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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사람'노무현 일곱 가지 성분, 이겁니다

by 이윤기 2012.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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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가 된 올해 5월 첫날에 에세이집 <노무현입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사진을 전담했던 장철영이 찍은 사진과 노무현 카피라이터 정철이 쓴 글을 묶은 에세이집입니다.
 
정철이 노무현 카피라이터라고 불리는 것은 그가 '나는 개새끼입니다' '5월은 노무현입니다'와 같은 유명한 카피를 쓴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총선 때는 문재인 후보 선거 카피 '바람이 다르다'를 쓰기도 하였습니다.
  
서평을 쓰면서 장철영과 정철 중에 누구 이름을 앞에 쓸까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고민을 제법 길게 했습니다.

 
사진보다 글에 끌린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진보다 글이 더 마음에 와 닿겠지만, 또다른 사람들은 글보다 사진에 더 마음이 끌릴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전자입니다. 빼어난 사진 한 장이 원고지 수십 장으로도 담을 수 없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지만 제 경우는 글을 읽어야 마음이 움직이는 편입니다.

 
빼어난 사진이 있어도 텍스트에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애써 텍스트에서 시선을 떼고 마음먹고 사진을 바라보지 않으면 사진은 늘 텍스트에 담긴 뜻을 뒷받침 하는 증빙자료 정도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을 보던 아이가 글을 읽게 되면 그때부터는 좋은 그림을 잃어버리고 글씨만 읽게 된다는 이야기를 유아교육 전문가들에게 들었습니다. 제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어려서부터 사진이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느낌을 마음에 새기고 메시지를 읽어내는 연습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탓에 누군가의 해석이 담긴 텍스트를 읽어야만 비로소 뜻을 알아챌 수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입니다>를 읽는 내내 정철이 쓴 카피를 먼저 읽은 후에 장철영이 찍은 사진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첫 눈에는 사진이 먼저 들어오지만 이내 시선은 글씨로 향하고 글을 읽은 후에야 사진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몸에 베인 습관 탓입니다. 
 
그런데 결국 나중엔 순서를 바꿔 사진 찍은 장철영을 앞세웠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이 먼저였고 카피라이터 정철이 그 사진을 보고 쓴 글이 씨줄날줄로 엮여 이 책이 됐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3주기 추모 책 읽기, 올해는 <노무현입니다>
 
지난 5월에 이 책을 읽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때 혼자서 한 약속 때문입니다. 그분을 추모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다가 매년 5월이 되면 그분 관련된 책을 한 권씩 읽기로 한 약속입니다.

 
2010년에는 자서전 <성공과 좌절> 2011년에는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3년이 되는 올해는 정철과 장철영이 함께 엮은 <노무현입니다>를 추모 책읽기를 위해 골랐습니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만, 5월에 추모 책읽기고만 세 권을 봤습니다.  
 
하나하나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사람입니다. 카피라이터답게 저자 정철은 단어 하나도 예사롭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먼 길을 나서면서 챙겨 들고 간 단어가 '사람'이었다고 말합니다.
 
"그가
 
챙겨 들고 간 단어,
 
그것은

 
'사람'이었다."
  
"사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단어"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이라는 단어를 꽉 붙들고 길을 나섰고, 마침내 사람들과 함께 봉우리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꽉 붙들고 매달린 '사람'이라는 단어 속에는 여러 성분들이 들어 있었다고 말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해야 하는 성분, 감사
 
사람의 성분 중에 가장 밝은 색깔의 성분, 긍정
 
사람의 성분 중 가장 역동적인 성분, 도전
 
사람의 성분 중 가장 낮은 곳에 놓인 성분, 배려
 
그리고 사람의 주요성분인 희망
 
사람의 성분 중 가장 묵직한 성분, 믿음
 
사람이라는 단어를 받치고 있는 성분, 겸손
  
노무현 대통령이 봉우리를 향해 오르는 동안 꽉 붙들고 매달린 사람이라는 단어 속에는 이런 성분들이 들어있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런 성분들을 고루 가진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기도 하였습니다.

 

 


노무현의 일곱 가지 성분
 
우리가 대통령을 떠올릴 때면 어김없이 감사, 긍정, 도전, 배려, 희망, 믿음, 겸손과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되지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성분들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이런 성분을 가지고 있어도 잘 드러내지 못하지만, 그분은 이런 성분을 남김없이 사용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이런 성분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였지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였지요. 그러나 봉우리에 오른 그는 곧 벽에 가로 막혔습니다. 
 
돈, 물질, 권력, 신분 같은 기득권에 가로막혔다는 것입니다. 그는 벽을 보고도 피하지 않았지만 봉우리에서 내려 올 때까지 벽을 뚫지도 넘어서지도 못하였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새로 봉우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그에게 항복을 강요하였고, '사람'들이 그를 지켜주지 못할 때 그는 영원히 사는 길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슬퍼하지 말라고 했지만
 
모두가 울렀다.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지만
 
모두가 미안해했다.
 
운명이라고 했지만
 
모두가 운명이 아니라고 고개 저었다."

카피라이터 정철은 그분이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감사, 긍정, 도전, 배려, 희망, 믿음, 겸손 같은 성분들에 한 뼘씩만이라도 더 가까워지자고 제안합니다. 이제 우리 더러 그 분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자고 합니다. 발자국도 없는 길을 걸어갔던 바보가 남긴 길을 따라가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발자국이 있는 곳에서 딱 한 걸음만 더 가보자고 합니다.

 


50만 컷 사진 중에서 골라 낸 노무현 대통령 모습
 
미공개 사진에세이 <노무현입니다>에 실린 사진들은 비서실에 근무하며 대통령의 공식일정과 비공식 일정을 모두 카메라에 담았던 장철영의 50만 컷이 넘는 사진 중에서 고르고 고른 사진입니다.

 
크게 웃는 모습, 빙긋이 웃는 모습, 부드러운 미소를 띠는 모습,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 들뜬 모습, 즐거운 모습, 외로운 모습, 만족스러운 표정, 진지한 표정, 천진난만한 모습, 쑥스러워하는 모습, 깜짝 놀라는 모습, 소탈한 모습, 장난스러운 모습, 호기심 가득한 모습, 여유로운 모습, 웃기는 모습, 심각한 모습, 호소하는 모습, 지친모습, 고뇌하는 모습.

 
이런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엮어 탁월한 카피라이터 정철이 노무현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분이 살아 온 성공과 좌절의 삶을 고스란히 엮은 것입니다. 책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손바닥으로 사진을 가려 보았습니다. '카피'만으로는 그 느낌이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손바닥으로 사진을 가려보니 사진이 가진 '힘'을 알겠더군요. 

 
장철영이 찍은 빼어난 사진들을 소개하지 못하는 것은 제가 가진 재주가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본 느낌과 메시지를 글로 써서 제대로 독자들에게 전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사진은 이 책을 직접 사서 보십시오.

 

 

노무현입니다 - 10점
정철 글, 장철영 사진/바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