 멍에가 덧씌워진다.”(본문 중에서)

 

김갑수는 민주화는 민중의 집단적 열망으로 이룩했지만, 선진사회 도약은 국민소득이 두 배 세배로 늘어난다고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구성원으로 개개인의 자기 각성과 책임감의 공유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남 탓만 하는 국민’들에게 감춰진 면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집단적 광기, <디워>의 애국주의

 

그래서 심형래 감독이 만든 영화 <디워> 논란이나 ‘유승준 파문’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대중을 향해 빛나고 있다. 그는 이른바 ‘진중권 논란’을 ‘황우석 사태’와 다름없다고 인식한다. 진중권 논란이란, 좌파 이론가 진중권이 백분토론에 나와 영화 <디워>가 “애국심과 동정심에 호소해서 인구몰이를 한 싸구려 흥행물”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하여,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무섭고 거셌던 성토 분위기를 말한다.

 

김갑수는 여기서 ‘나라사랑’, ‘국가 또는 조국’을 너무나도 소중한 가치로 받아들이는 그들에게 집단적 광기와 민주적 여론의 차이를 성찰해 보라고 권유한다. 그는 “‘<디워>의 애국주의’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 애국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기는커녕 국방의 의무조차 피하고자 할 것이 틀림없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집단의 광기가 개인의 행불행을 좌우하고 대재앙을 일으켰던 기억을 잊지 말라고 경고한다.

 

군 입대를 공언하며 인기를 누리다가 국적을 바꿔버린 ‘유승준 파문’에 대한 그의 인식 역시 대중적이지 않다. 유승준 역시, 대중들에게 애국심, 공인, 병역의무와 같은 가치를 기준으로 집단적인 공격을 당하였을 뿐만 아니라 입국 금지를 당하기까지 하였다. 유승준 파문에 대하여 김갑수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적을 변경, 선택하는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둘째, 개인의거주지 이전, 선택, 방문 등의 행위를 법률을 뛰어넘어 도덕적 사유로 제한할 수 있을 것인가. 셋째, 병역의무는 천부적이고 절대적인 인간의 가치실현인가.”(본문 중에서)

 

이 세 가지 질문에서 유승준이라는 특정인을 배제하고,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라고 또 다시 권유한다. 김갑수는 이 세 가지 질문에 모두 당시의 여론과는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즉, 국적 선택과 거주이전은 당연히 ‘자유’이며, 병역의무 역시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수준의 의무일 뿐이라고 한다.

 

유승준 사태의 본질은 ‘대중적 박탈감’

 

유승준 사태의 본질은 그가 ‘대중의 박탈감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박탈감은 남들은 모두 부당한 방법으로 잘되었는데 나만 손해보고 있어 억울하다”는 심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적당히 때 묻은 보통사람에게 애국자”가 되라고 요구하지도 말고, 나만 억울하다고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서도 벗어나야 낡고 병든 도덕주의로부터 벗어나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세를 거부하는 김갑수는 이것이 ‘유승준 사태’의 본질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이제는 많이 잊혀졌지만, 그래도 ‘줄기세포’ 이야기만 나오면 떠올리는 황우석 사태를 김갑수는 어떻게 보았을까? 한 마디로 ‘사기도 음모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나는 이 사태가 황 교수에게 최고 과학자 운운의 과도한 영예를 얹어준 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의 연구는 마치 삼성전자의 반도체 개발처럼 세계적인 경쟁이 붙은 첨단 분야의 기술개발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 돈 되는 기술개발 경쟁과정에서 불거진 이해다툼으로 사안을 바라보면, 누가 사기 친 것도, 음모를 꾸민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이 생겨난다.”(본문 중에서)

 

황우석 사태를 바라보는 지은이의 이러한 관점은 ‘진보 술자리에서 보수, 보수 아저씨들 자리에서는 급진의 모습’을 보이는 그의 성벽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흔히 주류 입장에 가까운 사람들과 대부분 언론들은 ‘사기론’이라는 대세에 매달렸고, 열광적 기대를 나타냈던 소위 ‘황빠’들은 음모론으로 날을 세울 때, 그는 ‘독야청정’ 기술 개발과정에서 불거진 이해다툼일 뿐이라고 전혀 다른 눈으로 사태를 바라보았다.

