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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시립어린이집 운영 꼭 단일화해야 하나?

by 이윤기 2011.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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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창원시에서는 시립어린이집 운영체계를 둘러싸고 시정부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시의회, 그리고 어린이집 학부모들 간에 큰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오늘은 시립어린이집 운영문제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현재 통합 창원시에는 모두 35개의 시립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는데, 행정구역 통합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옛마산, 창원, 진해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창원지역은 15개 가운데 14개가 직영이며 1개만 위탁이고, 마산지역은 14개 모두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진해도 6개 가운데 5개가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시립어린이집 위탁 문제가 거론된 것은 지난 5월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창원시의회 모의원이 시정질문을 통해 ‘직영, 위탁으로 나뉜 운영체계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런 지적을 받아들인 창원시는 ‘시립어린이집 운영체계 단일화’를 위한 용역을 진행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창원시의 '시립어린이집 운영체계 단일화' 용역 소식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창원시립어린이집 위탁반대시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 민간위탁을 반대하고 나섰고, 민주노동당 시의원들도 시립어린이집 직영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학부모가 중심이된 위탁반대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동당 시의원들은 “시가 진행하는 용역자체가 위탁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였고, 창원시에서는 직영, 혹은 위탁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으며 용역 결과에 따라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난 상황입니다.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은 운영체계 단일화를 핑계로 옛창원 지역에 있는 직영어린이집을 민간에 위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창원시에서는 어느 쪽도 방향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며 용역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하였지만, 시립어린이집 운영을 '단일화'하기 위하여 용역은 실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산, 창원, 진해시가 행정구역을 합쳤다고 해서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지역 특성이나 그동안의 해왔던 행정의 연속성을 모두 무시하고 불과 1년 만에 단일한 기준을 만드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시립어린이집 용역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 것도 무리하게 단일 기준을 만들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민간위탁에 반대하는 분들의 주장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시립어린이집의 경우 민간위탁보다 직영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시립어린이집을 시정부가 운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초, 중, 고등학교의 경우 학교에 정부가 일원화하여 운영하는 획일적인 학교교육에 반대하는 '대안학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교육을 정부가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흐름 또한 분면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모두 직영으로 전환하면 반발없을까?

따라서 행정구역을 통합해서 하나의 시가 되었으니 창원시내에 있는 모든 시립어린이집을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해야한다는 생각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만약 이번 논란과 반대로 창원시가 용역 결과에 따라서 시립어린이집 모두를 직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더라도  비슷한 반발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동안 시립어린이집을 위탁운영해오던 분들은 하루 아침에 시립어린이집 운영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옛마산, 창원, 진해가 시립어린이집을 다르게 운영하였던 것은 지역별 특성과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가 주도하여 행정구역을 합쳤다는 이유만으로 통합시 전체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려고 하다보니 혼란이 생기는 것입니다.

단일 기준이 아니라 직영과 위탁을 적정비율로 유지하면서 서로 선의의 경쟁도 시키고, 운영에 대하여 평가도 하면서 다르게 운영하고, 학부모들도 직영과 위탁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 할 수도 있습니다.

위탁을 반대하는 학부모단체나 민주노동당의 주장처럼 대다수 학부모들이 직영을 선호한다면 위탁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모이지 않아 저절로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세금을 들여 쓸데없는 용역을 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다른 현재의 운영을 유지해나가면서 매년 운영을 정확하게 평가하여 3~5년 단위로 개별 어린이집에 대한 위탁과 직영을 결정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구역 통합 이후에 옛마산, 창원, 진해시가 다르게 해오던 것들 중에 시민이 직접 부담하는 세금이나 상하수도 요금 처럼 단일한 기준을 만들어서 통합하는 것이 좋은 것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단일 기준을 만들어서 혼란을 주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통합하거나 혹은 옛 마산, 창원, 진해 지역의 특성을 살려 각각 다른 방식이 적용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시립어린이집' 운영문제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100% 민간 위탁 혹은 직영 100% 직영으로 양자 택일 할 것이 아니라 적정 숫자는 위탁으로 정적 숫자는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장, 단점을 보완해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정구역을 합쳤으니 '행정업무'는 통합하는 것이 옳겠지만, 단기간에 시민들 삶을 모두 똑같이 만들겠다는 생각은 제발 좀 그만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시립어린이집 운영체계는 꼭 단일화가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꼭 단일화해야한다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