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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내가 좋아하는 맛집

옛날 빙수기계로 반값 팥빙수 파는 곳

by 이윤기 2011.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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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단전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만, 그래도 곡식이 여물어가는데는 크게 도움이 된다고하니 한 편으로는 다행인듯 합니다.

팥빙수 좋아하시나요? 저는 빙수뿐만 아니라 팥을 좋아합니다. 동지에 먹는 팥죽도 좋아하고, 간식으로 먹는 단팥죽도 좋아합니다.

웬만해서는 공장에서 나온 과자와 가공식품을 먹지 않습니다만, 여름 한 철 동안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커피숍 같은 곳에서 파는 팥빙수는 종종 사 먹습니다.

팥빙수 재료에도 설탕과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유명 제과업체에서 만든 아이스크림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사 먹는답니다.


생협에서 팥과 설탕을 사다가 빙수용 팥을 만들고 잼과 과일, 떡 같은 것을 섞어서 여름내내 집에서 팥빙수를 만들어 먹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집에 마트에서 산 팥빙수 기계도 2대나 있습니다만, 값이 싼 제품이라 그런지 빙수 전문점에서 파는 것 처럼 얼음이 곱게 갈리지는 않습니다. 여름 한 철을 쓰고 나면 칼날이 무뎌져서 나중에는 얼음을 가는 것이 아니라 깨뜨리더군요.

전에 창동 사거리에 가면 빙수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여러 종류의 빙수 메뉴가 있었고 전문점 답게 양도 아주 넉넉하였습니다. 작년 여름까지는 종종 빙수를 먹으러 갔었는데 올 여름에 가보니 문을 닫았더군요.



올 여름에 새로 단골이 된 팥빙수 집

대신 올 여름에는 새로운 단골집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귀산가는 바닷가 길을 따라가다가 마창대교 다리 아래에 가면 '옛날 팥빙수 기계'로 얼음을 갈아주는 곳이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하여도 빙수기계는 모두 사람 힘으로 돌렸는데, 요즘은 사람 힘으로 돌리는 빙수기계가 남아있는 곳이 없습니다.

지난 여름에 자전거국토순례를 준비하면서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귀산까지 연습하러 다녔는데, 그 때 이곳에서 옛날 빙수기계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빙수를 먹으면서 이 귀한 옛날 기계를 어디서 구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전기로 얼음가는 기계를 사다놨는데...영 시원찮아서 부산까지 가서 어렵게 저 기계를 구해오셨다고 하더군요."



인간동력 팥빙수 기계, 불편하지만 지속가능하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에는 학교앞 문구점이나 분식점에 모두 저 기계가 있었습니다. 요즘나오는 기계에 비하여 단순하기는 하지만 튼튼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몇 년 전에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라고 하는 제목의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동력이야 말로 지속가능한 에너지라는 저자의 주장에 크게 공감하였지요.

집에 사용하는 연필깍기나 믹서기, 빙수기나 뻥튀기 기계 같은 것을 동력이 없는 제품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대신에 자전거를 타는 것은 가장 훌륭한 인간동력 활용이지요.

사실 꽤 오랫동안 편리하게 사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니 사람들은 뭐든지 전기 플러그만 꽂으면 자동으로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어느새 손으로 하는 일은 불편한 일로 여기고 기계로 하는 일은 편리하다고 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게 되었지요.

엊그제와 같은 정전사고를 겪으면서 사람들이 기계를 사용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가 딴 데로 좀 샜습니다. 아무튼 올 여름에 인간동력으로 얼음을 가는 오래된 팥빙수 기계가 있는 이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귀산까지 갔다 올 때 마창대교 아래서 쉬면서 여러번 팥빙수를 사 먹었습니다.

 



시원한 바닷 바람 맞으며 반값 팥빙수 한 그릇?

시내 유명제과점에 파는 팥빙수만큼 화려하지는 않습니다만 대신 가격이 저렴합니다. 유명 패스트푸드점이나 제과점의 경우 팥빙수 한 그릇에 4000 ~6000원 정도 합니다만, 여기 할머니가 파는 팥빙수는 한 그릇에 2500원입니다.

가격대비로는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 요즘 반값 등록금이 이슈인데 여기는 반값 팥빙수입니다. 유명제과점 같은 인테리어와 점포세가 없으니 가능한 가격이겠지만 저는 딱 만족스러운 가격입니다. 돈을 많이 들인 인테리어는 없지만 마창대교가 만들어준 그늘과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맡으며 팥빙수를 먹을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우유, 연유 그리고 단맛을 내는 초록색소, 빨강색소를 마구 뿌려주십니다. 이 색소를 모두 뿌리면 옛날 학교앞 문구점에서 팔던 그런 팥빙수가 됩니다.
우유, 연유, 초록색소, 빨강색소를 뿌리지 말고 달라고 했더니, "그럼 맛이 없다"고 걱정을 하시더군요.

"색소를 뿌려야 맛이 나는데...이걸 넣어야 제 맛이나는데 나중에 맛 없다고 타박하지 말어" 하시더군요. 아주 적극적으로 그리고 단호하게 빼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맛있게(?) 만들어주기 위해 그냥 확 뿌려줍니다. 처음 갔을 때는 빼달라고 했는데도 한 그릇은 색소를 뿌려주셨거든요.


두산중공업 지나서 귀산으로 가는 해안길에는 낚시를 즐기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자주 다녀보니 낚시를 핑게 삼아 피서하러 나오신 분들도 많더군요. 아마 장사가 꽤 되는듯 하였습니다.

마창대교 아래에는 이렇게 팥빙수, 옥수수, 커피, 음료수 같은 것을 파는 가게가 벌써 여러 곳 있습니다. 일부러 여기까지 팥빙수를 먹으러 갈 수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 근처를 지나시면 '인간동력 팥빙수' 한 그릇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아침 일기예보를 들으니 내일부터 서늘한 가을 날씨로 바뀐다고 하는군요. 팥빙수의 계절은 다 지나간 듯 합니다. 할머니가 건강하시면 내년에도 저 빙수기계를 다시 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