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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그럼,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네요"

by 이윤기 2008.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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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에 가훈이 있으세요? 가훈은 언제 정하셨나요? 가훈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가훈은 뭐라고 정하셨나요? 제가 먼저 답을 할까요?

저희 집에도 가훈이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가훈을 정하는 일은 왠지 가부장적인 느낌이 들어서 그냥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어느 날 학교에서 가훈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받아왔습니다.

"아이에게는 우리 집엔 가훈이 없다고 하라"는 아빠 말이 받아들여지지가 않더군요. 결국 저희 부부와 아이는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가훈을 정해야 했습니다.


잠깐 돌이켜보면, 제가 결혼하기 전 아버지와 함께 살 때 저희 집 가훈은 '근검 절약, 근면 성실'이었습니다. 박정희 시대를 사신 아버지께서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김대중, 권영길을 찍은 분이시지만, 그 시대 이데올로기를 쉽게 버리지는 못하시는 모양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늘,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고, 보통사람들은  '근검 절약' 하고 '근면 성실'하게 살면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자라는 동안 늘 이 말씀을 듣고 자랐습니다.

제가 커서 이 나라 큰 부자 대부분이 정당한 방식으로 부자가 되지 않았고, 많은 가난한 사람들은 성실한데도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말씀 드려도 아버지 생각은 바뀌지 않습니다.

아이가 숙제로 받아 온 가훈을 정하는데, 쉽게 생각해내지 못하고 꾀 여러 날 동안 가족회의를 하며 고민한 후에 가족이 모두 만족하는 가훈을 정하였습니다.

결혼 후 분가하여 정한
 저희 집 가훈은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 입니다. 지금은 누가 물어도 저희 집 가훈은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라고 자신 있게 말 합니다. 내일, 다음 달, 내년에, 어른이 된 후에 행복하기 위해서 결코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내일,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오늘을 희생하는 삶을 살면 결국엔 평생 동안 하루도 행복한 날을 보내지 못하고 늘 내일만 바라보며 살게 됩니다.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면 내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말 입니다.

이런, 가훈을 정하고 난 후에 분명 힘들고 불행한 날 보다 기쁘고 즐거운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 !

지난 가을 어느 날, 이현주 목사님이 주관하는 '드림교회' 예배가 창원에서 있었습니다. 목사님 말씀 가운데, 하느님이 왜 자신을 이 세상에 보냈다고 생각하는지 물으시더군요.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이 돌아가며, 각자가 아버지로 믿는 하느님이 왜 이 세상에 자신을 보냈다고 생각하는지를 말하였습니다.

제 순서가 돌아오는 짧은 시간 동안 꽤 깊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윽고 제 순서가 돌아왔을 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하느님이 저를 이 세상에 보낸 것은 행복하게 살다 오라고 보내신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목사님께서 다시 물으시더군요.

“그럼 지금 행복하신가요?”

“예 행복합니다.”

“그럼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네요.”

쿵~하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정말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까하고 말 입니다.

질문이 없으면 배움도 없다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어느 강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새겨 둔 적이 있습니다. 바로 “질문이 없으면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는 말 입니다. 여러 번 다시 새겨 보았지만, 딱 맞는 말 입니다. 자기 가슴 속에서, 머리 속에서 질문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떤 강의와 수업에서도 결코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프랑스 작가 오스카 브리니피에는 독자들에게 <행복이 뭐예요?>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미처 답을 생각해내기도 전에 또 질문을 던집니다.

▲ 네가 행복하다는 걸 어떻게 알아?

▲ 행복해지는 건 쉬울까요?

▲ 어떻게 해서든 행복해지려고 해야 하나요?

▲ 돈이 행복하게 해줄까?

▲ 행복해지려면 친구들이 필요할까요?

▲ 왜 우리는 가끔씩 불행할까요?

오스카 브리니피에가 쓰고, 카트린느 뫼리쓰가 그린 그림책 <행복이 뭐예요?>는 질문에 곧장 정답을 가르쳐주는 한국식 참고서 같은 책은 아닙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행복’이 무언가를 찾아가는 길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생각하며 열어가도록 돕는 책 입니다. 바로 이런 식 입니다.

▲ 착각해서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까요?

▲ 마음보다 머릿속으로만 속삭이는 행복도 있을까요?

▲ 불행하다고 느낄 때의 기분은 어떨까요?

▲ 행복하다는 느낌은 영원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어떤 때 행복을 느낄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그렇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기분이 좋을 때, 걱정거리가 사라졌을 때, 다른 사람이 아름다워 보일 때, 무엇을 보던 웃게 될 때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행복해'라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는 것 입니다. 왜냐하면, "행복은 결코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그리고 생각

그럼, 행복해지는 것은 쉬울까요? 역시 사람마다 다릅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들이 때때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의욕이 너무 앞서거나 욕심이 많거나 혹은 질투나 두려움이 많아도 행복해지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끔씩 불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냐하면, 우리는 기분과 생각이 자주 바뀌기 때문입니다....우리들이 꿈꾸는 소망과 실제 생활이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이 세상은 불공평한 데다 불행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본문 중에서)

그래도 다행인 것은 "불행이 행복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우리가 해야 할 것 사이"에서 늘 많이 생각해 보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행복에 대한 저와 지은이의 생각은 정답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브리니피에가 쓴 <행복이 뭐예요?>의 장점은 바로 간단하게 정답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짐으로써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 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일어나도록 돕는 책인 것이지요. 따라서 정답을 찾지 않아도 되는 책입니다.

철학박사이며 교육자인 지은이는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철학교실’을 세계 곳곳에서 열어 아이들이 철학하는 마음을 배우게 하고, 생활에서 스스로 철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였답니다. 이 책 역시 ‘철학교실’에서 나누었던 문제들을 책으로 묶어냈다고 합니다.

그의 철학교실에서 나누었던 철학문제는 어린이 시리즈 4권으로 엮여 나왔는데, 매권별로 행복, 삶, 자유, 예술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주제 모두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책이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