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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엉터리 자전거도로 왜 자꾸 만드는지 압니다

by 이윤기 2013.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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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가 새로 만들고 있는 자전거길이 엉망진창이라고 어제(5월 28일) 경남도민일보가 1면 머릿기사로 대문짝 만하게 보도하였습니다. 기사 제목은 '창원시에 묻는다 이런 길 만든 목적이 뭐냐고' 입니다.

 

"자전거 동선, 보행자 안전 파악 없이" 만든 길, 시설물 많고 좁은 인도를 쪼개 공사하는 바람에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 없어지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구간은 설치한지 일주일도 안 된 시각 장애인 점자보도블럭을 걷어내고 자전거길을 만든 곳도 있다는 것입니다.

 

무려 8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하여, 자전거 이용객에게도, 보행자에게도 환경받지 못하는 '생색내기용, 실적쌓기용' 자전거도로 공사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실 이 엉터리 자전거 도로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경남도민일보 사옥이 있는 홈플러스 마산점에서 어린교 구간 공사를 보름넘게 방치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서 출발되었습니다.

 

공사 방치를 보도하고 나서보니 공사만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전거 도로 공사 자체가 엉터리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제까지 접근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뜬금없는 마산 자전거 도로 왜 만들까?

 

그럼 이 자전거길 공사가 이루어지게 된 것은 무슨까닭일까요? 사실 옛창원시는 처음 도시를 계획할 때부터 주 간선도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자전거도로를 만들었고, 이른바 '환경수도, 자전거 도시'를 선언하면서 새로 자전거 도로를 정비한 곳도 많습니다.

 

그러나 마산의 경우는 이런 자전거도로가 좀 낯섭니다. 2010년 행정구역 통합 이후에 마산, 진해에도 일부 지역에 누비자 터미널이 설치되고 자전거 군데군데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있지만, 옛 창원지역에 비할 수도 없고 대부분 '보도에 만든 자전거 도로'이기 때문에 돈을 들여도 별로 표가 나지 않습니다.

 

 

 

홈플러스 앞 자전거 도로는 국가 자전거도로 구간?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경남도민일보에 대문짝만하게 보도한 엉터리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바로 위 사진의 지도 때문입니다. 이건 이명박 정부가 시작한 국가자전거도로 계획도입니다. 이른바 국토대종주 자전거길을 만들고 있는데, 그 구간이 함안을 지나서 마산 내서- 마재고개~어린교 오거리를 거쳐서 창원시내를 지나 안민터널을 거쳐 진해로 이어지고 부산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국가자전거도로 계획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뜬금없이 마재고개에서 시작되는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고, 어린교오거리 구간을 지나서 창원으로 연결되는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산시내 다른 곳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자전거 횡단도로'가 어린교 오거리에 만들어진 것도 바로 이 계획 덕분(?)입니다.

 

작년에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던 '안민터널 40억 자전거 도로'공사도 사실은 이 '국가 자전거 도로 계획' 때문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창원시내 어느 곳에도 만들지 않는 터널 내 '자전거 도로'를 40억이나 들여서 유독 안민터널에만 만든 것입니다.

 

창원시가 엉터리 자전거 도로를 계속 만들고 있는 이유? 그건 엉터리로 만들어도 통계상으로는 자전거 도로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통계만 늘어나도 지방정부가 평가를 받거나 상을 받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일겁니다. 이유는 또 있지요. 바로 국비 지원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지도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1단계 사업구간입니다. 마창진 통합 전에 만들어진 이 지도를 보면 국가 자전거 도로(국토대종주 자전거 도로)는 옛 마산시 - 옛 창원시 - 옛 진해시를 지나서 부산으로 이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국 순환 자전거 도로망은 창원시 처럼 원래 있었던 도로를 활용하는 구간과 다른 사업으로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는 구간을 빼고 약 2,175㎞를(총연장 총연장 3,120㎞) 1조 20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2010 ~2019년까지 10년간 만드는 사업입니다.

 

예산이 엄청나지요? 바로 이 엄청난 예산 덕분에 8억원이나 들여서 뜬금없이 마재고개에서 어린교 방면으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 행안부(현 안행부)가 만든 이 계획 기본 계획을 보면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 것처럼 엉터리로 만들면 안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자전거도로 폭이 좁아 자전거이용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에 따라, 기존 1.1m의 도로 폭을 1.5m로 확대하고, 자전거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도로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분리공간을 0.2에서 1m까지 확보하도록 했다."(2010년 행정안전부 자료)

 

자전거 도로의 폭은 1.5m로(부득이한 경우 1.2m) 확대하고 일반도로와 자전거 도로 사이에 분리 공간을 최소 0.2m에서 1m까지 확보하도록 계획을 하였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지요. 원래 있던 보행자 보도를 쪼개서 보행 겸용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에  폭이 1.5m가 안 되는 구간이 많습니다. 부득이한 경우 1.2m라는 단서 조항이 있기는 한데, 문제는 부득이한 구간이 너무 많고 길다는 것이지요.

 

보도겸용 자전거 도로, 자전거 타는 사람도 위험하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마산시내에 만들어지고 있는 보도겸용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를 타는 입장에서도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보도위에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를 걸어다니는 보행자들과 부딪힐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보도겸용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와 보행자가 부딪히면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된 자전거의 책임입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보도겸용 자전거 도로에는 건물 주차장으로 출입하는 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듭니다. 이 길로 자전거를 타고가면 언제 건물 주차장에서 자동차가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잠시도 방심하거나 딴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또 보행자들 중에는 넓은 공간이 있어도 보도 위에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를 걷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걷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녀야 합니다. 아울러 보도 겸용 자전거 도로는 평평하지 않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평평해 보이지만 비포장 도로보다 조금 나은 정도에 불과합니다.

 

MTB 자전거를 타고 가도 덜컹덜컹하는 충격이 끊임없이 엉덩이에 전달됩니다. 아스팔트나 자전거 전용도로처럼 노면이 평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도로에 내려갈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로교통법에 자전거 이용자는 '자전거 도로가 있는 곳에서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지 않으면 불법운행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비록 엉터리 자전거 도로라고 하더라도 자전거 도로가 있는 구간에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지 않다가 사고가 나면 불이익과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보도 겸용 자전거 도로는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 것처럼 "보행자와의 충돌이나 각종 시설물이나 적치물 때문에 위험"한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창원 시내 곳곳에 보도위에(보도겸용) 만들어지는 엉터리 자전거 도로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대로 된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니면 차라리 안 만드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자전거 타는 사람의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