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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명, 평화

농약 비료 제초제 경운기 조차없는자연농법

by 이윤기 201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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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0주년이 된 녹색평론은 일 년에 여섯 번 만드는 격월간지입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정보와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인데도 일 년에  여섯 번 밖에 만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일 년에 고작 네 번 밖에 만들지 않는 잡지이지만, 우리시대의 중요한 성찰적 메시지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담아낸다는 것입니다.

 녹색평론이 만드는 계간 잡지  뿐만 아니라 꾸준히 내놓는 단행본들도 삶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책들입니다. 최근 새로 나온 <짚 한오라기의 혁명> 역시 바로 그런 책입니다. <짚 한오라기의 혁명>은 2008년에 이미 세상을 떠난 일본 농부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은 폭주하는 절망의 기관차와 같은 파괴적인 미래를 향해 가는 인류에게 전혀 다른 '길'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오래 전에 한살림에서 출판하였다가 절판 된 책을 녹색평론에서 이번에 다시 출간한 모양입니다.

그는 1913년에 태어나 2008년에 작고할 때까지, 자연농법이 인류의 유일한 미래라는 것을증명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자연농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친환경, 유기농 같은 것과는 정말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 높은 철학적 삶의 실천과정입니다.

"자연농법은 그리스도가 착상하고 간디가 실천한 농법이라고 봐도 좋다. 진리는 하나이다. 무의 철학에 입각한 이 농법의 최종 목표는 절대 진리인 공관(空觀)에 있고, 신을 향한 봉사에 있다." (본문 중에서)

이 한 구절에서 독자들은 그의 자연농법이 단순히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몸에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짚 한오라기가부터 비롯되는 자연농법으로 '인간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농부로서 40년 이상 일해 왔습니다만, 예컨대 이 논을 보십시오. 사실 이 논은 35년간 전혀 땅을 갈지도 않고 화학비료 역시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병충해 방제도 하지 않았습니다. 땅을 갈지도 안고, 김매기도 하지 않고, 농약이나 화학비료 역시 전혀 사용하지 않고서도 쌀과 보리를 매년 연이어 짓고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세상에 누가 이런 농사를 본 일이 있을까요? 장담하건대 35년 간 농사를 지어 온 그의 논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논 일거라고 확신합니다. 친환경 농업, 유기농업으로 농사를 짓는 어떤 농부도 '후쿠오카 마사노부'처럼 농사를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땅 갈지 않고, 김매지 않고, 농약, 비료없이 농사짓기

뿐만 아니라 그의 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일본 전역의 어떤 논과 비교하여도 결코 수확량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유기농업, 친환경농업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야말로 이런 이야기는 정말 처음 듣습니다.

한국에서 생명운동을 하시는 분들 중에 이른바 '태평농법'이라는 것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후쿠오카 마사노부 선생처럼 제대로 수확을 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농기구도, 농약도, 비료도 필요없습니다. 할 일이라고는 다만 벼 베기 전에 벼이삭 위로 보리씨를 뿌리고, 벼 타작을 하고 난 뒤에 나오는 볏짚 전량을 보리씨를 뿌린 위에다 흩뿌려주는 것뿐입니다." (본문 중에서)

참으로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농사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 아니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일수록 더욱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보리는 5월 20일 경에 벨 예전인데, 보리 베기 2주일 전쯤에 보리 이삭 위로 볍씨를 뿌리고 베어낸 보릿짚은 기장째 볍씨를 뿌린 논 위에 그대로 흩뿌려줍니다. 벼농사나 보리농사나 같은 방법으로 해나가는 것이 이 농법의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후쿠오카 마사노부 선생은 이 농법이면 한두 사람의 힘으로만 쌀과 보리농사를 모두 지을 수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농사라고 강조합니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만, 농약과 농기구,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약, 농기구, 비료를 사용하던 관행 농업과 비교해서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확을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보면 이것은 단순하게 그냥 쉬운 농사, 혹은 게을러도 되는 농사만은 아닙니다.
 
"이것은 보통 농업기술이라고 할까, 과학 기술의 농법 일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지혜에서 태어난 과학지식을 송두리째 내다버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용하다고 여기고 있는 농기구나 비료와 농약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재배방법이므로, 이것은 인간의 지혜와 인위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본문 중에서)

선생은 농사는 '인지(人智)와 인위(人爲)는 일체 무용하다'는 사상적 기반 위에 있는 것입니다. 생각하는 인간의 지혜,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만든 문화나 역사가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생각 위에 있는 것입니다.