 

김갑수는 젊은 시절에 시인으로 등단하였고, 출판사 편집부장을 거쳐서 라디오 진행자가 되었다.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시와 책과 음악이 그의 삶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듯이 보인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운동을 기피하는 아이였으며, 지금도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아간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떻게 축구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축구에 열광하는 진보적 지식인

 

소위 지식인을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5공 시절에 시작된 프로스포츠에 대한 반감이 있다. 그 역시 스포츠에 대한 열기 때문에 반감을 넘어 증오하는 시절이 있었으며, ‘3S로 국민을 마비시키는 독재정권에 굴복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졌다고 한다. 가르치던 아이들에게도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바보 멍청이나 할 짓이라는 주장을 설파하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2006년 월드컵 즈음엔 스포츠에 대하여 다른 감정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국민들처럼 손에 땀을 쥐고 발을 구르며 환호와 탄식을 내뿜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스포츠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박지성에 대한 범국민적인 인기가 그의 외모나 말솜씨 때문이겠는가. 2006년 월드컵의 16강 탈락이 우리 국력이 모자라서였겠는가. 모든 것이 실력과 노력, 때로는 운에 맞춰 펼쳐지며 우리는 거기에 흥분하고 실망하고 기대하고 또 좌절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인생사, 삶의 진면목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본문 중에서)

 

대중심리를 이용한 돈 놀음에 치우쳐 있는 다른 대중 오락물에서 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는 다른 “거짓과 꾸밈이 없는 승패의 진실, 계산되거나 연출되지 않은 알몸의 몸짓” 때문에 스포츠에 진실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스포츠는 군대와 경찰의 통제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동물 본연의 야수성, 공격성을 해소할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축구를 사랑하는 팬이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대중적으로 열광하는 월드컵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태도는 옹호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축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되는 것처럼, 열광하지 않을 권리도 옹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를 읽어보면 서평기사를 통해 다 소개할 수 없는 톡톡 튀는 다른 생각과 발상을 만날 수 있다. 가끔 추문에 휩싸인 인물을 봐도 그 죄질(에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으며 ‘오직 운이 없다고 여겨질 뿐’이라는 결혼, 사랑 그리고 이혼 에 대한 김갑수의 세상읽기, 3만여 장이 넘는 음반을 소유한 그의 음악에 대한 생각도 만날 수 있다.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를 쓴 김갑수는 독자들에게, 그리고 대중들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제발 남 탓 하지 말라’고, 그리고 ‘제발 대세만 쫒아가지 말라’고. 지은이의 탁월함은 그가 사물을 비판적으로만 보는 차원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남탓’만 하는 비판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상 읽는 방법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책을 읽는 동안 홍순관이 부른 노래 '나처럼 사는 건 나 밖에 없지'라는 노래가사가 자꾸 떠올랐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독자들이라면, 우선 그가 진행하거나 고정패널로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채널을 맞춰보시면 어떨까? 어느 방송이냐고? 인터넷 검색 창에 그의 이름을 입력하고 검색해보시기 바란다.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 - 10점
김갑수 지음/프로네시스(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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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를 꿈꾸던 마흔 다섯 아쉬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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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함께 술을 마시고 헤어졌던 친구가 새벽에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8월 27일 새벽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를 크게 다친 친구는 응급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2주일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지난 9월  10일 새벽 마흔 다섯 아쉬운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지난 토요일 진주화장장에서 한 줌 재가 된 친구를 납골당에 홀로 남겨두고 왔습니다.




