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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대학, 언론이 월 88만원짜리 과외하나?

by 이윤기 2011.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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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대, 고대 공신들이 우리 아이 공부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광고가 나왔습니다. 지역의 신문사와 대학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여름방학 한 달동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서울대, 연대, 고대에 재학중인 "공부의 신(?)'들이 멘토가 되어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공부 캠프가 한 달동안 진행된다는 광고였습니다.

창원과 김해지역 학생 4, 5, 6학년을 120명을 모집하여 한 달 동안 공부방법을 가르치는 이 캠프의 핵심은 서울대, 연대, 고대에 다니는 대학생들이 아이들에게 공부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공신력있는 신문사와 지역 대학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공익을 위한 활동의 일환인 줄 알았더니, 참가비가 1인당 88만원 인 것을 보니 공익활동은 아닌 모양입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부 캠프의한 달 참가비가 88만원이나 되는 것을 보면 수익 사업인 것 같기도 하고, "멘토와 함께 하는 공부 캠프, 혼자서 할 수 있는 공부 방법, 글로벌 인재의 꿈"과 같은 광고 문구를 보면 공익사업 같기도 합니다.

120명 참가비 1억 훌쩍 넘는데...

참가비 88만원씩 120명이면 총액은 1억이 넘는군요. 총액으로 계산해보니 여름 방학 1달 하는 행사치고는 정말 규모가 큽니다.

참가비 88만원 * 120명 = 105,600,000 (1억 5백 6십만원)



88만원 세대가 연상되는 참가비도 좀 기분이 묘합니다. 한 달에 88만원 밖에 못 버는 젊은이들이 수두룩 하여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공신들에게 한 달 동안 공부방법 배우는데 88만원을 내야하니 말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만 88만원이 부담스러워 참가하지 못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뿐만아니라  서울대, 연대, 고대에 다니는 아이들을 공신이라고 말하는 것은 좀 못 마땅하기는 합니다. 서울대, 연, 고대에 다니는 친구들은 한 달 아르바이트비를 얼마나 받는지 모르지만, 초등학생들의 학습 멘토가 될 수 있는 대학생의 자격을 이른바 스카이 대학으로 제한한 것도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아이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8명의 프로필이 공개되어 있더군요. 모두 2010학번, 2011학번의 싱싱한 새내기들이었습니다. 이 친구들이 스스로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인 것은 알겠는데 공부를 빼고 다른 영역에서 초등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준비는 얼마나 되어 있을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멘토와 공부하는 시간이 절반 가량 되더군요. 학습 클리닉과 기억전략 등 다른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대체로 서울대, 연대, 고대 학생들이 중심이된 초등학생 학습 과외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공부 캠프'라는 용어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원래 캠프는 1885년경 미국에서 가속화되는 도시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다양하게 전개되었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야외에서의 생활을 재발견하려는 이러한 시도와 더불어 긴 방학이 특히 여름 캠프의 발전을 촉진시켰습니다.

원래 학생들 간의 우애를 쌓고 소박한 생활을 체험하는 것이 캠프의 전통입니다. 기본적으로 캠프는 학습에서 벗어나자연을 만나는 것을 일컫는 말인데 과외에 가까운 학습 활동에 '캠프'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도 유감입니다.

특히 지역 대학이 지역 대학에 입학하고 지역에서 살아 갈 지역 인재에 대해서는 인색하고, 서울대, 연대, 고대에 입학 하려는 초등학생들을 위하여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도 모르겠더군요. 서울대, 연대, 고대에 못가고 지역 학생들이 지역 대학이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광고 문구와 홈페이지만 살펴 봐 서는 사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 기업들이 진행하는 '공부캠프'와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과 언론이 월 88만원짜리 과외(?)를 한다는 오해를 벗기 어렵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