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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양육수당 20만원 주면 보육대란 안 생길까?

by 이윤기 201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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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새누리당과 정부가 비공개 당정 협의를 통해 2013년부터 시행되는 만 0~5세 무상보육 계획 시행에 합의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확정되었습니다.

 

2012년 한 해 동안 여러 차례 이 코너를 통해 차별 없는 보편적 무상보육 시행을 주장하였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이후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2013년 보육정책에 대하여 함께 평가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당선자와 낙선한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는 다른 공약에서는 차이가 많았지만 무상보육 공약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두 후보 모두 2012년부터 시작된 만 0~3세 그리고 만 5세 무상보육을 0~5세 전 연령으로 확대하고,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는 경우에는 소득에 관계없이 양육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난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선별적 무상보육 계획’은 전면 폐기되고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가 앞 다투어 공약한 ‘무상보육 확대 공약’이 올해 3월부터 실현되게 된 것입니다.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에 따르면 만 0~2세 아이를 둔 가정의 경우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면 소득 구분 없이 정부가 '종일반' 기준 보육비를 전액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보육비가 75만5천원으로 설정된 만 0세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면 39만4천원은 부모에게, 36만1천원은 시설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아울러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엄마가 직접 돌보거나 엄마가 직장을 다니더라도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할머니나 외할머니를 비롯한 등 다른 가족들이 아이를 돌보는 경우에도 작년까지 소득하위 15%인 차상위 계층에게만 지원되던 양육수당을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최고 20~10만원씩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또 맞벌이, 장애인 등 가정 양육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보육시설을 오전 7시반~오후 7시반까지 종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하고, 반면 전업주부 등 상대적으로 시설보육 수요가 적은 가정에는 오전 7시반~오후 3시 또는 3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어린이집 가면 75만 5천원 지원, 엄마가 돌보면 20만원 지원....과연 어린이집 덜 보낼까?

 

국회에서 확정된 이 같은 개편 방안은 지난해 이른바 보육 대란의 원인이 되었던 만 0~2세 아이들 중에서 엄마가 돌볼 수 있는 아이들까지 보육시설에 몰리는 불필요한 보육시설 수요증가를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75만 5천원을 지원하지만,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엄마가 직접 양육하거나 할머니 등 가족이 양육하는 경우 지급하는 양육수당은 2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원 금액 차이가 50만 원 이상 되어 실제로 정부가 기대하는 보육 시설 이용 수요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편 지난해 만 3~4세를 보육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만 5세만을 대상으로 실시된 누리과정이 만3~5세로 확대되어 시행됩니다. 만 3~5세의 경우 매월 22만원의 보육료를 시설을 통해 지원하고,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비롯한 가정양육을 하거나 보육시설 대신 대안교육을 원하는 경우에도 월 10만원의 양육수당이 지원됩니다.

 

지난해까지 만 5세 누리과정의 경우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면 전혀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월 10만원의 양육수당이 지원되는 개선안이 시행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만 3~5세 아이들에게도 처음으로 양육수당을 지급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경우에도 양육수당이 시설 이용 아동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보육시설 이용 아동과 보육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을 똑같이 지원할 수 있도록 연차적으로 개선되어 나가야 마땅합니다.

 

양육수당 10만원, 생활비로 쓰면 부도덕한 부모인가?

 

한편, 일부 보육 전문가를 자처하는 분들 중에는 만 3~5세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더라도 10만원씩 양육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면 "일부 저소득층 가정에서 당장 현금으로 받는 양육보조금 때문에 아이를 시설에 보내지 않아 계층별 '교육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매월 10만원의 양육수당을 받아 생활비로 쓰는 도덕적으로 해이한 부모들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염려할 일이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매월 22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보육시설에 맡기는 대신에 월 10만원 밖에 안 되는 양육수당을 받기 위해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부모는 극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민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의 기우에 불과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만약 부모가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대신에 월 10만원의 양육수당이라도 받아서 생활비에 보태야 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라면 양육수당 10만원을 생활비로 쓴다 해도 전혀 도덕적으로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살기 힘든 부모가 양육수당을 받아 교육비로 안 쓰고 쌀을 사 먹거나 분유를 사는 것이 정말 부도덕한 일일까요? 오히려 이런 발상은 그 자체가 국민을 부도덕하거나 혹은 자기들보다 모자라는 사람으로 보거나 아니면 다수의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천박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연차적으로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동과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을 똑같이 지원할 수 있도록 현재 시설 이용 지원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양육수당을 조속히 늘여나가 가까운 장래에 차등 없는 지원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육시설에 맡기는 아이나 엄마가 집에서 직접 양육하는 아이나 국가가 지원하는 보육지원은 조금도 차별없이 이루어져야 마땅합니다. 일하는 엄마에게도, 일하지 않고 아이만 돌보는 엄마에게도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