평소 술을 좋아하던 친구는 사고가 있던 날도 저를 비롯한 친구들과 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웬만큼 취기가 오를 때까지 술을 마셔야 하는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갔지만 끝까지 술자리를 지켰다고 합니다. 저 역시 밤 12시가 조금 넘어 먼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남아있던 친구와 새벽 2시 30분에 헤어졌다고 합니다. 술 한 잔 더하고 집으로 가겠다며 택시를 타고 떠난 친구는 약 1시간쯤 후에 창원 공단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그리고,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갑작스런 그의 죽음은 마지막으로 보내는 장례식장은 비통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는 울음으로 처연하였습니다. 아들을 먼저 보내는 어머니의 오열과 남편을 먼저 보내는 아내의 흐느낌에 조문객들도 모두 숨을 죽여야하였습니다. 세상을 위해서는 민주화와 혁명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지만, 세속적인 눈으로 보면 참 부모 속을 많이 끓인 삶이어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처음 사고를 당했을 때는 그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왜 하필 공단에서 내렸는지? 하는 의문을 가졌었지만, 친구가 죽은 후에 '부검'을 그치면서 대부분의 의혹들이 모두 풀렸습니다. 친구는 큰 화물트럭 같은 것에 머리를 먼저 부딪쳐서 뇌에 큰 손상을 입었다고 하더군요.

1985년에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서 학생운동이 가열차게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사학과를 다녔던 친구는 학과분위기 탓인지 대학생활이 얼마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의식화' 대학생이 되어 있더군요. 군대를 갔다올 때까지는 집회장에서 서로 눈 인사를 마주치는 사이였을 뿐입니다. 

1988년 가을, 제가 군대를 다녀오는 동안 학생운동이 참 많이 변했더군요. 교문앞 몸싸움이 고작이었던 투쟁은 화염병과 짱돌로 맞서는 방식으로 바뀌어 있었고, 자민투, 민민투로 나누어져 있던 이념 논쟁이 자주파, 평등파로 조직을 구분하여 치열한 사상투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집회장에서는 서로 다른 구호를 외치고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고 몸짓도 서로 달리하더군요.

심각하게 분위기가 바뀐 학생운동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집회장 언저리를 배회하던 저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그 친구였습니다. 이미 학생운동의 노선투쟁에 깊숙히 빠져들어 있던 친구는 만날 때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운동노선을 적극적으로 설파하였으며, 같은 조직에서 활동하자는 권유를 여러 번 하였습니다.

서너 달 학생운동의 언저리를 지켜보면서 책과 문건을 통해 '학습'을 해나가는 동안 저는 그 친구가 속해 있는 조직이 한국사회를 진단하는 것과 사회변혁운동의 전망에는 동의하였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실천의 불필요한 과격성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학생운동의 다수파였던 다른 조직에서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사회변혁의 전망에는 더욱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만 대중적 활동을 펼치려는 실천활동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못하였고, 결국 일찍 학교활동을 정리하고 사회운동에 몸담았습니다.

가까운 친구들이 대부분 그 친구가 속한 조직에서 함께 활동하였기 때문에 저는 제 의사와 상관없이 같은 조직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그 친구와 저는 늘 불가원 불가근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혁명가를 꿈꾸던 친구

87년 6월 항쟁 이후 노동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을 때, 학생운동 활동가들 중에는 가장 적극적인 '노학연대' 투쟁에 참가하였습니다. 노동자 집회가 열리는 곳, 파업 투쟁이 벌어지는 곳에 늘 후배들과 함께 연대 투쟁을 나갔습니다.

학내 집회에서도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전사'중 한 명이었습니다. 건장한 체격은 아니었지만, 화염병과 쇠파이프, 짱돌을 들고 싸우는 싸움에서 늘 앞장서서 싸우는 투쟁가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는 늘 혁명을 꿈꾸던 열혈청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레닌과 볼세비키을 사상의 중심으로 세웠고, 체 계바라를 좋아하였으며 박노해, 백태웅의 사노맹과도 관련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1990년 혹은 91년쯤으로 기억됩니다. 친구는 그가 속한 조직에서 만든 공개 투쟁조직인 '삼민투 위원장'을 맡았고, 곧 공개수배 되었으며, 꽤 긴 도피 생활을 그친 후에 체포되어 길지 않은 감옥생활을 하고 나왔습니다.

그가 감옥에서 나온 후, 현실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소위 민중운동에도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학생운동은 조금씩 약화되기 시작하고 그가 속해 있는 조직은 세력이 급속히 약해졌습니다. 우여곡절끝에 긴 학교생활을 마감하고 졸업을 하였습니다.