그는 40년 세월 동안 쌀과 보리 농사를 지으면서 그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그에게 농사는 그냥 농사가 아니라 무위의 삶과 사상, 그리 철학을 입증하는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1933년에 농업학교를 졸업하고, 1939년까지 세관 식물 검사과와 농업시험장에서 근무하면서 농업을 연구하는 일을 하였지만, 1947년 귀농 이후 2008년 작고할 때까지 오직 '자연농법'의 외길을 통해 사상과 철학을 증명하는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40년 동안 과학농법보다 자연농법이 뛰어나다는 것 입증

귀농 이후 선생의 40년 삶은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일체 무용론을 감귤농사와 쌀, 보리농사를 지으며 실증해 보이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말하자면 이른바 과학농법에 비하여 자연농법이 더 낫다는 것을 실물로 보여주는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온갖 기술을 모아놓은 이른바 과학 농법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농부를 쉴 틈 없이 바쁘게 만드는 농사법이라고 정의합니다. 선생은 퇴비, 화학비료, 농약이 없어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확신하였고, 그것을 실증하였던 것이지요.

벼, 보리 감농사에서 깨우친 '이치'는 그곳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나무도 풀도 자연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완전하다는 것입니다.

"나무를 예로 들어 봅시다. 이제 막 나온 새싹을 가위로 단 1센티미터라도 잘라내면 그 뒤 그 나무는 절대로 본래대로 되돌아가지 못합니다. 부자연스러운 나무가 되어버립니다. 자연은, 인간이 그저 명색뿐인 지혜로 가위질 같은 아주 사소한 기술을 조금 가하기만 해도 그 즉시 교란됩니다." (본문 중에서)

"본래부터 가지나 잎은 차례에 따라서 규칙적으로 생기고, 그 모든 것이 평등하게 햇빛을 받으며 가지는 가지의 활동, 잎은 잎의 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손이 조금이라도 닿으면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본문 중에서)

이런 예를 통해 선생은 인간은 자연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결국 인간이 자연을 살린다고 하는 것은 멀쩡한 지붕의 기와를 깨놓고 나서 겨우 비가 새는 지붕을 고친 후에 마치 큰일을 해낸 것처럼 여기는 것과 같다는 것이지요.

이른바 과학자가 하는 일들이 모두 그런 일이라는 것입니다. 훌륭하다고 여기는 과학자, 예술가가 하는 일이 궁극의 원점에서 보면 모두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농법이 궁극의 농법인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짚 한오라기의 혁명>에 담긴 핵심 내용입니다. 선생은 많은 지면을 통해 그가 깨우친 자연농법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땅을 갈지 않고, 비료를 쓰지 않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제초를 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방법을 매우 소상하게 기록하였습니다.

어떤 원리로 땅을 갈지 않으면 더 비옥한 땅이 될 수 있는지, 잡초와 병충해는 어떻게 이겨내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경험을 책에 담아놓았습니다. 그가 실증해낸 자연농법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쌀, 보리, 감나무의 열매만 빼고 모든 것은 땅으로 전부 돌려주는 환원농업이기 때문에 그 땅에서 나온 것은 온전히 그 땅에 돌려주면 저절로 비옥한 땅이 된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선생의 말대로 되는지 이런 게으른 농사가가 가능한지, 직접 농사를 지어보고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인간은 자연의 도움이 없으면 결코 자신의 힘으로 살 수 없다

한편 농사에서 깨달음을 얻은 선생의 통찰은 농업뿐만 아니라 환경오염과 농산물 유통구조, 그리고 인간의 먹을거리에 대한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이어집니다.

또 먹을거리의 본질과 자연식에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인간은 인간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연이 인간을 낳고 먹여 살리는 것"이 자연식의 본질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미국의 자연과 농업에 대해서도 통찰하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잘못된 농사법이 도시문명을 미치게 만들었으며, 캘리포니아의 사막은 바로 농업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합니다.
 
그는 오늘날 자연식이나 자연농법에 대한 책이 범람하고 과학농법이라는 이름으로 유기농법, 미생물농법, 효소농법이 선전되는 것을 모두 경계합니다. 선생은 인간의 불행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뭔가 하면 기쁨이 늘어날 것처럼 착각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만든 것에는 본래 가치가 없는데, 그것을 필요로 하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그것에 가치가 있는 것처럼 착각했다." (본문 중에서)

선생은 무지, 무가치, 무위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밖에 다른 길은 없다고 말합니다. 일체가다 헛되다는 것을 알면 일체가 다시 살아나는데, 선생은 벼 한그루를 통해 이런 통찰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녹색의 인간혁명은 짚 한오라기로부터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주를 보라, 어디 갈 곳이 있는가? 바로 지구가 천국이다

이 책을 번역한 최성현 선생은 자신의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 자연주의자들의 경전이라는 이 책을 통해 지구가 천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말에 동의가 되지 않으면 우주 지도를 보라고 말합니다.

"어느 별로 가겠는가?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일은 어머니 지구를 섬기는 일이다." (역자 후기)

온 우주를 통틀어 인간이 갈 수 있는 유일한 별은 바로 지구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지구가  바로 신이, 자연이 우리에게 준 천국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진리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 - 10점
후쿠오카 마사노부 지음, 최성현 옮김/녹색평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