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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SNS 관계의 과부화, 디지털 노예 만든다

by 이윤기 2012.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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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에서 경험한 여론으로는 4.11총선에서 야권연대가 패배 할 것이라 예상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상은 출구조사 발표부터 빗나가기 시작하였고, 개표가 마무리되었을 때 트위터, 페이스북 여론은 마치 '신기루'가 되어버린 느낌이 었습니다.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소셜네트워크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전통미디어의 장벽을 가르고 한국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높은 기대를 가졌었기 때문에 선거결과에 대한 실망도 컸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SNS 여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신간목록에서 <소셜네트워크와 정치변동>을 발견하고 주저 없이 선택하였습니다.


총선 정국을 뜨겁게 달구던 SNS의 진짜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SNS는 정말 세상을 바꾸는 유익한 도구인가? 변화의 방향은 어느 쪽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선택하였습니다.


정치학자들이 쓴 책, SNS와 정치 변동 연구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은 대체로 SNS가 가져올 낙관적인 변화와 영향력의 확장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조화순을 비롯한 정치학자, 언론학자들이 집필한 <소셜네트워크와 정치변동>은 비판적 접근을 시도한 드문 책입니다.


"이 책은 소셜네트워크와 정치변동의 논쟁에 뛰어들어 그 핵심적인 이슈와 논점이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이 책은 소셜네트워크를 쓰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SNS 이용에 대한 우려, SNS와 정치적 지식의 확산과정, 소셜미디어와 공론화, SNS와 정치변화, SNS와 선거캠페인, 정치인들의 트위터 사용, 온라인 정치담론의 가능성 같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편 이 책은 SNS로 비롯되는 정치 현상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더불어 다양한 외국 사례와 연구 결과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러 외국 사례들을 살펴보고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다는 것이 또 장점입니다.


우선 이 연구에 참여한 정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는 SNS의 거센 사회적 영향력 확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속보성, 연계성, 개방성 등 SNS의 특성 때문에 전통적 미디어를 넘어서는 다양하고 빠른 정보의 유통을 경험하고 참여 혹은 열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SNS는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를 생산하거나 가공하고 누구나 참여해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 SNS를 통해 관계 맺기의 쌍방향성이 강조되고 사람들은 커뮤니티 속에서 스스로 생산한 콘텐츠를 제 3자와 나눌 수 있는 참여 공유 개발의 네트워크를 강화시키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새로운 정치적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미 젊은층의 참여를 끌어내는 역할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으며, 민주주의를 확장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이 책의 첫 장인 트위터에 대한 연구에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트위트가 정보생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트위터는 정보를 생산하는 것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트위터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 정보를 전파함으로써 특정한 대인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트위터를이용하는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공동 저자 중 황유선은 이것을 '트위터의 임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정보 전파라는 특성에 주목한 것이지요. 특히 140자라는 규칙은 간결한 메시지라는 특성을 더욱 강화시켜주었으며, 트위터와 스마트폰이 만나서 사적 상호작용을 공적 상호작용으로 확대하였다고 평가합니다.


사적 상호작용 문자메시지, 공적 상호작용 트위터


한편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는 과거의 온라인 게시판 등과 같은 익명성이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의 사회적 지위(유명세 등)와 (권력 등)관계를 그대로 옮겨가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상위 10%의 이용자들이 전체 트윗의 90%를 담당하고 있으며 소수가 주도하는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트위터 상의 소통 양상은 수평적이고 평등한 구조를 이루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를 비교 연구한 공저자 황주성은 몇 가지 다른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눈여겨 볼 만한 변화와 특성은 '집단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변화', '새로운 관계 중심에서 기존 관계 중심으로의 변화'입니다.


2004년 이후 포털 커뮤니티의 활동회원 숫자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SNS가 등장한 이후 블로그, 미니홈피, 커뮤니티의 페이지뷰 역시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공유와 공감'을 바탕에 두고 있는 커뮤니티들이 소셜네트워크와 연대를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합니다.


SNS의 사회적 효과를 연구한 공저자 배영은 TED 컨퍼런스 실험결과를 인용하면서 SNS는 유유상종효과, 유인효과, 교란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합니다. 친구가 비만이면 나의 비만 위험이 증가하는 것처럼 단순한 정보교환을 넘어서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일상적 소통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범과 가치 신념의 통로로까지 활용될 수 있으며, 비슷한 정치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의 네트워킹과 정치 학습의 매개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SNS 관계의 과부화로 디지털 노예 만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SNS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고, 개인정보와 사생활 노출, 자기보안 위험, 과거 트윗을 통한 정체성 노출 그리고 관계의 과부화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SNS 대중화가 사람들을 디지털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체의 정보기기 사용을 중단하는 '디지털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지요.


또 다른 공저자 이소영은 소셜미디어와 정치적 지식의 유통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가장 큰 특징으로 '정치적 정보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 그리고 '확산자'라는 점을 꼽습니다. 과거처럼 정치적 지식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소비, 유통에 참여한다는 것이지요.


아울러 정치적 지식과 정보를 재미있고 가벼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도 뚜렷한 특징이라고 합니다. 공감을 일으키는 패러디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치적 정보 소통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정치적 유대 형성에 기여한다고 평가합니다.


소셜미디어와 공론에 관한 연구를 이 책에 담은 공저자 한규섭, 이혜림의 연구에도 흥미로운 질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이런 질문들입니다. SNS를 활용하여 뭔가 의미있는 일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면 궁금해 할 만한 질문들이지요.


▲ 소셜미디어는 '진보적 매체'인가?

▲ 소셜미디어는 '대안적 매체'인가?

▲ 소셜미디어는 목소리 큰 사람들을 위한 매체인가?

▲ 소셜미디어는 이념적 양극화를 부추기는가?


물론 이 책에는 이런 흥미로운 질문들에 대한 저자들의 대답이 담겨있습니다. 짧은 글로 이걸 다 전해드릴 수는 없지만 아무튼 매우 공감 가는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뿐만 아니라 SNS와 한국사회의 정치변동, 소셜네트워크와 선거캠페인 효과, SNS와 정치적 잠재력, 온라인 정치담론의 가능성과 한계 같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SNS의 확대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우려와 기대를 담고 있는데, 특히 소셜미디어 확산이 정치적 부익부 빈익빈으로 고착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유사한 정치담론의 선택적, 편향적 소비경향으로 이견집단과의 숙의 가능성 약화도 우려합니다.


아울러 사회통제와 대중 권력에 의한 시민감시가 일상화되는 '리틀브라더' 시대의 도래를 걱정하기도 합니다. 소셜네트워크 그리고 소셜미디어가 '유희적 참여와 감성적 연대에 기반을 둔 정치담론'을 형성한다는 평가에 특히 공감이 되었습니다.


시기적으로 이 책은 4.11 총선 직전까지 일어난 여러 정치 사회적 현상과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와 소셜미디어가 우리사회,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한 발 물러서서 한 번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소셜네트워크와 정치변동 - 10점
조화순 엮음/한울(한울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