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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100억,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 누가 원했나?

by 이윤기 201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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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 블로그에 창원시가 40억원을 들여서 안민터널 내부에 자전거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데, 소음과 매연 문제가 제기되자 추가로 60억원을 들여서 지붕을 씌우는 공사를 할 것 같다는 내용을 포스팅하였습니다.

 

2012/05/15 - [세상읽기 - 교통] - 1일 30명 자전거터널 60억 지붕공사 꼭 필요?

 

블로그에 포스팅 한 글을 페이스북으로도 내 보냈는데 특히 창원시 그룹에서 몇몇 분들이 활발한 토론을 벌였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페북 창원시 그룹에 올라 온 의견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안민터널에 공사를 하던데 그게 자전거 터널이었나"

"어차피 시작한 공사 예산을 더 투입하더라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

"이미 쓴 40억도 예산 낭비다. 60억 추가 공사는 말이 안 된다."

"60억 추가 공사비로 차라리 무상급식 하자."

"진해는 섬처럼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터널이 아니면 창원, 마산으로 연결될 수 없다. 예산이 들어가더라도 자전거 터널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60억 지붕은 예산낭비다, 1일 이용자 30명이면 방진마스크를 무료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론은 양쪽으로 갈렸습니다. 한쪽은 이미 터널 내부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으니 예산이 들더라도 소음과 매연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만 60억 원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었구요.

 

반대쪽 의견은 이미 40억 원 예산지출도 예산낭비 측면이 강하다. 추가로 공사를 하지 말고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소수의 이용자들이 방진마스크 같은 것을 착용하도록하자. 꼭 필요하면 창원시가 방진 마스크를 사주면 그만이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 시민들이 원했나?

 

페이스북 창원시 그룹에서 이루어진 토론 그리고 지난 6~7개월 동안 진행된 과정을 되집어보면 몇 가지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우선 시민들 다수는 안민터널에서 어떤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예산은 얼마나 투입되는지 하는 것을 잘 모르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안민터널에 '자전거도로가 꼭 필요하다'고 염원한 시민들도 많지 않고,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를 개설을 적극적으로 요청한 시민들도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시민들이 바라는 숙원사업 같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아마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 개설은 마창진 세 도시가 행정구역을 통합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가 급작스럽게 추진된 것은 통합 이후 창원-진해 지역의 물리적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상징성이 반영되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아울러 '전국에서 가장 긴 자전거 터널' 혹은 '전국에서 가장 긴 터널 내부 자전거도로'라는 상징성도 한 몫을 차지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이왕 터널 내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면 전국에서 가장 긴 자전거 터널이 창원시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선출직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바로 "전국 최초, 전국 최고, 전국 최대" 이런 단어들이기 때문입니다.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는 "당초 서울시에서 터널 내에 500m짜리 자전거도로를 설치한 것을 보고 안민터널에도 설치해도 되겠다고 판단해 관련기관의 협조를 얻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언론에 보도 되었습니다.

 

 

창원시 터널내부 소음과 오염 가능성 처음엔 몰랐나?

 

한편 창원시는 안민터널 내부의 소음과 오염 가능성을 몰랐을까요? 공사 여부를 검토할 때부터 소음과 오염 가능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안미터널 공사 개시를 전후하여 언론에서도 문제제기가 이루어졌고,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안민터널 현장을 둘러보았다면 심각한 수준의 매연과 소음에 대하여 다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창원시 관계자들도 "지붕식 캐노피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공사비가 100억 원에 달하는 등 재정부담이 너무 커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안민터널 내부에 소음과 매연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용자가 많지 않은 터널 내부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데 100억 원의 예산을 지출하는 것은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지붕을 씌우지 않는 공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럼 왜 처음부터 100억 공사 안 했나?

 

여기서부터는 합리적 의심입니다. 창원시가 안민터널에 전국에서 제일 긴 자전거 도로 만드는데 100억 몽땅 쓴다고 했으면 시민들 반대여론이 높았을지도 모르고 창원시 의회도 흔쾌히 찬성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시민들 반대여론도 잠재우고 예산도 40억만 들여서 공사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먼저 40억 공사를 해놓고 매연과 소음 문제가 제기되면 추가로 60억 들여서 지붕공사를 하면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창원시 입장에서는 '안민터널에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는 것은 이미 결정된 것입니다. 때문에 여론에 따라서 40억 공사를 하고 그만두어도 되고, 만약 매연과 소음이 심각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으면 60억을 들여서 추가공사를 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합리적 의심이 드는 정황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지난 4월 1일 안민터널 자전거도로의 부분 개통이 이루어지자 소음과 매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있자마자 창원시는 신속하게 "환경조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안민터널 자전거도로 오염도 조사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지시가 내려왔다”

“전문업체에 용역 의뢰를 준비하고 있는 등 터널 내 환경모니터링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보고를 마쳤다”

“측정 결과 오염도가 기준치 이상으로 나와 심각하다면 지붕형 뚜껑(캐노피)을 씌울 방침이다”

“캐노비를 설치할 경우 60억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창원시는 이례적으로 매우 신속하게 '환경조사를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지붕형 뚜껑을 씌우겠다'고 입장을 정리하였다는 것입니다.

 

 

60억 후속 공사, 창원시 대응 이례적으로 신속하다

 

경상남도보건환경연구원도 뒤늦게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터널 내부의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도내 터널 내 오염도 조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아 자료는 전혀 없다”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는 안민터널에 대해 해당 지자체가 오염도 조사를 할 필요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밀폐공간인 터널 내에는 검사를 안 해봐도 오염도가 높다고 보면 된다”

“오염물질을 빼내는 배풍기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깨끗하게 처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터널 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안민터널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게 하려면 지자체에서 의무적으로 오염도를 조사해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

 

터널 내부의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일인데 창원시가 처음 자전거도로 개설을 추진할 때는 아무말도 없다가 임시 개통이 이루어진 후 '심각한 상태'를 뒤늦게 지적하고 나서는 것도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지난 2007년 서울시의 터널 내 대기오염물질 조사결과에 따르면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 중 16개 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특히 발암물질인 벤조피렌(1.43ng/㎥), 크리센(2.11ng/㎥), 벤조플로난신(2.24ng/㎥), 인데노(1,2,3-cd)파이렌(2.55ng/㎥), 벤조안트라센(1.64ng/㎥) 등은 모두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또 석면(0.002s/cc)도 검출되는 등 터널 내 발암물질 오염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터널은 미세먼지를 비롯해 차량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 스틸렌 등 유해물질들을 다량 내포하고 있다. 특히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의 일종인 벤조피렌, 크리센, 벤조플로난신, 인데노(1,2,3-cd)파이렌, 벤조안트라센 등 물질들도 검출되고 있다. 이들 물질은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을 만큼 인체에 유해하다."

 

지역 언론 보도를 보면 2007년 서울에서 이루어진 터널 내부 조사에서 이미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은 충분히 확인되었습니다. 창원시 관계자들이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를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일단 40억으로 터널 내부 자전거 도로를 먼저 만들고, '소음과 매연'을 지적하면 그 때가서 추가로 공사비를 투입하여 지붕을 씌우자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제는 누군가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시의회가 제동을 걸지 않는 이상 이미 40억 예산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