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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용역비용만 아끼지 말고 용역도 좀 아낍시다 !

by 이윤기 2011.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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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창원시장이 용역비용 과다 지출 문제를 지적하였다고 합니다. 경남도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창원시 간부회의에서 "앞으로는 용역비 산출 때 그 근거를 명확히 해서 올리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창원시에서 많은 용역을 추진하는데, 용역비를 어떻게 산정하느냐"라며 말문을 텄다. 그러면서 "물어보면 '정부 단가 기준이다, 전체 사업비를 고려한 것이다'라고 하는데, 나로서는 수긍이 안 된다"라며 "예를 들면 전체 공사비가 100억 원이니, 용역비는 10분의 1인 10억 원, 뭐 이런 식이다. 무책임하지 않나? 심지어 10분의 1을 넘는 경우도 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경남도민일보)

시장께서는  "앞으로는 용역비 산출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제시단가의 산출근거를 명확히 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합니다.

박완수 시장의 이런 지적은 "시 재정을 개인 돈처럼 아끼라"는 의미로 이해되기 때문에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아울러 용역 중간보고회 때, 외부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도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창원시가 올해 본예산에 반영한 용역만 모두 60건이고, 사업비는 29억 4121만 원이라고 합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실제로 용역 중에는 비용산정에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는 모양입니다.

▲엉터리 용역의 대표 사례, 마창대교



제 블로그에서도 얼마 전에 창원시청사 위치 용역과 과련한 기사를 포스팅하였습니다. 그때 통합 창원시 청사 위치가 용역으로 결정될 수 없는 문제라는 주장을 제기하였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2011/02/23 - [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 통합시청사, 용역 그만두고 정치적으로 결정하라 !

비슷한 관점에서 용역 문제를 바라보면, 박완수 시장이 지적한대로 용역 비용을 낮추고 용역비용 산출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용역을 거쳐야 하는지, 혹은 용역을 맡기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우선 검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컨대, 창원시청사 위치 용역과 같은 경우를 보면,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을 용역 기관에 맡겨버림으로써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고, 시간을 끌 뿐만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위한 용역이라는 오해를 불러옵니다.

창원시 청사 위치 문제뿐만 아니라 실제로 많은 용역이 공무원들이나 시정 책임자의 책임 회피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없는 분위기이면,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용역을 맡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왜 그렇게 결정하였는가?"라는 책임을 묻는 질문이 나오면 "전문가 용역 결과가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용역 비용의 과다지출도 문제지만,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민감한 사안은 무조건 용역에 맡겨버리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정부가 결정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데, 용역은 이른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사와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울러 용역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습니다. 용역결과의 오류로 인하여 버스요금이 과다책정되면 시민들만 손해를 보고, 김해~부산 경전철처럼 승객 예측을 엉터리로 하여도 용역기관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결국, 많은 비용을 들여서 용역을 수행하는 것은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도록 하는 절차'일 뿐입니다.

'용역만능주의'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용역 비용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용역을 맡기지 않고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공익을 앞세우면서 행정책임자와 공무원이 소신을 가지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