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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새로 산 자전거 타다 뒤집힌 경험 없나요?

by 이윤기 201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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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자전거를 새로 샀던 동료 한 명이 내리막 길에서 자전거가 뒤집히는 대형사고를 두 번이나 당하고 나서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를 옛날 방식으로(좌-뒷바퀴 브레이크, 우-앞바퀴 브레이크) 바꾸었다고 합니다.

옛날부터 타던 오래된 낡은 자전거를 폐차하고 새 자전거를 샀지만 왼손과 오른손 브레이크 위치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2010년 이후에 자전거 새로 사고나서 브레이크 위치가 바뀌어 당황했던 경험 없어신가요?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2011년 전남 강진에서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가는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를 앞두고 새로 MTB 자전거를 구입하였는데, 나름 자전거를 즐겨탄다고 자부했던 저도 모르게 브레이크 좌우가 바뀌었더군요.

2010년 이전 자전거 : 왼쪽 브레이크 레버 - 뒷 바퀴 브레이크, 오른쪽 브레이크 레버 - 앞 바퀴 브레이크

2010년 이후 자전거 : 오른쪽 브레이크 레버 - 뒷 바퀴 브레이크, 왼쪽 브레이크 레버 - 앞 바퀴 브레이크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자전거를 배운 후, 40년 가까이 탔던 자전거들은 모두 왼속으로 뒷바퀴 브레이크를 잡아주고 오른손 레버를 당기면 앞바퀴 브레이크를 잡아주었습니다. 그런데 국토순례를 앞두고 새로 구입한 자전거는 왼속과 오른손이 바뀌어 있는겁니다.

온 국민이 타고다니는 브레이크 위치가 바뀐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많이 당황스러워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왜 브레이크 위치를 바꾸게 되었는지 물어도 시원하게 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2~3명이 "국가표준이 바뀌어서 그렇다", "보행자 우측 통행이 실시되면서 수신호를 위해서 바뀌었다" 같은 답을 들려주었지만 최초의 의문이 시원하게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2010년 이후 자전거 전복사고...저만 경험했을까요?

전남 강진을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가는 일주일 동안의 국토순례 동안 오른손 레버를 당기면 뒷바퀴 브레이크가 잡힌다는 것을 계속 머리로 기억하면서 자전거를 타야했습니다. 국토순례를 마치고 창원으로 돌아온 후에도 새로 바뀐 자전거 브레이크 레버에 적응하기 위하여 늘 신경을 써면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국토순례를 함께 했던 동료들 중에서 어린이, 청소년, 주부를 대상을 자전거 교육을 하는 친구들은 이미 좌(앞바퀴 브레이크)우(뒷 바퀴 브레이크)가 바뀐 것에 잘 적응하고 있었습니다만, 어렸을 때 자전거를 배운 후 어른이 되어 새로 타기 시작한 사람들은 저 처럼 많이 당황스러워 하였습니다.

이미 좌우 변경에 익숙한 동료들은 "어차피 국가표준이 바뀌었고 새로 만들어 판매되는 자전거들은 모두 오른손 레버가 뒷브레이크로 출고되니 지금이라도 습관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를 해주더군요. 그래서 국토순례를 마치고 돌아와서도 새 자전거의 바뀐 브레이크에 익숙해지기 위하여 늘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렇지만 집에 있는 오래된 자전거나 창원시에서 도시 곳곳에 배치해놓은 4천 여대의 공영자전거 브레이크는 모두 옛날 방식(좌-뒷브레이크, 우-앞브레이크)이었습니다. 오직 2010년 이후에 구입한 새 자전거들만 브레이크 위치가 바뀐 것이지요.

