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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대통령 선거보다 중요한 진짜 민주주의

by 이윤기 2012.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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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집권 후 4년을 보낸 국민들이 4월 총선에 걸었던 기대는 과거 어느 선거에도 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기대는 선거 막판 SNS를 통한 투표율 높이기에 집중 되었지만 기대했던 성과는 얻지 못하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투표권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민주주의, 약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를 쓴 리처드 스위프트는 선거 때마다 '당신을 위해 일 하겠다'고 말하는 누군가에게 주기적으로 투표를 하는 것으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없다고 합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을 보여주는 대표적 증거는 바로 투표율인데, 미국에서는 50%에 조금 못 미치는 유권자들만이 가까스로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한국도 마찬가지)

 

유권자들의 정당 가입률은 1/3 수준으로 하락하였으며, 한 때 세계 최대 정당이었던 영국 보수당 당원은 1/10로 줄었다고 합니다.

 

군소정당의 진출이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있고 정당간의 이념과 정책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으며, 결국 선거는 ‘상대방이 얼마나 비열하고 하찮은 놈인가를 증명‘하는 데 집중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민의 삶에 핵심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은 국민국가의 손을 벗어나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WTO와 같은 국제무역기구, IMF와 같은 국제금융조직이라는 '정치적 최상층'에게 맡겨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핵심 의제에 대한 국민투표, 개별 의원이나 전체 정부에 대한 소환, 다양한 투표 체제, 분권화, 마을 회의, 정치 계급이 안착되지 못하도록 하는 임기 제한, 연방주의 시민배심원 제도 등 민주주의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거의 끝이 없다." (본문 중에서)

 

따라서 민주주의 위기 회복은 '자치' 회복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시민참여 확장, 그리고 직접 민주주의와 자치가 실현 가능한 희망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선출된 의회의 권한을 넘어 버린 세계화 기구와 대항하기 위하여 민주주의 역시 국경을 넘어 아래로부터 반세계화운동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의회를 국민의 축소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 책은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하는 환상 혹은 고정관념을 확 바꿔주는 책입니다. <추첨 민주주의>(어니스트 칼렌바크, 마이클 필립스 공저) 저자들은 선거로 인하여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과 문제를 뛰어넘는 대안으로 '추첨민주주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인 인구의 51퍼센트인 여성은 하원의 4.8퍼센트만을 차지한다. 인구의 12퍼센트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하원의 4.5퍼센트만을 구성한다. 이런 불균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계층이 바로 변호사다. 변호사는 1983년 현재 전체 인구의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하원의 4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의원들은 고액 후원자들이 시키는 대로 법안에 서명하고, 도장 찍고, 판단할 뿐이라는 겁니다. 선거로 구성된 의회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첨으로 구성하는 하원'을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과학적인 통계기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를 얼마든지 구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과 미국 배심원 제도처럼 명단을 추출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추첨으로 의원을 선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원 회의장에 들어서면 50퍼센트 이상의 여성과 약 12퍼센트의 흑인, 6퍼센트의 히스패닉, 그리고 1퍼센트의 다른 인종으로 구성된 의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원의 약 1/4은 블루칼라 노동자들로 채워질 것이고, 그중 10퍼센트 정도는 실업 상태에 있던 의원일 수 있다. 정리 해고된 노동자, 재봉사, 요리사, 트럭 운전사, 선원, 점원도 있다."
 
변호사는 한두 명 밖에 없는 대신 채식주의자, 차가 없는 사람들, 캠핑족과 도보 여행자 그리고 불교도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겁니다.

 

어렵지 않게 전체 국민의 대의 체계를 만들 수 있으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선거를 통한 의원 선출 보다는 훨씬 바람직한 대안이라는 것입니다.

 

여러 제안 중에 가장 솔깃한 것은 정당이나 노동조합 활동에서부터 집행부는 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대의원은 추첨을 통해 뽑는 방법을 시도해보자는 것입니다.

 

직접행동과 시민불복종

 

세 번째 책은 최근 출간된 하승우의 <민주주의에 反하다>입니다. 말하자면 민주주의를 되돌리는 민주주의를 뒤집는 방법을 제안하는 책입니다. 앞서 소개한 두 책과 달리 이 책은 지난 100년 간 한국 역사와 사례에 주목합니다.

 

시민들의 직접행동에 주목하며 직접행동이 어떻게 짓밟히고 또 되살아났는지 들여다봅니다. 3.1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저항이 아래로부터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와 이런 직접행동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어떻게 민중들이 성장하였는지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정부의 통치를 넘어서는 자치의 가능성을 보여 준 부안군 주민투표 사례에 주목하는데, 시민들의 능동적인 정치행위에 따라 제도는 얼마든지 다른 식으로 꽃 피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거가 민주적이라는 상식을 깨는 추첨제 민주주의는 이 책에도 소개되고 있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나 법률에 저항하는 시민불복종에도 주목합니다.

 

KBS시청료 거부운동이나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같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모든 권력을 독점한 사회에서는 소극적 저항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직접행동은 권력을 나누고 그것을 강화시키는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주권과 통치가 분리되는 것을 거부한다. 시민불복종이 통치행위를 전제한다면, 직접행동은 인간의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전제한다.”

 

아울러 현재의 소유권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는지, 존엄한 노동을 위해 협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하는 질문들을 던집니다.

 

또 “반자본주의 반국가주의를 선언하는 가장정치적인 구호이며, 자치와 자급의 삶을 전제하는 근본적인 정치운동”으로서 탈핵 운동을 제안하고 녹색당에 대한 기대를 드러냅니다.

 

스스로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지 일상을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용기가 있다면 사람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로 오늘 당장 살기 시작하라”는 충고를 들려줍니다.

 

우리의 행동이 세상을 바꾸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세상이(권력자들이) 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하자고 말합니다.(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둥글게 모여앉아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합니다.

 

 

※ 한국YMCA 소식지 2012년 7, 8월호(통권 244호)에 쓴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민주주의, 약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 10점
리처드 스위프트 지음, 서복경 옮김/이후

 

추첨 민주주의 - 10점
어니스트 칼렌바크 & 마이클 필립스 지음, 손우정.이지문 옮김/이매진

 

민주주의에 反하다 - 10점
하승우 지음/낮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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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하모니 2012.08.02 10:41

    민주주의에 반하다 내용을 보면
    투표로는 민주주의를 하지 못하지만
    인민재판으로는 민주주의를 할 수 있다가 더군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게 신기함..
    답글

    • 이윤기 2012.08.02 10:56 신고

      배심원 제도는 어떤가요?

    • 하모니 2012.08.03 16:12

      배심원제도는 배심원의 독립성이 유지되어야만 의미가 있는제도지요. 그런데 재판도 아닌 의사결정의 문제를 독립적인 제3자에게 맡긴다면 정말 웃길듯

    • 이윤기 2012.08.06 08:09 신고

      처음 댓글에 인민재판이라는 표현을 썼지 않습니까?

      그리고 <민주주의에 반하다>라는 책에 인민재판이 투표보다 더 민주적이라는 내용이 있던가요?

      저는 기억이 잘 안나네요. 좀 알려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