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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추워도 겨울 교복 마음대로 못 입는 학교

by 이윤기 201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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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트에서 만난 이웃집 중학생 아이가 감기에 걸려 재채기를 하면서 혼잣말로 ‘아~ 추워’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야 추우면 교복 자켓도 입고 다녀야지”하고 참견을 좀 했습니다.

 

감기에 걸렸다며 재채기를 하던 중학생은 셔츠에 조끼만 입고 있더군요. 그런데 이어지는 아이의 대답이 참 황당했습니다. “자켓 마음대로 입으면 안되요. 학교에서 입으라고 해야 입을 수 있어요.”라고 대답하는 겁니다. 오늘은 날씨에 맞춰 교복도 마음대로 입을 수도 없는 학교의 규칙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지금도 30년 전 제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처럼 학교에서 동복 입는 시기, 춘추복을 입는 시기, 하복 입는 시기를 학교에서 정해둔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반팔 셔츠의 하복을 입고, 봄, 가을에는 동복 바지에 셔츠와 조끼를 세트로 맞추어 춘추복으로 입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춘추복 복장에 동복 자켓을 갖춰 입으면 겨울용 동복이 되고, 한겨울이 되면 동복 위에 교복이 아닌 두꺼운 점퍼를 겹쳐 입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유명 등산복이 한겨울 교복이 된 이유?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한겨울이 되면 외국의 유명한 등산복 브랜드 점퍼를 교복처럼 입고 다니게 된 것도 바로 이런 교복 착용 규칙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한겨울에 교복 위에 겨울용 점퍼를 입을 때도 검정색이나 짙은 청색이 아니면 입을 수 없도록 하였기 때문에 검정색 디자인으로 유명했던 외국 등산복 점퍼가 유행하였던 것이지요.

 

만약 학교가 아이들에게 겨울 점퍼를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했다면 검정색 외국 유명 브랜드의 등산 점퍼가 유행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복이 일제 지배와 독재의 잔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교복을 입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옷차림에서 자유로운 몸가짐과 자유로운 생각이 싹틀 수 있기 때문에 한창 개성과 창의력을 길러야 하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똑같은 옷을 입히는 것은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복 착용에 대해서 찬반양론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고등학교 시절 전두환 정권의 학원자율화 조치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던 ‘교복 자율화’를 직접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적어도 교복을 입어야 학생의 본분을 지킬 수 있고, 비행이나 탈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엉터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교복 대신 평상복을 자유롭게 입었던 그 시기에 청소년들의 비행이나 탈선이 늘어나지도 않았고, 학업 성취도가 낮아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대안학교들이 교복을 착용하지 않아도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교복 착용을 폐지하던지 혹은 원하는 아이들만 교복을 입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장 교복 착용이 규칙으로 되어 있는 학교가 대부분이고, 교복 착용에 찬성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교복이라도 계절에 따라 마음대로 입을 수 있도록 하자는 타협에 가까운 제안이라도 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울 때는 하복, 추울 때는 동복, 교복이라도 자유롭게 입자

 

지금처럼 계절이 바뀌는 혼절기가 되면 방송에서 일기예보를 전해주는 분들이 꼭 빠뜨리지 않고 해주는 이야기가 “아침, 저녁 일교차가 크니 건강관리에 주의하고 아침, 저녁엔 두꺼운 외투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활정보 입니다.

 

그런데 교복을 입는 다수의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하복 착용 날짜가 될 때까지는 춘추복을 입고 다녀야 하고,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추워져도 춘추복 착용 날짜가 될 때까지는 추위에 떨면서도 여름 교복을 입고 다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하복 입는 날짜, 춘추복 입는 날짜, 동복 입는 날짜 그리고 동복 위에 착용하는 겨울용 점퍼를 입는 날짜를 정하는 선생님들이나 교장 선생님들은 대부분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 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에어컨을 켜고, 날씨가 추워지면 히터를 켜고 다닐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해마다 달라지는 날씨에 상관없이, 또 개인마다 다른 체질에 상관없이 똑같은 날짜에 춘추복을 입고, 똑같은 날짜에 동복을 입으라고 하는 것은 인권침해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계절에 맞춰 전교생 교복을 똑같이 바꿔입도록 하는 것은 누구는 하복입고 등교하고, 누구는 동복입고 등교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복을 입을 때는 전교생이 모두 하복을 입어야 하고, 동복을 입을 때는 전교생이 모두 동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똑같은 날씨와 기온해도 어떤 사람은 춥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춥지 않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온도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복을 입히는 것도 못마땅하지만, 정해진 날짜가 아니면 추워도 겨울 교복을 입을 수 없고, 더워도 여름 교복을 입을 수 없는 교칙은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