창원시에서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담당하는 부서에 "국가 표준이 바뀌어 자전거 브레이크가 위치가 반대로 바뀌었는데, 공영자전거는 언제 바꾸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담당자는 1년 정도 홍보기간을 거쳐서 바꿀 계획이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렇지만 1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창원시 공영자전거 브레이크 위치는 여전히 국가표준을 지키지 않는 옛날 방식입니다.(그래서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2011년 7월에 새 자전거를 구입하고나서 두 달이 못되어 제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는 옛날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주남저수지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에서 급브레이크를 잡아야하는 돌발상황이 생겼는데, 오른손 브레이크를 먼저 잡아야한다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을하여 40년 동안 몸에 익은 습관대로 왼손 브레이크를 잡았던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자전거가 뒤집혔고 저는 시멘트 바닥에 나뒹굴었습니다. 헬멧을 쓰고 있어서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지만 얼굴을 바닥에 갈고 자전거 부착되어 있던 후레쉬가 박살이 났더군요. 그날 부상을 당하고나서 곧장 자전거 샵으로 가서 브레이크 위치를 옛날식으로 바꾸었습니다.

도대체 왜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를 바꾸었는지 궁금하여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지만 속 시원한 답은 없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긴 시간 손품을 팔아가면 검색을 해서 찾아 낸 비교적 설득력 있어 보이는 답은 재경부 산하 기술표준원 고시 제2009-0978호(2009.12.30)에서 '2010년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 안전기준 변경'하면서 자전거 브레이크의 위치를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국가표준원에 근무하는 공무원 몇 사람이 책상에 앉아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일을 이렇게 쉽게 바꿀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자전거 잡지 등에 보도된 내용과 인터넷 검색 결과물을 모아보면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를 바꾼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차와 사람, 자전거 모두 우측 통행으로 변경되면서 자전거가 우측으로 통행할 경우 뒤에 오는 차량에게 수신호를 보낼 때 왼손을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왼쪽 손으로 수신호를 보내면서 갑작스런 상황에 브레이크를 잡게 되면 오른손으로 잡게 되는데 그 때 오른손이 앞 브레이크일 경우 전복 사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좌측 뒤에 오는 차량에 수신호를 할 때 왼손을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100년 넘게 사용하던 자전거 안전의 핵심 장치인 브레이크 위치를 국민들도 잘 모르게 바꿀만한 충분한 이유로 납득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가 바뀌었는데...안행부 장관은 알고 있을까요?

왜냐하면 우측통행이 실시되기 전에도 자전거가 우측으로 통행할 때 뒤에 오는 차량에게 왼손으로 수신호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자전거와 함께 도로 가장자리 우측으로 통행하는 저가 오토바이와 스쿠터 등 이륜차들은 여전히 옛날 자전거 방식의 브레이크(왼손 - 뒷바퀴 브레이크, 오른손 - 앞바퀴 브레이크)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우측 통행 실시로 차량에 수신호를 하기 위해 바꿨다는 주장이 일리는 있지만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스쿠터와 자전거를 번갈아 타는 사람들은 스쿠터를 탈 때는 왼손 브레이크르 먼저 사용해야 하고, 자전거를 탈 때는 오른손 브레이크를 먼저 사용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에 대한 국가표준을 바꾼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런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국가 정책이 바뀌었지만, 홍보라고 해봐야 새 자전거를 구입할 때 '자전거 브레이크 좌우 레버 기능이 반대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리는 종이 쪽지 한 장이 전부입니다.

전 국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홍보를 해도 수십년 동안 몸에 익힌 안전 습관을 바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인데, 소리 소문없이 바꿔놓고 국민들에게 알아서 적응하라고 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울러 지금 당장 자전거와 스쿠터의 브레이크 위치가 반대로 되어 있는 이 위험한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가 안전행정부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 '안전'을 우선시 하겠다면 부처 이름도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뀌었지요. 텔레비전 뉴스 등으로 자전거 타기 활성화 행사에 장면을 보면 장관이나 정치인들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 과연 지금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나 할까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일을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소리 소문없이 이렇게 소흘하고 무책임하게 바꾼 지난  정부(이명박)가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3년이 지났지만 안전행정부는 지금이라도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를 바꾼 것이 정말 제대로 잘 한 일인지 충분히 재검토해야 합니다.

아울러 정말 잘한 일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아울러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를 바꾼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면, 스쿠터의 브레이크 위치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하루 빨리 바로 잡을 책임은 전적으로 안전행정부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