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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마산에서 자전거 출퇴근 3주간 해봤더니...

by 이윤기 201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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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부터 30일까지 녹색창원21에서 주최한 '두발로 출근하기'라는 페이스북 이벤트에 참여하여 3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전거로 출퇴근에 성공하였습니다.

 

평소 자전거 출퇴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벤트 행사 상품으로 나온 아이패드 미니를 비롯한 상품과 참가 기념품을 노리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전거 출퇴근을 하였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하였습니다.

 

'두발로 출근하기' 이벤트 행사 규칙(스마트폰 어플 사용) 때문에 100% 출퇴근을 모두 인정 받지는 못하였지만, 실제로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하여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자전거 출퇴근에 성공하였습니다. 주최측의 공식 기록에는 1번 빠진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날은 서울 출장을 갔다 와서 마산역에서부터 집근처까지 누비자를 타고 퇴근 하였는데, 스마트폰 어플이 말썽을 부려서 기록 저장이 되지 않았습니다.

 

누비자 이용 기록은 공식기록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1번 빠진 것이 되었지만, 비공식기록은 3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을 하였습니다. 3주 동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마산에서 자전거 타기', '안전한 자전거 타기'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3주 동안 자전거를 탔던 경험을 좀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저는 집과 사무실 거리가 너무 짧아서 일부러 좀 둘러서다녔습니다. 산호동에 있는 집에서 성호동에 있는 사무실까지 자전거를 타고 곧장 가면 거리는 약 2.5km, 시간은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산호동에서 성호동으로 가는 길이 약간 오르막길이기는 하지만 기어가 있는 자전거이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 출퇴근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라 일부러 신마산 끝에 있는 방송통신대학교 앞 해안도로 끝까지 갔다가 출근을 하였습니다.

 

퇴근시간에는 퇴근 후 모임이나 일정에 따라서 창원을 다녀온 일도 있고, 운동 마산, 창원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퇴근한 일도 있습니다. 정확히 기록을 정리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500km 이상을 탔던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장 많이 다닌 길이 산호동을 출발하여 어시장 - 서성광장 - 마산경찰서 - 경남대학 앞 월영광장으로 이어지는 마산의 구시가지 길 입니다. 대부분 왕복 4차선으로 되어 있는 이 길은 바닷가를 따라 해안도로가 생긴 뒤로 출퇴근 시간 교통 흐름이 좋은 편입니다.

 

 

 

 

마산-창원을 출퇴근 하는 승용차들이 대부분 이동거리가 짧고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이동시간도 짧은 해안도로로 몰리기 때문에 구시가지 길은 오히려 교통 흐름이 좋아 시간이 더 짧게 걸리더군요. 

 

아침마다 산호동에서 출발하여 마산에서 가장 오래된 간선도로를 따라 경남대학 앞 월영광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방송통신대학앞 해안도로 끝나는 지점에서 턴을 하여 해안도로를 따라 수출자유지역 정문까지 되돌아 와서 합포초등-용마고를 지나 성호동까지 약 8km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였습니다.

 

산호동에서 월영광장까지 가는 구간은 자전거 도로가 없는 전형적인 구시가지 구간이고, 월영광장을 지나 해안도로를따라 수출자유지역 정문까지 되돌아 오는 구간은  최근에 만들어진 엉터리(?) 자전거 도로인 '보도 겸용 자전거'가 있는 구간입니다.

 

시가지 구간에 있는 보도 겸용 자전거 도로는 위험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주변 상가 건물에서 언제 사람이 나올지 모르고, 지하 주차장에서는 자동차가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주변에 건물이 없는 곳은 그나마 안전하지만 대형 건물이 있는 곳은 위험천만입니다.

 

결국 해안도로를 다닐 때도 대부분 '보도 겸용 자전거 도로' 대신 그냥 도로 가장자리를 이용해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개인적으로 창원시가 더 이상 '보도 겸용 자전거도로'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무늬만 자전거 도로이지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보행자를 위협하는 길이기도 하고, 만약 보행자와 자전거가 서로 부딪히는 사고라도 나면 자전거가 사고의 책임을 져야합니다. 따라서 자전거가 '보행 겸용 자전거 도로'를 다닐 때는 보행자와 비슷한 속도로 다녀야 하는데, 자전거가 보행속도로 다녀야 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아울러 노면도 너무 불편합니다. 보행 겸용 자전거 도로는 육안으로 보기에는 평평해보이지만, 막상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면 결코 평평한 길이 아닙니다. 마치 비포장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끊임없이 작은 충격이 반복됩니다. MTB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행히 지난 몇 년 사이에 자전거에 대한 자동차 운전자들의 인식은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여전히 자전거 옆을 위협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운전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자전거 주행을 배려해주는 운전자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 주관적 경험입니다.

 

가끔 경음기를 울리는 운전자들도 있지만, 신경질적으로 경음기를 누르는 분들 보다는 작은 소리로 '차가 지나간다'는 것을 알려주는 분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시가지를 달릴 때 가장 위험한 구간은 도로 가장자리에 불법주차 차량들이 늘어서 있는 구간과 버스 정류장을 지날 때입니다.

 

불법 주차 차량뿐만 아니라 도로에 노면주차장을 만들어 놓은 구간의 경우도 노면에 주차된 차량 바깥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것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불법주차와 노면주차장 문제만 해결되어도 자전거 도로가 없어도 도로 가장자리로 비교적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겨울이라 자전거 타기를 잠깐 쉬고 있지만,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자전거 출퇴근을 다시 시작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하루 30~1시간 정도 자전거 출퇴근이 정말 딱 좋은 운동이더군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생각하고 자전거 출퇴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전거 타기가 참 좋은 운동인 것도 분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