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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연회비 2만원 공짜 자전거 무조건 좋은가?

by 이윤기 201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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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이 군민 공공자전거 그린씽을 도입하여 9월 한 달간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10월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지방정부의 공영자전거 도입 정책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환경수도를 표방하는 창원시의 공영자전거 누비자 도입이 성공적인 자전거 정책으로 평가 받으면서 전국의 여러 지방정부들이 창원시와 비슷한 방식의 공영자전거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대전시의 타슈, 순천시의 온누리 등이 창원시의 누비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최근에는 거창군에서 그린씽이라는 공영자전거를 도입하였습니다.

 

연회비 2만원 공짜 자전거 바람직한가?

 

거창군의 경우 거창읍을 중심으로 100대의 그린씽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터미널 5개소를 설치하여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창원시의 누비자처럼 터미널에 무인 검색시스템 키오스크를 설치하여 회원 가입한 군민들에게 대여하고, 스마트폰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휴대폰 인증 절차를 통해 ‘그린씽’을 이용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거창군의 그린씽 군민자전거도 만 13세 이상 자전거 운전이 가능한 사람이면 이면 이용할 수 있는데, 군청이나 읍·면사무소에서 회원으로 가입하고 요금을 선납해야 하며 연회원, 월회원, 일일이용권으로 1회 3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타 지역에서 거창군을 찾는 사람들이나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군민들도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도록 휴대전화 인증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이용 기본요금은 연회원인 경우 2만원, 월회원은 3,000원 이며, 한번 빌릴 때 3시간까지는 무료이고 이후 1시간 초과 시 마다 회원은 500원, 비회원은 1,000원의 추가요금이 부과되며 추가요금은 핸드폰을 통한 소액결제로 후불 정산처리 되는 시스템을 갖추있습니다. 

 

기본적인 운영시스템은 모두 창원시의 누비자 운영시스템을 벤치마킹 하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거창군민들 입장에서는 연회비 2만원만 내면 공짜로 탈 수 있는 공영자전거 도입이 반가운 일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과연 창원시와 같은 공영자전거 도입이 꼭 환영할 만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전거 수송분담율 창원시 1.95%, 거창군은 4.43%, 왜 창원시 따라할까?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공영자전거 도입으로 평가 받는 창원시의 경우 매년 수백 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예컨대 수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0년 창원시의 자전거 수송분담율 1.95%에 불과합니다. 전국의 자전거 수송 분담율이 1.55%인데, 창원시의 수송분담율은 전국 평균에서 고작 0.4% 밖에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것에 비하여 승용차를 비롯한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고, 자전거 통행을 활성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창원시가 공영자전거 누비자 수천대를 도입하면서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통근통학을 위한 자전거의 수송분담율은 1.95%(전국평균 1.55%)에 불과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창군의 같은 시기 자전거 수송분담율은 4.43%로 전국 평균이나 창원시 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창군의 경우 공영자전거를 도입하지 않은 시기에 이미 누비자가 보급된 창원시보다 자전거의 수송분담율이 2배 이상 높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거창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시지역과 군지역으로 비교해보면 군지역의 자전거 수송 분담율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거창군이 창원시와 같은 공영자전거를 도입하는 것은 단체장의 치적쌓기용 정책이라는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수님, 자전거 없어서 자전거 못탈까요?

 

아울러 이런 통계 자료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이 자전거가 없어서 자전거를 못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값싼 중국산 유사 MTB 자전거들이 헐값에 팔리고 있기 때문에 10만원 정도만 주면 얼마든지 자전거를 구입하여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것은 집집마다 자전거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도시 지역으로 갈수록 자동차 중심의 교통 정책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위험하기 탓입니다.

 

창원시와 같은  지방정부의 공영자전거 도입이 전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도시, 농촌 가릴 것 없이 자전거 활성화 정책의 최우선과제는 공영자전거 도입이 아니라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 창원시처럼 사람이 걸어 다니는 보도를 반으로 쪼개서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정책은 바람직한 자전거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차와 보행자로부터 분리된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확대하는 것이 자전거를 활성화시키는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위협을 받지 않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늘어나면, 공영자전거가 없어도 집집마다 있는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원시보다 자전거 수송 분담율이 훨씬 앞서 있는 거창군이 대도시인 창원시의 공영자전거 정책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거창이라는 농촌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전거 정책으로 새로운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