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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양육수당 떼먹는 부모 때문에 무상보육 무너질까?

by 이윤기 201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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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만 0~5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에는 월 22만원의 무상보육비를 어린이집을 통해 지원하고,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직접 양육하는 경우에 월 20만원의 양육수당을 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무상보육 예산을 통과시켰습니다.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이 같은 무상보육 지원이 시작되게 됩니다. 그런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내년도 무상보육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고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과 여성단체, 시민단체들이 양육수당 지급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양육수당 지급 문제'를 중심으로 내년도 무상보육 예산 편성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올해부터 정부와 국회가 0~2세 그리고 만 5세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만 보육예산을 지원하면서,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이 크게 반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무상보육 혜택을 받기 위하여 엄마가 집에서 돌보던 아이들이 한꺼번에 보육시설에 몰리는 바람에 인기 있는 어린이집에 수천 명이 몰려드는 보육대란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아울러 할머니나 외할머니 등 가족이 돌보는 아이들, 어린이집이 없는 농촌지역의 아이들이나 아토피, 천식, ADHD 등을 앏고 있어 보육시설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이 정부의 무상보육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나타나 학부모들의 집단 반발을 샀습니다.

 

또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세운 내년도 보육지원체제 개편안의 경우에도 어린이집에 보내는 아이들은 최소 22만원 ~ 최대 75만 5천원을 지원하는 대신에 어린이집에 보내는 않는 만 3~5세 아이들의 경우 소득하위 70%만 1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원하겠다고 하여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아이를 직접 양육하는 엄마들의 거센 반발을 몰고 왔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시행한 무상보육 정책은 물론이고 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보육체제 개편안이 모두 직장에 다니며 일하는 엄마들에 대한 보육 지원은 늘이고, 대신 집에서 엄마 아이를 보육하는 엄마들에 대해서는 전혀 지원을 하지 않거나 혹은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번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 심의를 하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통해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과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차별 받지 않는 무상보육 지원안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엄마가 돌보는 아이는 땡전 한잎 지원하지 않는 것이 옳은가?

 

그런데 최근 일부 언론과 여성단체, 시민단체들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부모들에게 양육수당 20만원을 지원하는 보건복지위원회 계획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부모들에게 2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급하게 되면, 부모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양육수당을 받아 딴 데 쓸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아이는 엄마가 길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확대되고 여성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양육수당을 확대하면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일 수 없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 저소득층 여성에게 아이가 여럿 있다면 일을 포기하고 양육수당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여성단체 출신의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여성 국회의원은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국가보육정책의 취지를 살리려면 양육수당보다 보편적 복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습니다.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는 아이들에게 양육수당 20만원 지원을 반대하는 여성단체,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국회의원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22만원의 무상보육 예산을 지원하고, 엄마가 돌보는 아이들에게는 땡전 한 잎 지원하지 않는 지금의 무상보육 정책이 과연 옳다는 것인가요?

 

분명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저소득층의 경우에 어린이집에 보내 무상보육 예산을 지원받는 대신에 직접 아이를 돌보면서 20만원의 양육수당을 받으려는 부모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 주장처럼 저소득층 부모만 어린이집 대신에 양육수당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수준의 교육과 보육 정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안유아교육(대안학교)를 선택하는 부모들도 양육수당을 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초, 중, 고등학교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반대하는 부모들이 아이를 맡기 는 대안학교가 200여개나 존재하고 있습니다. 유아교육이나 보육 역시 국가가 획일적인 교육과정(누리과정)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토피, 천식, ADHD 등을 앓고 있어 일반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 없는 부모들도 무상보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저소득층 부모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양육수당 20만원을 받아 떼먹을지 모르니 양육수당을 주지 말자는 주장은 ‘구더기가 생길지 모르니 아예 장을 담지 말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 소득층 부모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지 마시라 !

 

이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하나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높은 교육열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아이들 교육비를 빼돌려서 생활비로 쓰는 일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또 하나는 만약 정말로 보육시설에 보내는 대신에 양육수당 20만원이라도 받아 생활비로 써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렵고 가난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마치 무슨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할 만큼 큰 잘못일까요? 실제로 유럽의 많은 복지 선진국들이 양육수당을 도입하였을 때 이와 비슷한 경우를 경험하였습니다.

 

만약 아이를 여럿 둔 저 소득층 여성이 저임금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직접 돌보면서 양육수당을 받는 것이 뭐 그리 부도덕한 일이란 말입니까?  왜 엄마가 직접 돌보는 아이들은 ‘돌봄과 교육에 대한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그들은 국가가 시행하는 공교육 혹은 보육시설에서만 유아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어렵게 합의한 무상보육과 양육수당의 차별 없는 지원정책은 직장을 가진 여성과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평등한 지원정책입니다. 그런데 이 정책에 대하여 비판적 의견을 내놓은 여성단체, 시민단체 활동가들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일하는 여성들이라는 것입니다.

 

자칫 (이미 일하고 있는 여성인)자신들이 세워놓은 '일과 보육의 양립'이라는 단편적 원칙에만 매달려 가사와 육아와 전담하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 지원에 대하여 무감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심각한 저 출산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여성에 대한 보육지원도 강화되어야 하지만,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여성들에 대한 보육지원 역시 똑같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일과 보육의 양립을 주장하는 분들이, 일하는 여성을 위한 시간 연장 보육시설, 24시간 아이를 돌봐주는 보육시설도 필요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이 8시간 근무만 마치고 퇴근하여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국가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26일, 27일 모 신문에 보도된 양육수당 20만원 지급을 반대하는 기사를 쓴 기자 그리고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단체, 시민단체 활동가들 그리고 국회의원은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정말 우연이겠지만 이들은 모두 일하는 여성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이 모두 일하는 여성인 이분들이 일하는 여성을 위한 무상보육 정책에만 치중하여,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여성들을 위한 보육지원에는 관심이 없거나 혹은 양육수당을 떼어먹는 부모가 생길지 모른다는 성급한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보육정책은 ‘보편적 무상보육’을 무너뜨리는 정책이 아닙니다.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이나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나 차별 없이 지원하는 정책이고, 직장을 가진 여성과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여성을 국가가 차별 없이 지원하도록 만든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