쉽게 생활인으로 정착하지 못하였지만 약간의 혼란을 겪은 끝에 병원 원무과 일을 시작하였고, 그는 적극적인 성격과 추진력으로 이내 꽤 능력있는 실무자로 인정 받게 되었고 곧 책임있는 자리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자신을 따르던 후배와 가정을 이루었고, 중학교 3학년이 된 자신을 꼭 닮은 아들을 세상에 남겼습니다.

이젠, 퇴근 후에 광우병 쇠고기 촛불 집회에 참가하여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은 '노틀'이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과격함은 많이 사라지고 생활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유시민은 최근에 쓴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앞서 싸운 동서고금의 '투사'들이 이룩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후불로라도 그 값을 치러지 않으면 온전한 민주주의를 누릴 수 없다고 말 입니다.

마흔 다섯 짧은 삶을 살다간 친구는 민주주의를 위하여 선불을 내는 삶을 살다 떠났습니다. 투철한 혁명가의 삶을 꿈꾸던 그는 마흔 다섯 아쉬운 삶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버린 친구에게 바치는 노래

하얀 날개를 휘저으며
구름 사이로 떠오르네
떠나가 버린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사라져 버린 그 사람
다시는 못 올 머나먼 길
떠나 갔다네

한 없이 넓은 가슴으로
온 세상을 사랑하다
날리는 낙엽 따라서
떠나가 버렸네

울어 봐도 오지않네
불러봐도 대답없네
흙속에서 영원히
잠이 들었네

한 없이 넓은 가슴으로
온 세상을 사랑하다
날리는 낙엽 따라서
떠나가 버렸네

울어 봐도 소용없네
불러봐도 대답없네
흙속에서 영원히 잠이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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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삼류시민 2009.09.13 18:47 address edit & del reply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일부 몰지각한분들의 의견에 맘상하지마시길 바랍니다.
    개들도 짖을 권리가 있으니까요. 아마 체게바라가 누군지도 왜 따르려한느지도
    모를 사람들입니다. 술을좋아하는게 아니라 친구와사람들을 좋아하셨던걸로
    전 짐작데는군요. 다시한번 명복을 빕니다

  3. 땡큐아빠 2009.09.13 19:02 address edit & del reply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런글에 악성댓글 다는 저런 사람들때문에
    화가나네요...

  4. 왕년에건달이다 2009.09.13 19:26 address edit & del reply

    수구꼴통 알바새끼들은 이런 개인블로그까지와서 악플다네,
    현실생활은 시궁창인 것들이 인터넷에 배설하고 자빠졌네
    만나면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것들이

  5. 실비단안개 2009.09.13 20:42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읽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과 이윤기님 힘 내셔요!

    • 이윤기 2009.09.14 08:32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실비단안개님...블로그공부모임하는 그날 친구를 보내고 왔었습니다. 그가 꿈꾸던 더 나은 세상을 이루는 것은 살아가는 자들의 몫이라 생각됩니다.

  6. 하나소리 2009.09.13 21:53 address edit & del reply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7. wjkimss 2009.09.13 22:13 address edit & del reply

    참으로 안타깝군요. 고인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저도 늦은 나이인 30대에다 85학번이랍니다.

    운동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6.29때는 명동에도 나가더랬지요. 그때 상황의 한 단면이 일간지에 나오기도 했지요. 치열했던 당시대를 함께 했던 한 분이 돌아가셨군요.

    알지는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8. 허정도 2009.09.13 23:15 address edit & del reply

    위로드립니다.
    좋은 사람 잃었네요.
    이래서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말이 있는 건가요?
    가신 분의 명복을 빌면서, 남은 가족에게 용기를 내라는 말씀을 감히 드립니다.

    • 이윤기 2009.09.14 08:38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제 친구는 <마지막강의>의 랜디 포시 처럼 삶을 마무리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네요.

  9. 복댕이 2009.09.13 23:30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위로 드립니다. 저까지 안타까운 목숨에 마음이 아프네요. 악플까지 보니 화도 나구요...
    누가 뭐래도 먼저 간 친구는 이 글을 쓴 친구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겁니다.
    힘내시구요~ 다음 기록도 기대됩니다.

