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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맛있는 간편요리

창조적 노동 요리, 취나물 무침, 부지갱이 샐러드

by 이윤기 201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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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설겆이는 둘 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노동입니다. 요리는 여러 재료를 이용하여 맛있는 음식을 무언가를 만드는 창조적 노동이고, 설겆이는 부엌을 깨끗하게 만드는 노동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냥 일상인 요리와 설겆이에 '노동'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제게는 일상이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먹고는 노동의 핵심인 요리와 설겆이 중에서 하나를 먼저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요리를 선택합니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고 창조적(?)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출장가고 없는 날, 중학교 다니는 아들과 저녁 먹을 준비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나물요리'에 도전하였습니다. 가장 어렵다는 것은 마흔이 넘도록 나물요리는 제대로 해 본 경험이 없다는 뜻입니다.

 

몇 살 때였는지 기억이 정확치 않습니다만, 세상을 살면서 가장 먼저 배운 요리는 '라면 끓이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 사촌 형이 끓여주는 라면을 먹으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에 된장찌게를 처음 끓였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밑반찬을 만들어두고 일을 가시면 찌게나 국을 끓이면 남부럽지 않는 밥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가장 쉽게 잘 할 수 있는 것은 찌게나 국을 끓이는 것입니다. 대신 나물을 무치는 것은 고도(?)의 손맛과 기술(데치기)이 필요한 노동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없는 틈을 타서 며칠 전 처음으로 그동안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어려운 나물요리에 도전하였습니다. 마침 냉장고에는 사다놓은지 오래되어 조리를 하지 않으면 그냥 버릴게 될 가능성이 높은 취나물이 있었습니다.

 

드디어 나물요리를 익히겠다는 결심을 하고 취나물 요리에 도전하였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 하면 웬만한 조리법은 다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포털에서 검색을 하여 가장 쉬운 요리법대로 따라 만들었습니다.

 

 

 

제가 가진 요리 노하우 중 하나는 '적당주의'입니다. 다음에 똑같은 음식을 만들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적당한 양을 넣고 적당히 익혀서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시도한 취나물 무침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적당한 양의 끓는 물에 조리법 대로 적당한 양의 소금을 넣고 취나물을 데쳐내었습니다. 시계를 보며 시간을 맞추지 않고 대략 나물이 색이 변할 때쯤 불을 끄고 찬물로 식혔습니다.

 

소쿠리에 받쳐서 물기를 꼭 짜낸 후에 두꺼운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나물고 소금을 넣고 볶은 후에 깨소금을 적당히 뿌려서 마무리 하였습니다. 바로 사진으로 보시는 취나물 무침인데요. 뭐 제 입만에는 먹을만한 나물무침이 되었습니다.

 

이거 한 번 성공하고나니 나물 무침을 하는 것이 별로 두렵지 않더군요. 그 뒤에 또 한번 시도하였는데, 그때는 나물 데치는 시간을 못 맞춰서 많이 익혀버린 탓에 씹는 맛이 형편없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날 또 다른 요리도 한 가지 준비하였씁니다. 취나물가 함께 여동생이 준 울릉도 나물(부지갱이로 추정)도 한 봉지가 있었습니다. 이 울릉도 나물은 아직 싱싱한 상태여서 샐러드를 만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단식 후에 생채식을 할때 뿌리채소, 잎채소를 섞어서 사과소스를 만들어 무쳐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 샐러드를 만들어 먹습니다. 야채는 깨끗히 씻어서 물기를 적당히 빼는 것으로 준비가 충분하고 뿌리채소는 채썰기를 잘 해서 소스를 만들어 섞어 먹으면 그만입니다. 

 

이날은 다른 야채가 없어서 취나물과 울릉도나물 그리고 집에 있는 재료들로만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원래 사과 소스는 사과를 갈아 즙을 내거나 걸쭉하게 갈린 사과에 마늘, 참기름, 간장, 올리브유를 섞어서 만듭니다. 뷔페나 샐러드 바에 있는 소스들에 못지 않습니다.

 

이날은 주재료인 사과가 집에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마늘, 참기름, 올리브유만으로 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취나물과 울릉도 나물의 물기를 뺀 후에 간장을 두어 숟가락 넣어 나물의 숨을 팍 죽인 후에 마늘, 참기름 약간 그리고 압착올리브유를 넉넉히 뿌려서 골고루 섞었습니다.

 

주재료인 사과가 빠져서 아쉬웠지만 그러대로 먹을만 하였습니다. 뭐 제가 워낙 머슴 입맛이라서 웬만해서는 맛 없어 못 먹는 일이 없기 때문에 남들 입맛에는 어떨지 알 수 없기는 합니다.

 

 

야채 샐러드는 그냥 먹는 것 보다 바다의 야채라고 할 수 있는 해조류와 함께 먹는 것이 영양면에서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사과 소스를 넣고 5가지 이상 잎채소와 5가지 이상 뿌리 채소를 잘 섞어 생김에 싸 먹으면 아주 맛이 좋습니다.

 

이날은 사과가 없는 소스로 샐러드를 만들었지만 생김에 싸서 먹었더니 훨씬 괜찮더군요. 사진에 보이는 접시에 담긴 것 보다 훨씬 많은 양을 만들었는데 아들과 둘이서 남기지 않고 말끔히 먹었습니다. 대부분 야채 샐러드는 생김에 싸서 먹으면 맛이 좋다는 것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된장 찌게도 먹고 싶어 집에 있는 여러 야채를 넣어서 된장 찌게를 끓였습니다. 멸치 육수에 표고버섯 가루를 넣고 된장을 풀어 무우, 감자, 호박, 양파 등 여러 야채를 넣고 끓인 된장 찌게 입니다.

 

된장찌게는 언제 끓여도, 대충 끓여도 늘 맛이 좋습니다만, 된장찌게가 맛이 좋은 것은 제 요리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시골 사는 친척이 맛있는 된장을 담아 보내주셨기 때문입니다. 뭐니뭐니해도 된장찌게는 된장이 맛있으면 80% 이상은 맛이 결정나는 것 같더군요.

 

이상 약 보름전 어느 저녁 밥상이었습니다. 올 해 자취생활을 시작한 큰아들이 두달 만에 집에 와서 제가 끓인 된장찌게를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