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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서울 전력 자급율 1.9%, 핵발전소 서울에 짓자 !

by 이윤기 2012.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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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反하다>는 제목만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책입니다. 민주주의에 홀딱 반했다는 뜻은 아니고, 그렇다고 민주주의를 반대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반하다'는 말하자면 지금의 대의 민주주의를 직접 민주주의로 되돌리는, 혹은 대의 민주주의를 직접 민주주의로 뒤집는 방법을 제안하는 책입니다.

 
하승우가 쓴 <민주주의에 反하다>는 지난 100년 간 한국 역사와 민중의 직접행동 사례에 특별히 주목합니다. 시민들의 직접행동에 주목하며 직접행동이 어떻게 짓밟히고 또 되살아났는지 비교적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3.1운동 유관순 뿐만 아니었다
 
3.1운동뿐만 아니라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안성 만세시위' '소안사립학교 설립', '제주도 우리계 결성', '원주 밝음 신협 창립' 같은 유명하지 않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건들을 찾아 독자들에게 전해줍니다.
 
예컨대 3.1운동만 하더라도 민족대표 33인의 성명서나 유관순 누나로는 도저히 다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었다는 겁니다. 조선말 민란과 동학농민혁명의 기운을 이어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주체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것이지요.
 
"만세 시위는 전국적으로 벌어졌고 참여한 사람들도 200만 명을 넘었다. 그리고 3월 1일만이 아니라 3월부터 4월 말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3.1운동의 실제 과정을 보면 폭력적인 충돌도 자주 일어났다." (본문 중에서)
 
아울러 3.1운동은 전국의 마을을 기반으로 들불처럼 번졌으며 평화시위는 폭력시위, 총격전을 발전하기도 하였다는 겁니다. 또 3.1운동에 실패하자 다시 공동체를 조직하고 학교를 세워 후학을 양성하는 일을 시작하였으며 마을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노력을 시작하였다는 겁니다.

이 책에 소개하는 남해안 작은 섬에 세운 소안사립학교도 바로 그런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에 맞서서 13년이나 걸린 소송에서 승리한 주민들이 1만4000원의 기금을 모아 1923년에 소안사립학교를 건립해냅니다.
 
일제에 맞서는 배움의 연대, 생활의 연대를 조직했을뿐만 아니라 많은 활동가를 배출한 것입니다. 일제에 의해 학교가 강제 폐교를 당할 무렵에는 800명의 일본 경찰이 포위한 가운데 4000명이 강제폐교를 규탄하는 정치대회를 개최하였다는 겁니다.

 
소안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촌에 촌계, 동계 같은 전통적인 자치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 공동체 조직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사회가 연대를 외치면서도 제대로 연대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의 공동생활, 공동노동을 가능하게 했던 공동체가 모두 파괴되거나 국가, 자본으로 흡수되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국적 포기선언... 진짜 주권선언
 
한편, 저자는 촛불을 들고 헌법 제1조를 외치는 것이 주권선언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더 이상 국가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국적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주권선언이라고 합니다.
 
"2005년에 정부가 평택으로 미군기지를 이전한다며 다시 이들을 밀어내려 했을 때 농민들은 국민임을 포기하며 저항했다.(중략)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 주민들도 2000년 6월 화성군청 앞에서 근조 매향리라는 만장을 앞세우고 주민등록증 반납 투쟁을 벌였다." (본문 중에서)
 
정부에게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껍데기뿐인 주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는 겁니다. 하승우는 주권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할 사람을 구분하고 배제하기 위하여 발명된 개념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주권자의 조건을 정하는 순간, 조건에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순식간에 주권에서 배제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인민주권은 민중이 공동체의 질서를 세우고 법을 정하고 그 실행을 감독할 권리를 가져 온전히 주권자의 역할을 맡을 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권 개념은 민중을 권력의 주체로 만들지 않고 오히려 훈련과 훈육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본문 중에서)
 
대한민국 헌법이 인민주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주권은 집단으로만 실현될 뿐 개인의 존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주권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시민과 민중의 직접행동이 아니면 이런 왜곡된 구조를 바꿀 길이 없다고 합니다.

아울러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하여 과연 진짜 민주주의가 맞는지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특히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과연 민주적인 제도인지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선거는 대중은 무능하고 전문가가 정치를 맡아야 한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비민주적이다. 그리고 선거는 자기 사람에게 권력을 몰아주기 위해 갖은 술수와 흑색선전, 매수 등이 남발되기에 야만적이다."(본문 중에서)
 
한마디로 지금의 선거 제도로는 의회를 국민의 축소판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정 집단과 계급 예컨대, 남성, 고학력자, 부자, 전문가들이 국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선거 대신 추첨으로 의원을 뽑으면 얼마든지 전체 국민의 축소판으로 의회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선거는 민주적인가? 국민의 축소판 의회는 추첨제로 가능하다
 
몇 년에 한 번씩 투표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모든 결정 권한을 소수에게 위임하는 제도는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민중이 자신을 지배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참여 민주주의는 정부가 우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위임한 시민이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결정이 시민의 뜻과 반대 되거나 정부가 시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을 때는 아주 당연히 '시민불복종'을 선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시민불복종에 대한 헨리 소로우의 개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본문 중에서)
  
KBS시청료 거부운동이나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사례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시민불복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모든 권력을 독점한 사회에서는 소극적 저항으로는 결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특별히 "시민불복종 행위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법원에 위임하면 안된다"는 아렌트의 말을 인용합니다. 시민불복종이나 직접행동은 법을 정립하는 정치행위, 공동체의 기반을 세우는 정치 행위라는 것입니다.

