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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김해경전철 1000억 적자, 창원 도시철도는 28억 적자?

by 이윤기 2013.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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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해 경전철 운영에 따른  MRG(최소운영수입보장) 금액이 1000억원이 넘습니다. 전체 운영수입보장액 중에서 김해시가 부담하는 금액만 매년 700억원 가량입니다. 이런 사정은 김해가 좀 더 심각할 뿐 경전철이나 철도 교통수단을 도입한 용인, 의정부, 광명, 인천, 대구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격고 있습니다.

 

모두 엉터리 수요 예측으로 승객 숫자가 뻥튀기 되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기적 같은 용역보고서가 어제 창원에서 공개되었습니다. 부산-김해 경전철의 MRG 금액이 1000억원이 넘는데, 창원 도시철도의 연간 운영 적자는 28억원 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제(5월 15일) 창원시가 주최한 '창원도시철도 건설을 위한 공청회'가 의창구 팔룡동 경남창원과학기술진흥원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공청회에 배포된 도시철도 타당성 평가를 위한 용역기관의 보고서를 보면 '장미빛 전망'으로 가득합니다.

 

전국의 경전철이 막대한 운영적자로 해당 지방정부의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전문기관의 연구자들은 2018년 개통되는 창원도시철도는 하루 이용 승객이 12만 7000명이나 되기 때문에 연간 운영 적자는 28억원에 불과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김해 경전철 17만명 예측 -> 실제 3만명, 창원 도시철도 12만명 예측 -> 실제 ?

 

부산- 김해 경전철의 경우도 2000년 무렵 사업 타당성을 검토할 때 하루 17만 6000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뻥을 쳤지만, 실제 개통 이후에 하루 이용승객은 3만 ~ 4만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부산-김해 경전철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부산~김해간 교통수요에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승객 예측이 부풀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창원 도시철도의 승객 예측은 조금도 부풀려지지 않았을까요? 도시철도 개통 후에 승객이 얼마나 탑승 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전문 기관이라고 하는 곳에서는 교통공학적인 '공식'에 따라 하루 12만 7000명이 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비전문가의 예측보다 더 정확해보이지는 않습니다. 비전문가인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과연 시내버스를 타던 승객들이 모두 도시철도를 탈 수 있을 것인가하는 다른 방식의 예측을 해봤습니다. 현재 창원시내 전체를 운영중인 시내버스 노선과 승객수를 비교해보았습니다.

 

창원시내를 운행중인 600여대 시내버스의 1일 승객은 대략 26만명쯤 된다고 합니다. 도시철도 승객이 12만 7000명이라고 한다면, 시내버스를 이용하던 시민들 중에서 절반 가량이 모두 도시철도를 이용해야 가능한 숫자입니다.

 

과연 창원시내 전역에 150여개 노선을 그물망처럼 연결하여 운영중인 시내버스를 타던 시민들이 마산-창원-진해를 연결하는 딱 1개 밖에 없는 (불편한) 단일 노선의 도시철도를 이용하게 될까요?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를 완벽하게 환승할 수 있도록 해도 시내버스를 타고 한 번에 목적지까지 가던 승객들이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를 환승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절반 이상이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할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버스 승객 절반이 도시철도를 탄다고?

 

한편, 어제 공청회에서 김석규 의원이 밝힌 '도시철도 용역 자료'에 따르면 도시철도 승객 12만 7000명을 채우려면 4만 명이 승용차를 버리고 도시철도를 타야하고, 1만 7천 명이 택시 대신에 도시철도를 타야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자료 또한 신뢰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도시철도가 생기면 승용차를 타던 시민들이 도시철도 타게 될까요? 친환경 교통수안이라는 당위성이 승용차의 편리함을 상쇄시킬 수 있을까요? 창원은 서울처럼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도시가 아닙니다.

 

출퇴근 시간만 조금 피하면 승용차를 아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일 뿐만 아니라 창원시의 장래 교통계획을 보면 승용차가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터널과 다리를 곳곳에 만드는 계획이 수립되어 있습니다.

 

이 처럼 승용차 중심의 교통 계획을 세워놓고 도시철도만 생기면 승용차를 버리고 도시철도를 타는 사람이 하루 4만 명이나 된다는 예측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승용차 승객 4만 명이 매일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일이 생기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승용차 통행이 불편한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혼잡 구간에 승용차가 들어갈 수 없도록 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다리를 놓고, 터널을 뚫는 계획도 모두 그만두어야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용역보고 자료에는 승용차 승객을 도시철도를 이용하도록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승객 유인대책은 물론이고 승용차 수요를 억제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대책 같은 것도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창원 도시철도가 김해 경전철 같은 애물단지가 되느냐 아니냐는 승객(수요) 예측에 따라 결정되는 일인데, 김해시의 실패 사례를 보면서도 창원시는 듣기 좋은 이야기, 낙관적인 예측자료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비전문가의 상식적인 승객 예측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자료도 있었습니다. 토론자료 참여한 인제대 이우배 교수에 따르면 창원(110만)보다 인구가 많은 광주(146만)의 지하철 1일 승객이 5만 명에 불과하고, 대전(152만) 지하철 1일 승객은 10만명 가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창원도시철도 1일 승객은 12만 7000명이나 될 것이라고 예측한답니다. (참고로 도시 인구 대비 1일 승객 수를 보면 김해 경전철이 3~4만명 밖에 안 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입니다.)

 

이런 비전문가들의 상식적인 예측을 종합해보면 하루 승객이 12만 7000명이나 될 것이라는 예측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김해시와 부산시는 1년에 1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전해주어야 하는데, 창원시는 1년에 28억만 적자를 보면 도시철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용역보고서 역시 믿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