    • 이윤기 2009.09.14 08:34 신고 address edit & del

      이름 내세우지 않고, 모양 빛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금 이 만큼이라도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낮은 삶도 누군가가 기억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10. 반사(전사가 열사에게...) 2009.09.13 23:33 address edit & del reply

    그분의 뜻의 친구들과 동지들의 가슴에 오래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네요~!
    사상과 노선이 어찌 되었든 나름대로 자신의 소신과 정의를 위해 약자의 편에 설 수 있는 사람이 서봤던 사람이 있어서 아직 이땅엔 희망이란게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 그리고 악플에 대해 너무 맘 상해 하지 마시고... 그분들이 뇌에 장애가 있어서 그런거니 같이 가슴아파해주세요!
    요즘 약이 나와서 치료가 가능한데 보급이 잘 안되네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약국에 가서 약사에게 말씀하세요!
    약사님 '몽둥이'하나 센걸로 주세요!

    • 명복을 빕니다. 2009.09.13 23:43 address edit & del

      그런건 정부에서 대량으로 구입해서 청와대와 국회에 좀 상비해 두어야 되는건 아닌가요...
      세금 거둬서 어따 쓰는지 몰라...짱나!

  11. DeeperWider 2009.09.14 00:29 address edit & del reply

    민주주의를 위해 선불을 내는 삶을 살다 떠난 친구 분의 죽음에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조금의 생각도 없이 배설해내는 말들에 너무 상처받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이윤기 2009.09.14 08:35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그와 또 수 많은 그들이 낸 '선불'을 조금씩'후불'로라도 갚아나가는 것은 살아남은자, 살아가는자들의 몫이라고 생각됩니다.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12. 파비 2009.09.14 00:54 address edit & del reply

    음, 저로선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저 슬프군요.

    • 이윤기 2009.09.14 08:36 신고 address edit & del

      위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냥, 명망가가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을 치열하게 살았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지요.

  13. 0000 2009.09.14 02:24 address edit & del reply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게 다 이명밥 때문이다. 명밥 ㅅㅄㄲ

  14. 이윤기 2009.09.14 08:25 address edit & del reply

    마흔 다섯, 아쉬운 삶을 남기고 간 제 친구를 위해 '추모'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5. 렛츠고 2009.09.14 10:01 address edit & del reply

    저 역시 마흔 다섯, 80년대 학생운동의 귀퉁이에서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짠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보는 것같아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신 분의 몫까지 함께 나누어야 할 것 같군요...

  16. 하아암 2009.09.14 13:17 address edit & del reply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부터가, 이름없이, 묵묵히 세상의 변화를 일궈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잊음을 잊지 않아야겠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7. 좋은바다 2009.09.14 17:41 address edit & del reply

    사고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가는구만..
    고인의 명복을 비네. 아마도 좋은곳으로 갔겠지..

    하도 오랜 세월이 지난탓에 얼굴은 아른 아른 하지만
    당시에 열심히 싸웠던 동지로 기억하고 있네..

    가족도 가족이려니와 그를 아꼈던 주변 친구들도 마음이 많이 아플듯..
    모두 위로를 전하면서..

  18. 이인안 2009.09.17 18:35 address edit & del reply

    결국, 돌아가셨군요. 안타깝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9. 엑사일런 2009.09.23 18:42 address edit & del reply

    그 시절을 함께 헤쳐나온 사람으로서, 이렇게 또 한 분께서 허무하게 가시다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부디 남은 가족과 친지분들께서 용기 잃지 마시고 힘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80년대의 동지 여러분, 우리의 피와 땀이 우리 아이들이 더불어 누릴 권리로 든든히 자리잡을 때까지, 나이먹어 가더라도 옳은 삶의 태도를 잃지 맙시다.

  20. mole 2010.06.19 20:32 address edit & del reply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친구 분 아드님께 아버님 삶의 치열했음을 고스란히 전하실 수 있기 바랍니다.

    • 이윤기 2010.06.21 10:00 신고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한 동안 잊고 살았는데... 댓글을 보며 친구들 다시 떠 올려봅니다.

  21. mocassin louboutin 2012.12.18 20:43 address edit & del reply

    재가 된 친구를 납골당에 홀로 남겨두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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