 

"시민 불복종이 잘못된 결정에 개입해서 그것을 바로잡는 것을 지향한다 해도 그것이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반면에, 직접행동은 권력을 나누고 그것을 강화시키는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주권과 통치가 분리되는 것을 거부한다. 시민불복종이 통치행위를 전제한다면, 직접행동은 인간의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전제한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인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시민들에게는 '시민불복종'과 '직접행동'이 정부나 자본의 강압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치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시민 불복종과 직접행동이 유력한 정치 행위
 
하승우가 쓴 <민주주의에 반하다>는 끊임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하여 질문하고 새로운 답을 들려줍니다. 예컨대 현재의 소유권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지구상에서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지구의 자원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자원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어서이다. 불사신이 아닌 인간,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평생 다 쓰지도 못할 부를 축적해야 할 이유는 없다."(본문 중에서)
 
"현대의 법 제도는 인간의 보편적인 행복을 파괴하는 소유라는 권리를 오히려 철저히 보호하고 있으니 문제는 더 심각하다."(본문 중에서)
 
법 제도가 배타적인 소유권을 보장한 것은 불과 200여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며, 자본주의적 소유권 개념이 등장하면서 공유의 권리를 지향하는 협동조합이나 계와 충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무한 소유권이 보장되는 현재의 제도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공유라고 주장합니다. 국가가 소유하는 국유화는 국가가 자본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사유, 국유를 넘어서는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유는 민중과 공동체의 성장을 고려하지 않는다. 공유는 단순히 소유를 나누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공유는 그 공유를 관리할 모임을 필요로 하고 그 모임은 구성원에게 민주주의를 학습하며 세계관을 바꿀 기회를 제공한다."(본문 중에서)
 
이런 관점에서 대표를 뽑는 선거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지방정부나 중앙정부가 가진 자산을 민중이 관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득권층이 마음대로 결정하고 사유화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공유를 통해 소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존엄한 노동을 위한 대안, 협동조합
 
저자는 사유화를 넘어서는 공유 그리고 인간의 존엄한 노동을 위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에 주목하라고 합니다. 일하는 사람이 경영에 참여하고 공동으로 기업을 소유하면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베네수엘라 사례에 주목합니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에서 협동조합을 정치적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 2006년 무렵 전국에는 10만 개의 협동조합이 있고 70만 이상의 노동자가 몸담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는 8000여개의 협동조합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그 경제 비중이 전체의 45퍼센트에 달한다. 또한 스페인의 몬드라곤에서는 다양한 협동조합이 협동조합 의회를 만들어 활동하는데, 그 자산 규모가 30조에 이르고 2010년 매출액이 22조원에 달했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협동조합이 사람의 삶을 공동체라는 생활양식에 밀착시키고, 정치와 경제 영역의 삶을 일치시킨다고 합니다. 조합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 자치와 자급의 삶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국가나 시장을 넘어서는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강점기 손정도 목사의 기독교사회주의,YMCA의 농촌협동조합운동, 천도교 등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협동조합은 인간의 노동을 존엄하게 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뿐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노동의 질서를 만들고 지킬 수 있는 것이 바로 협동조합이라는 겁니다. 협동과 보살핌이야 말로 돈의 지배를 없애고 일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이 일하게 하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정신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저자는 반자본주의 반국가주의를 선언하는 가장정치적인 구호이며, 자치와 자급의 삶을 전제하는 근본적인 정치운동"으로서 탈핵 운동을 제안하고 서울과 수도권에 '에너지 조공'을 바치는 현실을 고발합니다.
 
"2009년 기준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1.9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중앙정부의 손에서 결정되고 전력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본문 중에서)
 
핵발전소는 가장 못사는 지역에 만들어지고 서울과 수도권에 에너지 조공을 바쳐야 중앙 정부의 예산을 받을 수 있는 기가 막힌 구조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반핵운동은 결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며, 핵 위험을 피하고 에너지 혜택만 누리는 수도권 주민이야말로 진짜 이기주의라는 겁니다.
 
핵발전소 반대가 이기주의? 서울 시민이 더 이기적이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을 '평화로운 삶을 이루는 방법'에 할애 하였습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스스로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지 일상을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용기가 있다면 사람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로 오늘 당장 살기 시작하라"고 충고합니다. 

 
우리의 행동이 세상을 바꾸지 못할지라도 세상이(권력자들이) 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하자고 제안 합니다. 내 삶의 주인인지 돌아보라고 합니다. 내가 믿는 바를 실천하며 존엄하게 살고 있는지 묻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행동할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 불공정한 일을 정당하고 평화로운 일로 바고 잡고 있는지 묻습니다.

 

마이크를 들고 고함을 소리 치는 대신 둥글게 모여앉아 이야기 시작해보자고 제안합니다. "모여서 생각을 나누고 같이 규칙을 짜는 행동은 우리가 세상을 더 넓게 보고 강한 힘을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 맨 끝에는 본문 만큼이나 유익한 숨은 보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저자가 책을 쓸 때 참고로 하였던 무려 74권이나 되는 도서목록입니다. 협동, 자치,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시민불복종, 탈핵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에 反하다 - 10점
하승우 지음/낮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